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부진 속 상장 대박 친 백종원 더본코리아
"‘흑백요리사2' 나오면 더 잘될 것 같아서 팔까 말까 고민된다."
요리연구가이자 외식사업가 백종원 대표의 더본코리아 상장을 두고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서 나온 반응들이다. 더본코리아가 11월 6일 코스피에 성공적으로 상장되면서 백 대표가 4000억 원대 상장 주식을 보유한 주식 자산가가 됐다. 이날 공모가 3만4000원을 훌쩍 뛰어넘은 4만6350원에 거래를 시작한 더본코리아는 장 초반 투자자가 대거 몰리며 개장 5분 만에 주가가 6만4500원까지 치솟았다(그래프 참조). 장중 6만 원 정도에서 등락을 거듭하다가 공모가보다 51.2% 오른 5만14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시가총액으로는 7435억 원이다. 백 대표는 더본코리아 주식 879만2850주(60.78%)를 가진 최대주주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백 대표의 주식가치는 4519억여 원에 이른다.
죽으려고 간 홍콩에서 사업 의지 다져
더본코리아는 1994년 설립된 외식 브랜드 운영 기업이다. 2023년 기준 외식사업 매출이 85.9% 비중에 이르러 가장 크다. 외식사업은 프랜차이즈 가맹 사업으로 빽다방, 홍콩반점, 새마을식당 등 25개 브랜드가 있다. 국내 점포수는 약 2900개다. 9월 더본코리아가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빽다방 매출은 전체 매출 중 37%로, 25개 외식 브랜드 가운데 가장 높다.
백 대표는 더본코리아 설립 전인 1983년 인테리어 업체와 쌈밥집을 동시에 운영했다. 시작은 순조로웠다. 쌈장부터 대패삼겹살, 볶음밥까지 개발하며 자리를 잡았다. 그러다 지인 권유로 미국 건축자재 수입을 독점하는 목조주택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1997년 외환위기로 17억 원에 달하는 빚을 졌다. 극단적 선택을 결심한 그는 마지막 여행으로 홍콩행 비행기표를 끊었다. 죽으려고 간 곳에서 맛있는 오리고기 음식을 먹은 백 대표는 사업 의지를 되살렸다고 한다. 이후 그는 하루에 4시간만 자면서 쌈밥집과 주점을 운영했고, 다시 일어서 오늘날 더본코리아를 만들었다.
더본코리아는 2018년부터 상장을 추진했으나 코로나19 사태에 막혀 한 차례 연기했다. 그러다 창립 30주년인 올해 다시 기업공개(IPO)에 나섰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등 방송 프로그램으로도 유명한 백 대표였기에 더본코리아는 공모주 청약 단계부터 많은 관심이 쏠렸다. 일반 투자자 대상으로 진행한 공모주 청약에서 772 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증거금만 11조8238억 원에 달했다. 더본코리아는 희망 공모가를 3만4000원으로 책정했다. 더본코리아 청약에 성공한 하모 씨(27)는 "백종원이 확실한 호재라 보고 고민 없이 투자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유의미한 해외 매출 지켜보자"
더본코리아 상장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다. 최근 국내 IPO 시장은 '개미지옥'으로 불릴 만큼 부진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초대형 공모주로 꼽히던 케이뱅크도 수요 예측 부진과 시장 환경 등을 이유로 상장을 내년으로 미뤘고, 10월 24일 이후 상장된 모든 새내기 종목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았다. 실제 더본코리아 상장 전날 코스닥에 데뷔한 에이치이엠파마는 첫날부터 28% 넘게 급락하기도 했다.
더본코리아 내부 직원이 자사주를 살 수 있는 우리사주조합 청약은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11월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더본코리아 우리사주조합은 배정 물량인 60만 주 중 35%인 21만 주를 채우는 데 그쳤다. 우리사주로 사들인 주식은 보호예수가 걸려 있어 주식을 팔려면 1년간 기다려야 한다. 임직원들은 1년 이후 성장성을 고려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청약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 더본코리아 직원 A 씨는 "1년 매매 금지만 아니었으면 '풀매수'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더본코리아의 주 수입원이 아직은 국내에 있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더본코리아의 2023년 영업이익률은 6.2%, 순이익률은 5%로 국내 경쟁 업체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며 "국내 사업의 경우 수익선 개선보다 외형 성장을 통해 절대 이익 규모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심은지 하나증권 연구원은 "아직 해외 매출은 제한적인 만큼 유의미한 해외 매출이 가시화되기까지 최소 2~3년이 걸릴 것 같다"고 전망했다.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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