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공백 무색한 지드래곤 ‘파워’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2024. 11. 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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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곡은 기승전결을 따라 다채로운 감정선을 구성하며 듣는 이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다.

지드래곤(G-DRAGON)이 오랜만에 내놓는 신곡 'POWER'는 후자다.

거기서 이 곡의 속 후련한 기세와 팝적인 유쾌함이 물씬 배어 나온다.

몸에 밴 기량과 스타성 속에서 마치 즉흥적인 양 꺼내 놓는 그런 '힘'을 말하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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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의 케이팝 내비]

어떤 곡은 기승전결을 따라 다채로운 감정선을 구성하며 듣는 이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다. 또 어떤 곡은 시종일관 하나의 무드를 완급 조절하면서 끌고 나간다. 지드래곤(G-DRAGON)이 오랜만에 내놓는 신곡 'POWER'는 후자다. 곡은 2분 24초 동안 내내 제목처럼 힘 있게 휘몬다. 멈추지 않을 것처럼.

특유의 코맹맹이 소리를 여느 때보다 더 강조해 날카롭게 내뱉는 지드래곤 목소리는 신경질적으로 들리지 않는다. 그저 기운이 넘치는, 어딘지 나사 몇 개가 여느 사람들과는 다른 곳에 꽂혀 있는 것 같을 뿐이다. 엉뚱함이나 재기, 혹은 '천재의 광기' 같은 표현을 훌쩍 넘어서는 비틀림이다. 그것은 익숙한 지드래곤의 캐릭터이기도 하지만, 유난히 '힘'이 넘치는 즐거움의 기운을 뿜어낸다. 거기서 이 곡의 속 후련한 기세와 팝적인 유쾌함이 물씬 배어 나온다.

지드래곤(G-DRAGON)이 7년 만에 신곡 ‘POWER’를 내놓았다. [갤러식코퍼레이션 제공]

지드래곤의 힘 있는 다면성 돋보여

그의 평소 강점 중 하나는 언어유희다.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기 쉽지 않은, 일견 엉뚱한 말들이 조합되면서 어휘 사이를 오간다. 그래서 한층 더 모호해진 가사에서 그는 음악적 말맛과 플로(flow)를 뽑아낸다. "누울 자리 글로 발명품" 같은 대목이 그렇다. '누울 자리 보고 발 뻗는다'는 속담과 '글로벌 명품' '발명품'이 뒤섞인 이 구절은 언어적 의미와 이미지 사이에 아무렇게나 내던져진 몇 겹의 인상을 제공한다. 그러나 그것은 글쓰기 차원에 그치지 않고 발음과 리듬의 적극적인 연출을 수반한다. 부정적 여론을 언급하는 "샬라샬라하다가"는 얼핏 "louder(‘더 크게')"처럼 들리고, 가사지에서 눈에 띄는 "권력오남용"은 거의 "려꼬나명"으로 발음돼 마치 "~하고 나면"처럼 들리는 식이다.

그런 모호함 속에서는 귀에 꽂히는 몇몇 구절, 그러니까 '펀치라인'이 더 두드러지게 마련이다. 이 역시 지드래곤의 장기라 할 수 있는데, 'POWER'에서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의미의 'I don't give a sh*t‘에 쉬잇, "돈 기부 억 씨익"을 덧붙여 두었다. 자신의 생년인 1988년에 빗댄 "88 날아"도 그렇지만, 이 같은 표현들이 아주 찬란하게 참신하기만 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사람마다 받아들이기 나름이지만, 어찌 보면 조금 유치하거나 느끼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다만 이것이 지금의 K팝이기에 괜찮은 지점도 없지 않은, 그런 표현들이다. 비한국어 화자에게 "돈 기부 억 씨익"은 상상하기 어려운 발상으로 여겨질 수 있고, 적어도 감상에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 한국어 화자라도 많은 이에게는 그것이 지드래곤의 것이기에 재치 있게 들리는 점이 없지 않다.

K팝 산업 최대 스타이자 개척자 중 한 명으로서 지드래곤은 사실 K팝 자체보다도 더 최첨단, 최전선을 보여주며 살아왔다. 그러나 조금은 낯간지럽거나 수수한, 심지어 촌스러운 면모도 가지고 있어 그 다면성이 더욱 매력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뮤직비디오에서 그는 아무렇게나 나뒹굴며 해프닝 같은 일들을 일으키고 다니다가 마지막에 문을 열까 닫을까 장난스럽게 망설인다. 누군가에게는 결점, 조롱거리, 아쉬움일지라도 그는 그런 자신마저 그저 즐겁다고 말하는 듯하다. 몸에 밴 기량과 스타성 속에서 마치 즉흥적인 양 꺼내 놓는 그런 '힘'을 말하는 곡이다. 슈퍼스타의 귀환작이라서 그렇다기보다, 이 매혹적으로 비틀린 캐릭터의 기분 좋은 '힘 자랑'을 미워하기는 어렵다.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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