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에 이사 온 그 사람이 성범죄자라면 [The 5]

권지담 기자 2024. 11. 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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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파이브: The 5] ‘한국형 제시카법’ 쟁점 짚어보기
게티이미지뱅크
‘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기자가 답합니다.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지난달 25일 원래 살던 경기도 안산시 다가구주택에서 2㎞ 떨어진 또 다른 다가구주택으로 이사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2008년 당시 전과 17범이던 조두순은 8살 아동을 납치해 성폭행한 혐의로 12년을 복역한 뒤, 2020년 출소해 기존 주택에서 4년간 지내왔습니다.

조두순의 새로운 주거지로부터 1㎞ 안엔 1곳의 초등학교와 30곳이 넘는 어린이집이 밀집돼 있어 학부모·주민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조두순을 밀착 감시하겠다며 경기도 안산시는 그의 주거지 맞은편에 월세방까지 얻은 거로 알려졌는데요. 아동 성범죄자가 어떻게 아동 밀집지역으로 이사할 수 있는 걸까요? ‘한국형 제시카법’(거주제한법)을 시행해 그들의 주거지를 제한하면 안 되는 걸까요? 안지희 변호사에게 물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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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1] 아동 성범죄자인 조두순이 어떻게 학교 근처로 이사할 수 있는 거예요?

안지희 변호사: 현재 법으로 아이들이 등·하교하는 시간에 조두순의 외출을 제한하거나 학교 같은 어린이 보호구역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할 순 있어요. 하지만 그가 이사할 집을 선택하는 데 제한은 따로 없어요.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9조를 보면 법원이 성범죄자에게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내릴 때 거주지역을 제한할 수 있게 돼 있는데요. 범죄자가 살 곳을 제한한다는 의미가 아니에요. 전자발찌를 차고 오랜 시간 다른 곳에 머무는 걸 제한하기 위한 조치죠. 이사를 하거나 7일 이상 국내여행을 할 경우엔 보호관찰관의 허가를 받아야 해요.

[The 2] 경찰과 안산시가 폐회로텔레비전(CCTV) 더 설치했고, 순찰도 더 하고 있다고 하잖아요. 효과가 있지 않을까요?

안지희 변호사: 중요한 건 지속가능성이잖아요. 지금 당장 주민들의 불안을 줄일 순 있겠지만, 조두순이 이사할 때마다 평생 이런 조치를 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인력과 예산이 추가로 필요한 문제니까요.

다른 성범죄자와의 형평성도 생각해 봐야 해요. 만약 조두순이 ‘어떤 근거로 나에게만 이런 추가 조치를 하냐’고 따져 물었을 때 말할 근거가 없는 거죠. 조두순은 이미 형량을 다 채웠고, 법원의 정보공개나 전자발찌 착용 명령을 따르고 있으니까요. (그의 입장에선) 이중처벌이라고도 볼 수도 있고요. 결국 조두순이 언론에서 보도되고 사람들 관심이 큰 성범죄자니까 더 신경을 쓰는 전시 행정식 조치라고 생각해요.

2020년 12월12일 출소한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경기도 안산시 법무부안산준법지원센터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The 3] 지난해 법무부가 추진했던 ‘거주제한법’을 시행하는 게 재범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 아니에요?

안지희 변호사: 먼저 거주제한법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는데요. 한국형 제시카법이라고 불리는 ‘고위험 성폭력 범죄자의 거주지 지정 등에 관한 법률’(거주제한법)의 원조는 미국 제시카법이에요. 성범죄자가 학교·공원으로부터 200피트(610m) 안에는 살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제시카법과 달리, 거주제한법은 성범죄자가 국가가 운영하는 시설에서 살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제시카법을 시행하는 미국에선 성범죄자가 살 지역을 고를 순 없지만, 적어도 어떤 집에서 살지를 선택할 자유는 있는 거죠. 정원이 있는 집, 넓은 집, 원룸 같은 집 중에서요. 한국의 거주제한법이 헌법에서 보장한 거주·이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이란 지적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고요.

​[The 4] 성범죄자 격리로 얻는 공익이 훨씬 커도 안 되는 거예요?

안지희 변호사: 범죄자를 가두는 방식이 공익에 맞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법이 시행되면 시설은 외진 곳에 만들어질 수밖에 없겠죠? 문제가 되는 시설도 없어야 하고, 주민들 반대도 적은 곳이어야 하니까요. 그러면 범죄자들의 직업 선택 자유가 침해받겠죠. 가족과 살 수 없고, 그곳에 산다는 낙인도 찍힐 거고요. 사회 구성원으로 편입되지 못하는 거죠. 강한 통제와 심리적 압박을 받다 보면, 사회에 대한 분노가 생기고 방화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봐요.

제시카법을 분석한 논문을 보면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데요. 성범죄자의 거주지 제한이 재범률을 낮추는 효과가 크지 않았다고 해요. 오히려 주민들 불안을 키웠고요. 성범죄자들이 도시 외곽으로 가게 되면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노숙자로 전락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해요. 이들이 어디서 사는지 불분명하니 추가 범죄를 저질러도 통제하기 어려워진 거죠. 범죄자들이 모인 지역에 살던 주민들이 떠나면서 그 지역이 슬럼화됐고요.

[The 5] 성범죄자와 한동네에 사는 주민과 학부모는 불안할 수밖에 없잖아요. 대책이 없을까요?

안지희 변호사: 성범죄자 관리라고 하면 보통 전자발찌를 채우거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걸 생각하잖아요. 조두순만 해도 이 조치가 시행되고 있고요. 시간과 돈이 들더라도 재범 위험이 있는 성범죄자에 대한 치료와 교육을 확실하게 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정신질환을 가진 범죄자들이 국립법무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치료감호가 대표적이에요. 검찰이 법원에 치료감호를 청구해, 법원이 결정을 내려야 하거든요. 근데 이게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2021년 정신질환 수용자가 약 5000명인데요. 2022년 1~8월 검찰이 소아성애자와 약물중독자 대상으로 신청한 치료감호 건수는 58건에 그쳐요.

화학적 거세로 불리는 성 충동 약물치료도 마찬가지인데요. 제도가 시행된 후 12년 동안 성 충동 약물치료 명령이 내려진 건 96건이에요. 1년에 10건도 집행되지 않은 거죠. 성범죄자의 재범 위험성을 평가하는 진단 도구의 신뢰가 떨어지는 문제도 개선해야 하고요. 지금 있는 평가 도구는 법원이 신뢰하지 않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재범 위험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와도 재판부가 이를 신뢰하지 않고 아동 성범죄자에게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하지 않은 사례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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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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