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두번 연속 금리 인하···한국도 발맞출 수 있을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9월에 이어 두번 연속으로 정책금리를 인하했다. 미국이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가고 있으나 한국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의 재선 이후 고환율 부담으로 미국과 금리 인하 기조를 발맞추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국 금리인하 사이클 재확인
트럼프 리스크 누그러질 수도
미 연준은 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발표한 성명에서 연방기금금리(FFR) 목표범위를 4.50~4.75%로 기존보다 0.25%포인트 내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3.25%)과 미국 금리 격차는 1.5%포인트로 좁혀졌다.
지난 9월 연준은 ‘빅 컷(0.5%포인트 인하’를 단행하면서 통화정책 방향을 ‘긴축’에서 ‘완화’로 돌아섰다.
연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최근 지표들은 경제 활동이 계속 견고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올해 초부터 노동시장 상황은 전반적으로 완화됐고, 실업률은 상승했지만,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은 FOMC의 2% 목표를 향해 진전을 이뤘지만,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FOMC는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을 위한 리스크가 대체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성명문에는 지난번에 실렸던 인플레이션이 목표 2%를 “더 크게 확신한다”는 문구가 삭제됐다. 금융시장 안팎에서는 ‘확신 문구’ 삭제를 두고 트럼프의 정책이 구체화된 이후 물가가 다시 오를 가능성을 염두해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연준의 금리 인하는 어느 정도 예상된 일정이었다. 이미 연준이 지난 9월 향후 금리 전망을 말하는 점도표에서 전망치를 기존 5.1%에서 4.4%로 낮추면서 연내 추가 금리 인하가 예고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트럼프의 사퇴 요구에도 그만두지 않겠다는 발언에 시장은 안도하는 모습이다. 미국 뉴욕 증시에서 S&P500 지수는 전날보다 0.74% 올랐고, 나스닥 지수는 1.51% 상승했다. 두 지수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금리인하 사이클이 재차 확인되었고 통화정책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는 파월의장 해임 사태의 발생 가능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서 트럼프 트레이드 여파로 급등 중이던 국채 금리는 다소 숨 고르기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리스크가 다소 희석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은행 금통위는 11월 28일
금리 내리긴 어려울 듯
한국은행은 이번 미국 대선과 FOMC가 금융·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비교적 제한적이었다면서도 향후 변동성을 예의주시겠다고 했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의 당선 이후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이틀간 상승세를 이어가다 그의 당선 확정이 사흘째 된 이날 들어 하락세를 전환됐다. 이날 오전 10시 3분 현재 서울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10.25원 떨어진 1386.35에 하락 거래중이다. 엔·달러 환율도 전날보다 0.96엔 떨어진 153.09엔에 하락 거래중이다. ‘강 달러’ 현상이 다소 누그러진 모양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이날 한은에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미 대선 직후 국내 금융·외환시장에서는 환율이 상승하였다가 상당부분 되돌려졌으며 금리·주가 등 여타 가격변수의 변동폭도 비교적 제한적이었다”면서도 “향후 글로벌 성장·물가 흐름과 주요국 통화정책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세부내용 등에 따라 외환·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관심은 한국으로 모아진다. 한은의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달 28일에 열린다.
금통위는 지난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당장 금리인하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0.1%에 머물러 경기 부진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물가는 1%대까지 떨어져 금리 인하 여건이 갖춰져 있다. 그러나 가계부채 우려가 여전하고 최근 들어 환율 부담도 커져 금리를 연이어 낮추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제기된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를 빠르게 할 단계는 아니지만, 금리 인하 사이클을 유지할 필요는 있다”며 “11월 금통위에서 동결이 유력하지만 3개월 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둘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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