美 ‘스몰컷’에도 환율 불안 여전… 韓 금리 인하 미뤄질 듯
파월 “미국 경제 데이터 강력… 고용·소비 좋아”
韓 금융불안 여전… 트럼프 당선에 환율 ‘쑥’
가계부채 불안… 한 달 만에 부채 6조 증가
“韓, 내년 1분기 금리 인하” 전망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를 인하하는 ‘스몰컷’을 단행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가 종전 1.75%p(미국 금리 구간 상단 기준)에서 1.5%p로 작아졌다. 내외금리차로 인한 금융 불안을 우려했던 한국은행으로서는 한숨을 돌리게 됐다.
미 연준이 금리를 소폭 인하함에 따라 오는 28일 예정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에도 이목이 쏠린다.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이후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어 한은이 선뜻 금리를 인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금통위가 내년 1~2월에야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기도 한다.
◇ 연준, 금리 4.50~4.75%로 인하… “시장 예상에 부합”
연준은 7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낸 성명에서 기존 연 4.75~5.00%이던 기준금리를 연 4.50~4.75%로 인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2020년 3월 이후 4년 6개월 만에 금리를 내린(0.5%p 인하) 지난 9월에 이어 2회 연속 금리를 내렸다. 만장일치 결정이었다.
파월 의장은 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제가 건실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회의 전까지의 경제활동 데이터를 보면 기대보다 상당히 강력했다”면서 “고용 보고서도 상당히 좋았고, 소매판매도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경제 활동의 하방 리스크가 줄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직전 성명문에 포함됐던 ‘추가적인 진전’ 문구가 사라지면서 미묘한 입장 차이가 관측됐지만, 전반적으로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파월 의장은 “비주택 서비스와 상품이 근원 PCE의 80%를 차지하는데, 그 수준이 인플레이션이 2%대를 기록했던 2000년대 초 수준으로 돌아갔다”면서 “노동 시장도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연준의 결정에 대해 시장에서는 예상에 부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은 뉴욕사무소가 주요 투자은행(IB)의 반응을 취합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JP모건은 “이번 25bp(1bp=0.01%포인트) 인하 결정이 지난 회의와 달리 만장일치로 결정된 만큼 특별한 이변은 없었다”면서 “정책결정문에도 의미 있는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회의는 시장에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만큼 역시나 새로운 정보가 없었다”면서 “미국 경제는 여전히 견조해 보이고 인플레이션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경제판단에 크게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파월 의장도 시장에 새로운 정보를 주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 환율·가계부채 불안 여전… “11월 금통위 동결 유력”
연준의 결정으로 한·미 금리차를 주시하던 한은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금리차가 작아지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될 우려가 줄어든다. 한·미 금리차는 작년 7월부터 지난 8월까지 역대 최대 수준인 2%p로 유지되다가, 연준과 한은이 각각 0.5%p, 0.25%p 금리를 내린 9월에는 1.75%p로 작아졌다. 이번 연준의 결정으로 1.5%p까지 내려왔다.
금리차가 좁혀지면서 금통위의 운신 폭이 넓어졌지만, 시장에선 오는 28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당장 금리를 인하하진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45대 미국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으로 강(强)달러 현상이 고개를 들고 있어서다.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운동 기간 공언한 감세와 관세정책이 실현되면 미국의 물가가 오르고,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더뎌져 달러 가치가 치솟을 수 있다.
실제로 미국 대선 결과가 공개된 7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5.8원 오른 1402원에 개장했다. 시가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은 것은 2022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장중에는 달러가 더 강세를 보이면서 환율이 1404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다만 8일 환율은 FOMC 결과가 반영된 영향으로 오전 9시 27분 현재 1384.60원으로 낮아졌다.
가계부채도 안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약 6조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은 지난 8월 9조8000억원 늘면서 3년 1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한 바 있다. 이후 9월에는 증가액이 5조2000억원으로 줄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이번 FOMC 결정으로 한은이 11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가계대출이 좀 더 급격하게 줄어들어 정상화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 아니라면 현재 물가나 경기 상황만 반영해 금리를 빠르게 내리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는 내년 1분기에 금리 인하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시장 동향을 주시하면서 정책 대응 방향을 고심하고 있다. 유상대 부총재는 이날 오전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향후 미국 신(新)정부의 정책 변화가 우리 금융·경제 여건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점검하고 시장 모니터링을 보다 강화하면서 필요시 적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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