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토리] 'K-신스틸러'를 만나다…남명렬이 말하는 연극 속 '배우의 책임'
[※ 편집자 주 = '신스틸러'(scene stealer)란 어떤 배우가 출연 분량과 관계없이 주연을 뛰어넘는 큰 개성과 매력을 선보여 작품에 집중하게 하는 인물 혹은 캐릭터를 이르는 말입니다. 단어 그대로 등장만으로도 시선을 강탈한다는 뜻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연극으로 연기를 시작한 배우 중 드라마, 영화 등의 매체로 영역을 확대해 '신스틸러'로 활약하는 배우의 릴레이 인터뷰 콘텐츠를 연재합니다. 콘텐츠는 격주로 올라가며 한국의 연극출신 'K-신스틸러' 배우 아카이브로도 확장할 계획입니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 '신스틸러' 제작진은 배우 남명렬과 연극 평론가 김수미, 연극 연출가 김시번이 함께 한 인터뷰를 전편에 이어 공개한다.
▲ 남명렬 배우(이하 명렬) : (작년 7월 소신 발언은 배우 손석구와) 서로 논쟁한 게 아니다. 무대에서 연기하는 것에 대해 서로 생각이 다르다고 느꼈다. 연극 '라스트 세션'의 대사를 이용한 것뿐이다. 작가 C.S. 루이스가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에게 "인간은 원죄를 가지고 태어났고, 우리는 원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 오만함이란"이라고 말하는 대사가 있다.
▲ 김시번 연출가(이하 시번) : 대사였군요.
▲ 명렬 : '그 오만함이란'이란 한 문장만 페이스북에 딱 썼다. 그러고 보니 오해할 것 같았다. 그래서 '연극이라는 것은 객석과 무대가 일정한 거리를 갖고 있다. 객석에 대사를 전달하기 위해 속삭이는 여자가 있다면 관객이 속삭인다는 것을 느끼게 하면서 객석에 들릴 수 있는 대사법을 스스로 연마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댓글을 남겼다. 사랑을 속삭이는 말이 있을 때, 연출가가 '정말 속삭이지 않고 속삭이는 것처럼'을 요구한다고 해서 그것이 가짜 연기를 요구한 것은 아니라는 내용의 글을 썼다. 해당 배우의 생각을 존중한다.
▲ 김수미 평론가(이하 수미) : 선생님이 그렇게 발언해주시니까 (연기의 속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 명렬 : 연기의 속성은 기본적으로 가짜다. 연기를 한다는 것은 우리가 무대에서 다른 사람인 척하는 것이다. 그런데 적어도 연기하고 있는 모습을 객석에서 바라볼 때 '아 저 사람은 진짜인 것 같아'라고 느끼게 하는 것이 연기다.
▲ 시번 : 공개적으로 말씀해 주시면 후배, 연출자들은 굉장히 편해진다. (웃음) 선배님께서 명확하게 '이건 아니잖아'라고 집어주시는 게 필요하다.
▲ 명렬 : 나는 주로 연극을 했으니까, 나도 모르게 거리감 있게 대사를 한다. 소위 카메라 연기를 할 때는 그게 장애가 되기도 한다. 매체 연기에서 속삭일 때는 진짜 속삭여야 한다. 2007년에 드라마를 처음 했다. '커피프린스 1호점'이었고 주인공이 배우 공유였다. 아주 작게 대사를 하더라. 속으로 '내가 알아들을 수 있게 대사를 해야 받아주지, 대사를 작게 하나'하고 생각했다. 처음 모니터할 때 보니 공유의 연기가 매우 좋았다. TV에서 대사도 또렷하게 잘 들렸다. 그때 깨달았다. 어느 것이 좋고 나쁨이 없다. 환경에 걸맞은 연기 방식이 무엇인지를 고민해 연기 계획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
▲ 수미 :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 이야기하자면, 선생님 역할이 참 편안하게 느껴졌다.
▲ 명렬 : 김재엽 연출과 작가의 아버지 이야기를 쓴 것이다. 김 연출이 자기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굉장히 많이 하면서 대본을 구성했다. 그러니까 마치 내가 그 아버지의 삶을 같이 살았던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나도 모르게 그의 아버지가 내게 체화된 것 같았다. 무대에서 연기하는 것이 너무 편안했다.
▲ 수미 : 그런 과정으로 인물이 구축됐기 때문에 훨씬 살아있는 인물처럼 느껴졌다.
▲ 명렬 :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그랬는지 그 작품으로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받았다.
▲ 시번 : 연극의 매력을 한 마디로 얘기한다면.
▲ 명렬 : 어렵다. 어떻게 한 마디로 얘기할 수 있을까. 연극이든 영화든 TV 드라마든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 중 하나인 연극의 가장 큰 매력은 현장성으로 본다. 배우에게 느껴지는 매력은 무대에서 스스로 모든 것을 계획하고 오로지 나에 의해서만 구성된다는 것이다. 배우에겐 그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카메라에서 담기는 그 연기 속의 배우는 결국은 감독 혹은 PD의 필터에 의해 대중에게 전달된다. 그런데 연극은 오로지 배우의 책임에 의해, 배우의 연기에 의해 무대에 펼쳐진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기획·제작총괄 : 홍제성, 프로듀서 : 신성헌, 구성 : 민지애, 진행 : 김시번·김수미, 촬영 : 박소라, 스튜디오 연출 : 박소라, 촬영협조 : 매니지먼트아우어, 연출 : 김현주>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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