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산업 죽이는 민주당의 ‘무기 수출 이중규제법’ [전영기의 과유불급]

전영기 편집인 2024. 11. 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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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전영기 편집인)

민주당이 11월4일 의원총회에서 "무기를 수출할 때 국회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는 입법안(방위사업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압도적인 의석에다 우선 순위마저 높아졌으니 법안은 신속하게 통과될 것이다. 하지만 법안의 내용이나 법리가 정당해 보이지 않는다.

내용 면에서 보면 법안은 침체기에 빠진 한국 경제에서 세계시장을 가장 빠른 속도로 잠식해 들어가고 있는 거의 유일한 종목인 방위산업에 이중규제 굴레를 덧씌웠다. 달리는 말에 딴지를 건 셈이다. 2023년 130억 달러였던 무기 수출액은 2024년 200억 달러(예상·26조원)로 급증했다. 내년도 우리나라 예산 670조원의 4%에 해당하는 규모다. 민주당의 느닷없는 무기 수출 규제 방침으로 한국 최고의 효자 산업이 순식간에 얼어붙게 생겼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운데)가 10월31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대통령-명태균 통화 녹취를 공개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26조 수출' 효자 산업, 순식간에 얼어붙을 판

법리 면에서는 '파병'이나 '선전포고' 등과 같이 절대적으로 국가 안위에 영향을 미치는 대통령의 행위에 국회 동의가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헌법은 일일이 그 대상들을 나열해 적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별도로 새 입법을 통해 '무기 수출' 항목까지 국회가 동의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은 입법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본다. 사안의 크기와 경중을 무시하고 보이는 족족 국회가 동의권을 행사하겠다면 행정부가 설 곳은 없지 않은가.

입법부와 행정부의 경계가 흐릿해지면 헌법의 3권 분립 체계가 흔들린다. 국가가 혼란에 휩싸이고 경제는 피폐하며 국민 생활 또한 여간 불편해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민주당은 형사 피고인 지위에 있는 당대표를 보호하기 위해 수십만 당원을 동원해 사법부에 '무죄탄원 촉구'라는 희한한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런 터에 민주당이 국가경제와 자주국방의 근간인 무기 수출에까지 타격을 주면서 행정부 권한을 침해한다면 헌법 3권을 쥐고 흔드는 1인 독재당이라는 오해를 피하기 어렵다.

내용과 법리 문제 외에 입법 의도에서도 그냥 넘기기 어려운 대목이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전투장비 및 탄약, 무기 등을 수출할 때 그 나라와 대립하고 있는 상대국과의 관계가 나빠지면서 국익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입법 의도를 설명했다. 한눈에 보더라도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수출할 경우 그 나라와 대립하고 있는 북한(러시아의 동맹 참전국)과의 관계가 나빠질 것을 우려해 무기 수출을 통제해야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북한이 딱 좋아할 법" "북한군 다칠까 전전긍긍"…댓글 수두룩

1970년대에 시작된 한국의 자주국방→방위산업 경로는 태생 자체가 6·25와 같은 북한의 전면 남침 혹은 김신조 부대와 같은 게릴라 공격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지금의 북한 김정은이 김일성이나 김정일 시대보다 훨씬 강렬한 대남 적대 정책과 핵사용 협박을 일삼고 있음은 모두 아는 바와 같다. 그런 북한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자국 국민을 지킬 무기 산업의 성장·확대를 중지시키겠다면 포악한 맹수 앞에서 있는 발톱마저 빼버리고 굴복하자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 그래서 그런지 무기 수출 통제법안 보도에 달린 댓글들은 거의 대부분 "북한군 다칠까봐 전전긍긍" "북한이 딱 좋아할 법이네" "그러고도 종북세력이 아니라고?" "민주당은 왜 북한에 찍 소리도 못 하는 걸까" "수출도 허락 맡아 사업해야 하나" 같은 내용들이었다.

물론 필자는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수출해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게 아니다. 한국을 적국으로 간주하는 북한이 국내외 어디서든 무슨 일을 벌일지 알 수 없기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대비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대적(對敵) 무기 수출'은 행정부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지만 국회가 제도적으로 원천봉쇄하는 것은 과하다. 신중이 지나치면 자해가 된다.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의원은 육군 대장 출신 김병주, 국정원 기조실장 출신 박선원, 국방부 대변인 출신 부승찬 등 10명이다. 

전영기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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