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10배 오를 때, 50배 오른 카바나…‘메기’인가 ‘밈’인가

한겨레 2024. 11. 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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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재무제표로 읽는 회사 이야기
미국 중고차 시장의 메기인 카바나는 고객이 온라인으로 차를 구매한 뒤 ‘자동차 자판기’라는 주차빌딩 형식의 건물에서 고객이 차를 수령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자동차 자판기’ 모습.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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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부터 미국 주식시장에서 ‘대장주’를 꼽으라면 단연 엔비디아일 것이다. 2년 동안 무려 10배가 올랐다. 그런데 2년 동안 50배가 오른 주식이 있다. 엔비디아도 울고 갈 상승률이다. 바로 ‘카바나’(Carvana)라는 중고차 판매 회사다. 이 회사를 설명하기 전에 먼저 미국의 자동차 시장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대한민국의 대략 100배에 이르는 면적을 갖고 있다. ‘천조국’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미국의 땅은 대부분 개발된 상태이며 도로가 촘촘하게 놓여 있다. 그럼에도 대도시를 제외하곤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다. 따라서 미국에서 자동차의 지위는 필수재를 넘어 의식주와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23년 미국에서 판매된 신차는 1600만 대 수준이었다. 이는 전세계 판매량의 20%에 이른다. 이 신차 시장과 양대 산맥을 이루는 것이 중고차 시장이다. 2023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 팔린 중고차는 4천만 대에 이른다. 중고차 평균 판매가격이 신차보다 낮은데도 총 시장 규모가 신차 시장보다 크다.

카맥스보다 높은 시가총액

미국 중고차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회사는 카맥스(CarMax)다. 2023년 한 해 동안 약 40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카바나는 카맥스 매출의 절반을 기록했다. 그런데 시가총액은 카바나가 약 30조원으로 카맥스보다 10조원가량 높다.

미래 성장성을 높이 사는 테크 기업에서는 매출이 적지만 시가총액은 높을 수 있다. 그러나 중고차 시장은 소매업종임에도 시가총액이 역전됐다는 것은 재미있는 현상이다. 카바나를 소개하고 그들의 성장 전략을 살펴보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카바나는 중고차 판매를 온라인 영역으로 끌어올린 회사다. 미국의 일반적인 중고차 업체는 드넓은 대지에 중고차를 빽빽이 주차해놓고 딜러와 소비자가 직접 대면한다. 카맥스의 경우 미국 전역에 약 250개의 중고차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카바나는 별도의 매장이 존재하지 않는다. 고객이 온라인으로 차를 구매하면 카바나가 고객에게 직접 배달한다. 또는 ‘자동차 자판기’라는 주차빌딩 형식의 건물에서 고객이 차를 수령한다. 여기서도 이미 고객은 온라인을 통해 차를 구매한 상태여야 한다.

이런 사업 구조는 고정자산 비중을 낮춰준다. 카바나의 매출 대비 자산 비율은 1.5다. 반면 카맥스의 비율은 1 정도다. 이는 카바나가 동일한 자산으로 더 높은 매출을 창출한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전통적인 중고차 업체에 비해 비용 절감이 극대화되는 것이다. 매장 임대, 직원 고용 등의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시스템은 고객 유인을 이끈다. 경쟁사와 비교해 더 좋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어서다. 최근 카바나가 몇 년 동안 기록한 큰 성장의 동인이다.

카바나가 상장된 2017년 기록한 매출은 약 1조원이었는데, 2023년 매출은 15조원에 달했다. 6년 만에 15배나 성장한 셈이다. 이 기간에 업계 1위 카맥스의 매출은 20조원에서 40조원으로 성장했다. 20배 차이가 나던 매출이 매우 좁혀졌다.

성장세는 주가에도 반영된다. 카바나의 매출은 아직 카맥스에 비해 절반에 불과하지만 시총은 카바나가 3배 높다. 마치 테슬라와 기존 내연기관차 브랜드의 대비를 연상시키는 모습이다. 미래의 기대를 지금의 시가총액에 ‘당겨 온’ 것이다.

앞서 말한 기대를 안고 카바나의 시가총액은 코로나19 시기에 한때 100조원까지 올랐다. 코로나19 이전 시가총액이 20조원이었으니 5배나 치솟았다. 그런데 2022년 12월 카바나의 시가총액은 1조원까지 폭락했다. 고점 대비 99% 하락한 것이다.

코로나19로 풀린 유동성을 조이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주식이 반토막이 났지만 유독 카바나의 하락은 심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금리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금리 인상은 소비자의 지갑을 닫게 했다. 게다가 자동차 대출금리도 대폭 인상됐다.

중고차 업황이 안 좋아졌음에도 카바나는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해 큰 폭의 대출까지 일으켰다. 이에 부채 수준도 매우 높아졌다. 2020년 말 기준으로 총자산 약 4조원 중 부채는 약 2조5천억원으로 부채비율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나 2022년 말에는 총자산 10조원 중 부채가 9조원에 달했다. 자산의 대부분이 부채로 구성돼버린 것이다.

금리 인상기의 급격한 부채 증가는 이자비용의 대폭 증가를 의미한다. 이에 2022년 카바나의 영업손실은 2조원에 달했다. 이 시기에 애널리스트들은 카바나의 파산까지 점쳤을 정도였다.

지옥에서 살아난 카바나

금리 인하는 다시 기회를 불러일으켰다. 카바나는 부채 축소를 위해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행했고, 부채를 3조원가량 감소시켰다. 금리 인하로 인한 매출 증가와 이자비용 감소에 따라 매 분기 실적이 폭발했다. 다시 투자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1조원까지 떨어졌던 시가총액은 50조원까지 올랐다. 그런데 영업의 회복에 비해 시가총액의 성장이 너무 높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 원인 중 하나는 카바나가 미국의 개미들에게 ‘밈 주식’으로 평가되는 데 기인한다고 한다.

카바나는 미국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레딧(Reddit)에서 게임스탑 등과 함께 입소문을 탄 ‘밈 주식’이다. 레딧 누리집 등에서 입소문을 탄 주식들은 작은 호재에도 큰 주가 상승을 일으킨다. 주가가 50배 상승한 데는 거품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밈 주식’으로 평가받는 부분에 대해서는 필연 하락이 뒤따를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카바나는 중고차 시장에서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회사다. ‘밈 주식’의 거품이 꺼지는 흐름과 성장세가 지속되는 흐름이 언젠가는 만날 접점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일 것이다.

찬호 공인회계사 Sodoh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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