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노벨경제학상 ‘단상’…제도 효과에 눈돌린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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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원론 첫 장에 나오는 생산(혹은 경제발전)의 3대 요소, 즉 자본·노동·기술 외에도 중요한 요소가 또 하나 있다.
경제적 행동의 동인(動因)은 시장(자유·개인)인가 제도(구조·집단)인가? 이 갈등과 조화 문제를 어떻게 사유하고 설명할 것인가는, 경제학을 포함해 근대 이후 거의 모든 사회과학 사상의 근본적인 물음이었다.
여러 비시장적 요인이 시장에 미치는 강력하고 긍정적인 '제도의 효과'를 많은 경제학자는 이미 충분히 깨닫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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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완의 글로벌 경제와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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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원론 첫 장에 나오는 생산(혹은 경제발전)의 3대 요소, 즉 자본·노동·기술 외에도 중요한 요소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제도’다. 자본주의 태동 이후 전세계 여러 나라의 200년간 경제번영 또는 실패(후진성)에 관한 풍부한 역사적 경험이 이것을 증명해준다.
여기서 제도는 ‘포용적 혹은 착취적’인 각종 정치·경제·사회적 제도를 말한다. 2024년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다론 아제모을루 연구팀 3인(아제모을루·사이먼 존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교수)의 주요 연구 업적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경제적 행동의 동인(動因)은 시장(자유·개인)인가 제도(구조·집단)인가? 이 갈등과 조화 문제를 어떻게 사유하고 설명할 것인가는, 경제학을 포함해 근대 이후 거의 모든 사회과학 사상의 근본적인 물음이었다. 기존의 주류 근대발전연구자들은 애덤 스미스 <국부론>의 길을 따라, 전통적으로 경제번영(성공) 사례에서 발전 과정의 불씨를 찾았다. 그 결과 정립된 간단한 성장모형 함수가 몇 개의 변수(자본량·인구·저축률·기술진보)로 구성된 솔로 기본방정식이다.
아제모을루의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2012)는 오히려 발전에 실패한 국가들의 사례를 추적한다. 경제발전 모형에 ‘제도’를 주요 변수로 집어넣어 그 상관계수를 실증하면서 “신석기혁명 이래 주요 정치·경제적 발전상을 설명하는 데 유용한 이론”으로 ‘착취적 경제제도’와 ‘포용적 경제제도’를 제시했다.
포용적 경제제도는 사유재산이 확고하게 보장되고, 누구나 교환 및 계약이 가능한 공평한 경쟁 환경을 보장하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며, 새로운 기업의 참여를 허용하고, 개인에게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한다. 그리고 이런 제도를 만들고 집행하고 명령할 수 있는 강압적 역량을 가진 것이 ‘정부’라는 또 다른 제도다.
요컨대 포용적 경제제도는, 정부가 필요할 뿐 아니라 정부에 의존하고 정부를 이용한다. 포용적 경제제도는 ‘포용적 시장’의 발달로 이어져, 자원이 한층 더 효율적으로 배분되고 “교육을 받고 기술을 습득하려는” 의욕에 불을 지피면서 기술혁신을 증진한다.
사실은 시장도 엄밀하게는 하나의 ‘사회적 제도’로, 본질적으로 공동체의 규율과 통제를 받아야 하는 제도다. 즉 시장 논리에는 신용이나 계약의 강제 같은 비시장 논리가 뒷받침돼야 하고, 자연환경·가족·국가와 같은 비시장적 제도의 기초 위에서만 혹은 그것과 상호작용함으로써만 시장 논리는 작동된다.
여러 비시장적 요인이 시장에 미치는 강력하고 긍정적인 ‘제도의 효과’를 많은 경제학자는 이미 충분히 깨닫고 있었다. 사람들은 제도가 만들어놓은 ‘홈이 파인 길’을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데, 여기서 제도란 “인간들이 고안한, 인간행동에 관한 공식적·비공식적 제약”(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더글러스 노스)으로 이해된다.
제도는 불에도 잘 녹지 않는 동전 같으면서도 우리 몸에 박힌 규율 같은 가시이기도 하다. ‘제약이 성과를 낳는다’는 주장은 전통적인 경제학 틀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일종의 역설이다.
제도가 자생적 질서로 구축되고 나면 다시 인간들의 상호작용을 일정한 방향으로 유형화시키고 제약해 기회주의적 행동이나 타인을 고려하지 않는 의사결정, 분배를 둘러싼 타인과의 갈등 문제를 완화하거나 해결할 수 있다고 제도경제학자들은 주창해왔다. 시장이 수요–공급 변동 같은 가격 신축성을 개선해 이득을 얻는 것과 달리, 제도는 오히려 그것을 강제로 제약함으로써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것이다. 2024년 노벨경제학상이 제도의 실행과 이점을 탐구한 경제학자에게 돌아갈 거라는 예측은 이미 꽤 많았다고 한다.
한겨레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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