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쉬어야 하는가’ 의식하고 쉬어야 진정한 휴식[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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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시인, 공연예술가 등으로 활동하는 저자는 자칭 '낮잠의 주교'다.
내일 출근하기 위한 수면, 오후 업무를 위한 낮잠은 휴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진정한 휴식의 핵심은 '의식'이다.
저자는 흑인 여성으로서, 인종차별과 여성억압 등으로 나타난 체제가 자신의 몸과 마음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의식하는 것이 휴식이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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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샤 허시 지음│장상미 옮김│갈라파고스
미국에서 시인, 공연예술가 등으로 활동하는 저자는 자칭 ‘낮잠의 주교’다. 신학대학원 졸업반 시절 기획한 ‘집단 낮잠’이라는 행사가 예상 밖의 호응을 받은 것이 계기였다. 서로 처음 만난 40여 명이 바닥에 누워 자며 휴식을 하는 단조롭기 그지없는 행사였다. 그런데 적게는 서너 명, 많게는 100여 명의 인원이 다양한 자리에서 집단 낮잠을 이어갔다. 저자는 잠시나마 함께 삶의 속도를 늦추자는 데 공명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낮잠 사역단’이라는 단체를 만들고 써내려간 이 선언문을 통해 휴식을 설교한다.
‘Rest Is Resistance’(휴식은 저항이다)라는 라임 맞는 선언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책이다. 휴식을 엄밀히 정의하거나 휴식법을 시시콜콜 열거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너무 많은 말들이 쏟아지고 있기도 하다. 저자는 그 모든 휴식 관련 유행어를 부정하고, ‘진정한 휴식’을 하는 이는 거의 없다고 단언한다. 내일 출근하기 위한 수면, 오후 업무를 위한 낮잠은 휴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충전과 휴식은 다르다. 스마트폰 스크롤을 더 많이 내린다 해서 더 많이 쉬는 기분이 드는 것도 아니다.
저자에 따르면 진정한 휴식의 핵심은 ‘의식’이다. 휴식은 체제를 의식하는 시간이다. 저자는 흑인 여성으로서, 인종차별과 여성억압 등으로 나타난 체제가 자신의 몸과 마음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의식하는 것이 휴식이라 말한다. 그 시간 동안 체제의 작용을 늦추고, 더 나아가 작동까지 멈추는 상상도 해봐야 진정한 휴식이다. 어느 휴식시간에 저자는 눈을 감고 아버지를 생각했다. 같은 직장의 백인들보다 몇 배씩 과로를 버티던 아버지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흑인 노예를 억누른 인종차별이 아버지를 거쳐 저자 자신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병원도 가지 못한 채 노예 노동을 하다가 그 자리에서 출산해야 했던 여성 조상의 억압도 느낀다. “휴식 시간 동안 우리는 시간을 구부릴 수 있다.”
눈을 뜨려면 먼저 눈을 감아야 한다. 각자 자신을 다르게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야만 휴식이다. 그래서 저자는 낮잠 사역단의 활동을 ‘상상의 사역’이라고 표현한다. 침대·소파·욕조·해먹 등 어디서든, 명상이나 기도를 하든 잠에 취하든 음악을 듣든 자유롭게 쉬면 된다. 다만 휴식해도 되는지 타인의 허락을 구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선뜻 다가와 휴식(저항)하라고 말해줄 이는 어차피 없다. 쉬는 동안 남들보다 뒤처지면 어쩌나 하는 자신의 불안을 떨치는 것부터가 저항이다. 212쪽, 1만7000원.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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