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텔스기 중국 첫 착륙…아시아 제공권 경쟁 시작됐다 [박수찬의 軍]
동아시아 하늘이 서서히 달아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미일 3국이 미국산 F-35 스텔스 전투기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스텔스 동맹’에 맞서 중국과 러시아의 ‘스텔스 밀월’이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중국도 자국산 전투기를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기존 J-20외에도 J-35A 스텔스기와 더불어 항모에 탑재하는 J-15T 전투기까지 등장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이 파병과 무기 지원을 토대로 러시아와 군사적 밀착을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첨단 기술 협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와 중국의 첨단 전투기
Su-57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집권 이후 F-22와 맞먹는 성능을 지닌 전투기를 개발, 냉전 시절 옛소련처럼 미국과 제공권 경쟁을 하겠다는 러시아의 의지가 담긴 무기다.
이를 위해 러시아는 자국이 보유하고 있던 첨단 기술을 대거 투입했다. 덕분에 Su-57은 F-22, F-35로 대표되는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의 특징을 갖췄다는 평가다. 최고 속도는 마하 2(시속 2130㎞)로서 항속거리는 3500㎞, 조종사 1명이 탑승한다.
F-22보다 면적이 넓은 것으로 보이는 내부 무장창을 설치해 외부 부착물에 의한 레이더파 반사를 줄였다. 중국에 Su-57이 등장하면서 기체 측면 무장창이 노출됐는데, 주날개에 가까운 곳에 있었다.
추력편향노즐과 고성능 디지털 비행제어 시스템을 통한 고기동 능력, 고성능 엔진에 의한 초음속 순항 기능을 갖췄다. 복합재를 많이 적용해 기체 중량을 가볍게 하면서도 강도를 유지했다.
Su-35에 쓰이는 레이더를 개량한 능동전자주사식(AESA) 레이더, 다양한 센서에서 수집한 정보를 융합하는 기능도 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당시 공개된 기체나 우크라이나 전쟁 전에 모습을 드러냈던 기체들을 보면 표면 처리가 매끄럽게 되어 있다.
Su-57의 진정한 문제는 기체 내부에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까진 독일 등 서방에서 부품을 합법적으로 조달할 수 있었지만, 전쟁 직후 서방의 제재로 수입이 막혔다. 이는 양산에도 차질을 준다.
조달이 어려운 부품은 밀수를 하거나 중국산으로 대체해야 하는데, 밀수는 구매량이 적고 값이 비싸며 그나마도 복제품이 반입될 위험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에도 이중용도 제품이나 각종 기계, 반도체 등을 러시아에 공급하는 중국은 러시아에 대체 부품을 제공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러시아는 이번 주하이 에어쇼에 Su-57을 소개해서 수출 판촉 활동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방의 제재로 양산에 문제를 안고 있으며, 중국산 기체보다 수출 가격이 높고 적용된 기술이 잠재적 고객에게 낯설다는 점에서 수출성과가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중국도 주하이 에어쇼에 차세대 스텔스기 J-35A를 공개한다. 2014년 공개됐던 J-35A는 중국의 5세대 스텔스기다. 2017년 첫 실전 배치된 5세대 스텔스기 J-20에 이어 개발됐다.
외형과 이름 측면에서 미국 F-35를 의식한 것처럼 보이는 J-35A의 등장은 중국이 미국처럼 두 종류의 스텔스기를 보유하게 됐다는 의미를 지닌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J-35A는 2010년대 초에 FC-31이라는 수출용 기체로서 모습을 드러냈다. 2016년쯤 대대적인 개선이 적용된 기체가 나타났고, 수년전부터 J-35A와 비슷한 형태가 등장했다.
J-35A는 F-35를 의식한 느낌이 강하다보니 중국이 복제했다는 주장도 있다. 이같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기계인 F-35는 복제가 불가능하다.
다만 특정 개념이나 기술은 모방할 수 있다. F-35의 전자광학장치(EOTS)와 유사한 것이 동체에 있고, 조종석에는 광각 전방시현기(HUD)로 보이는 것이 있다.
F-35와는 다른 부분도 많다. F-35는 지상 활주로와 강습상륙함, 항공모함에서 운용하므로 수직이착륙기능 탑재까지 고려해서 개발됐다.
정확한 도입 단가는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J-35A는 J-20보다 저렴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J-20보다 낮은 가격에 더 많은 스텔스기를 배치할 수 있다면, 중국 공군의 전력 증강은 한층 쉬워진다.
디만 해외 시장에선 성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다. 스텔스기 도입을 원하는 국가는 제한되어 있고, 대부분 F-35를 선정한다. 중국산 전투기를 운용하는 파키스탄 정도를 제외하면 수출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
엔진 등에서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중국은 지속적으로 생산 및 배치하면서 문제점을 개선하고 파생형 기체를 만드는 모양새다.
전자전형으로 알려진 J-15D과 더불어 차세대 항모에 탑재할 J-15T도 주하이 에어쇼에 등장하게 됐다. 푸젠호에 쓰일 J-15T는 착륙장치 등에서 일부 개량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만든 차세대 항모 푸젠호는 기존 항모인 랴오닝·산둥호가 스키 점프대를 이용해 함재기를 이륙시키는 것과 달리 전자기식 사출기(캐터펄트)를 사용한다. 이를 통해 무장탑재량이나 항속거리를 더 늘릴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재래식 군사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는 러시아가 자국의 최신 전투기인 Su-57을 중국에 보내고, 중국이 자국산 스텔스기를 선보이는 것은 미국을 겨냥한 메시지다.
한미일의 F-35에 맞서 중국 J-20·J-35A와 러시아 Su-57를 앞세워 동아시아는 물론 글로벌 차원에서의 제공권 경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스텔스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한미일과 중국·러시아의 경쟁이 동아시아에서 한층 강도높게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국도 F-35A 도입 외에 F-15K 성능개량과 감시정찰 전력 증강 등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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