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가장 의미 있는 타석은 2020년 9월 MLB 마지막 타석"
(인천=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추신수(42)는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 723경기 3천145타석을 거쳐 빅리그에 입성한 뒤 16년 동안 1천652경기 7천157타석에 섰고, 2021년 한국 KBO리그로 와 4시즌 동안 439경기 1천843타석을 보탰다.
프로야구 선수로 한국과 미국에서 정규시즌 1만2천145번 타석에 선 추신수에게 '가장 기억에 남은 한 타석'은 메이저리그(MLB)에서의 마지막 타석이었다.
추신수는 7일 인천 연수구 송도 경원재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MLB 첫 타석(2005년 4월 22일)에 설 때는 너무 어려서 즐기지 못했다"며 "내게 가장 의미 있는 한 타석을 꼽는다면, MLB 마지막 타석"이라고 운을 뗐다.
2020년 9월 28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벌인 MLB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경기에 텍사스 레인저스의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1회말 3루수 쪽으로 굴러가는 번트 안타를 쳤다.
1, 2루 사이에 야수를 집중한 휴스턴 수비 시프트의 허를 찌르고, 1루로 전력 질주한 추신수는 베이스를 밟은 뒤 왼쪽 발목 통증을 호소했다.
곧이어 대주자 윌리 칼훈에게 1루를 양보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왔다.
당시 MLB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고자 '무관중' 경기를 치렀지만, 텍사스 구단은 추신수의 아내 하원미 씨와 자녀 3명을 초청했다.
가족들은 그렇게 추신수가 텍사스와 작별하는 장면을 관중석에서 지켜봤다.
현역 연장 의지가 강했던 추신수는 MLB 구단의 영입 제의를 받았지만, 2021년 한국프로야구 SSG 랜더스행을 택했다.
결국, 추신수는 빅리그 마지막 타석을 '투혼의 기습번트'로 장식했다.
4년이 지나 현역 은퇴를 결심한 추신수는 "코로나19 때문에 텍사스 팬들에게 인사조차 하지 못하고 마지막 타석에 서야 했다. 그래도 텍사스와 이별을 벤치에서 하고 싶지는 않았다"며 "당시에도 부상을 앓고 있어서 사실 배트를 드는 것도 어려웠다. 의사가 만류했는데, '무조건 번트만 대겠다'고 약속하고 타석에 섰다"고 떠올렸다.
KBO 사무국과 프로 구단은 1999년 이전 해외에 진출한 선수가 한국프로야구에 데뷔하려면 무조건 신인 드래프트를 거쳐야 한다는 규약을 개정해 2007년 해외 진출 선수 특별 지명 회의를 열었다.
당시 SK 와이번스(SSG 전신)는 '추신수 지명권'을 획득했고, SSG가 '창단 첫 해'에 정용진 구단주까지 나서 추신수를 영입했다.
추신수는 "한국에서의 4년은 개인 기록은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2022년 와이어투와이어 정규시즌 우승과 통합우승을 이뤘다. 많은 걸 배운 시간이기도 했다"며 "무엇보다 홈 인천 팬들에게 인사드릴 기회를 얻어 감사했다"고 밝혔다.
SSG가 올해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를 치른 9월 30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추신수는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팀이 7-1로 크게 앞선 8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 타석으로 들어섰다.
추신수는 관중석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고, SSG 팬들은 환호로 반겼다.
아내 하원미 씨와 딸 추소희 양은 눈시울을 붉힌 채 추신수를 바라봤다.
추신수는 22살이나 어린 김연주(20)의 직구를 공략했으나 2루수 앞 땅볼로 물러났다.
범타로 물러난 추신수를 향해서도 팬들은 함성을 내질렀고, 추신수는 다시 한번 헬멧을 벗고 인사했다.
SSG 선수들은 더그아웃 앞에 도열했고, 이숭용 감독은 추신수에게 꽃다발을 안겼다.
추신수는 애써 웃었지만, 눈시울이 점점 붉어졌다.
이렇게 타자 추신수는 그라운드와 작별했다.
추신수는 "감정이 북받친 건 사실이다. 경기 중에는 표현하기 싫어서 눈물은 참았다"며 "텍사스에서는 팬들께 인사를 전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인천 팬들께는 그라운드 위에서 인사드리게 돼 다행이었고 감사했다"고 떠올렸다.
추신수는 2020년까지 빅리그를 누비며 1천652경기, 타율 0.275(6천87타수 1천671안타), 218홈런, 782타점, 157도루를 올렸다.
출장 경기, 안타, 홈런, 타점, 도루 모두 '코리안 빅리거 최다 기록'이다.
20홈런-20도루 달성(2009년), 사이클링 히트(2015년) 등 MLB 아시아 최초 기록도 세웠다.
KBO리그에서는 4시즌만 뛰어 돋보이는 누적 기록(타율 0.263, 396안타, 54홈런, 205타점, 51도루)은 작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타자 부문 최고령 기록을 모두 바꿔놨다.
한국에 오자마자 2021년에 21홈런-25도루를 기록해 최고령 20홈런-20도루 기록을 세웠다.
20홈런-20도루 달성 당시 추신수는 39세 2개월 22일로, 양준혁이 2007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작성한 38세 4개월 9일을 1년 가까이 넘어섰다.
은퇴를 예고하고 시작한 2024시즌에는 펠릭스 호세(전 롯데 자이언츠)가 보유했던 KBO리그 최고령 타자 출장, 안타, 홈런, 타점 기록을 모조리 바꿔놨다.
추신수는 KBO 타자 최고령 출장(42세 2개월 17일), 안타(2024년·42세 1개월 26일), 홈런(2204년·42세 22일) 기록의 새 주인이다.
"다시 태어나도 야구 선수로 뛰고 싶다"는 추신수는 2025시즌 초에 인천으로 와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한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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