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야심작 ‘플랫폼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 소비자 반응 싸늘
● 올해 1월 야심 차게 출시했으나 회의적 반응 나와
● 2015년 ‘보험다모아’ 실패 요인 보완했지만…
● 올해 말까지 ‘2.0’ 버전 내놓는다지만 효과 미지수
● 車보험 이용 건수 81만 건, 실제 가입 연결은 7만 건
● ‘PM요율 = CM요율’ 방안에… 업계 “보험료 오를 것”
금융위원회는 1월 19일 11개 핀테크사가 운영하는 플랫폼을 통해 여러 보험사의 온라인 보험상품을 비교해 주고 적합한 보험상품을 추천해 주는 플랫폼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를 선보였다. 가장 먼저 비교·추천을 시작한 상품은 자동차보험과 용종보험이다.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에는 7개 핀테크사(토스·뱅크샐러드·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해빗팩토리·쿠콘·핀크)와 온라인 자동차보험을 취급하는 손해보험사 전체가 참여했다.
실패로 끝난 전작 '보험다모아'
금융위원회에서 소비자가 보험상품을 한 번에 비교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 11월 생명·손해보험협회가 당국의 요청에 따라 오픈한 보험 비교 사이트 '보험다모아'가 있기 때문이다. 같은 해 10월 금융위원회는 시장경쟁을 통해 소비자에게 보다 좋은 상품을 제공하자는 취지로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발표했고, 그 첫 번째로 '보험 슈퍼마켓'인 보험다모아를 선보였다.
당시 온라인 보험상품(CM) 채널은 삼성화재의 독무대나 다름없었다. 삼성화재가 2009년 업계 최초로 전용 상품을 선보인 반면, 다른 대형 손해보험사들은 이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CM 채널 구축에 드는 인력과 비용 대비 영업 효과가 대면 채널보다 미미하다고 여겨서다.
금융위원회는 보험다모아를 선보이면서 CM 보험상품과 은행 등 금융기관 보험대리점을 통해 가입할 수 있는 저축성 보험상품, 단독실손의료보험 상품을 보험다모아 의무 등재 상품으로 규정했다. 이에 보험다모아엔 단독실손의료보험, 자동차보험, 여행자보험, 연금보험, 보장성·저축성보험 등 총 33개 보험사의 200여 개 보험상품이 등재됐다.
하지만 보험다모아는 낮은 접근성 탓에 소비자로부터 인기를 얻지 못했다. 조회 보험료와 실제 보험료 간 차이가 컸고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무엇보다 기대만큼 제대로 된 상품 비교가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단점으로 꼽혔다. 예컨대 암보험을 검색했을 때 보험다모아에 기재된 보장 내용으로는 어떤 상품이 소비자에게 더욱 유리한지를 가려내기 힘들었다. 상품 구조 자체가 복잡했던 탓이다.
게다가 CM 전용 상품은 삼성화재만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소비자가 보험다모아에서 상품을 비교하더라도 즉시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은 삼성화재 상품뿐이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보험다모아로 이득을 보는 곳은 삼성화재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금융위원회가 성과를 내기 위해 보험다모아 오픈을 서두른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쏟아졌다.
보험료 부정확한 데다가 더 비싸
이 실패로 인해 금융위원회가 올해 1월 선보인 플랫폼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 역시 업계에선 비관적 전망이 많았다. 물론 플랫폼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가 네이버나 카카오같이 소비자가 접근하기 쉽고 익숙한 플랫폼에서 상품을 비교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으로 꼽혔다. 아울러 소비자가 CM 채널을 통해 상품을 일일이 비교하는 것보다 효율적이고 보험다모아 대비 사용자 환경이 간편해 직관적이라는 점도 장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플랫폼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에서 조회되는 보험상품과 각 사 CM 채널에서 조회하는 상품 가격이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았다. 특히 자동차보험의 경우 플랫폼에서 보장범위·주행거리·할인 특약 등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각 사 CM 채널 대비 설정값이 단순화된 탓에 정확한 보험료가 산출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중개수수료. 플랫폼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소비자가 플랫폼을 통해 보험에 가입하면 보험사가 플랫폼에 중개수수료를 내는 구조다. 플랫폼 수수료가 소비자가 내는 보험료에 반영되면서 플랫폼에서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는 소비자에게는 더 높은 보험료가 부과됐다.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85%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대형 손해보험사 4곳(삼성화재·현대해상·KB손보·DB손보)은 플랫폼을 통해 판매되는 상품엔 '플랫폼 요율' 3%를 적용했다. 플랫폼마케팅(PM)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도입한 것이다. 원래 보험사의 영업 채널은 △보험설계사를 통한 대면 영업 △텔레마케팅(TM) △사이버마케팅(CM) 3가지로 구분되는데 여기에 PM을 신설해 보험요율을 적용했다.
이 때문에 플랫폼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의 성패를 가를 관건은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소비자가 이를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인가'가 됐다. 각 보험사의 CM 채널 여러 곳을 비교하며 시간을 들이는 것보다 보험료를 조금 더 내더라도 플랫폼에서 비교한 후 가입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는 소비자가 많다면 자연스레 서비스 이용자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자가 가격 비교만 플랫폼에서 한 뒤 가입은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조회된 보험사의 CM 채널을 통할 가능성이 더욱 클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실제 이미 CM 채널 서너 군데를 비교한 뒤 가장 저렴한 곳을 택하는 소비자라면 플랫폼은 이 비교 단계를 몇 단계 줄여줬을 뿐, 가격 비교 후 CM 채널에 접속해 직접 가입하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여기에 보험사들의 참여가 저조한 점도 서비스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자동차보험은 모든 손해보험사가 참여하지만 펫보험은 시장점유율 1위인 메리츠화재가 아직 입점하지 않은 상태다. 저축보험도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동양생명 등 4곳이 판매하는 상품만 비교할 수 있다. 네이버페이에서 서비스하는 해외여행보험도 현재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상품으로 꼽히는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의 해외여행보험은 가입할 수 없다.
야심 차게 선보인 서비스임에도 기대만큼의 반응이 나오지 않자, 결국 금융위원회는 9월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보험개혁회의'에서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전면 재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추진해 올해 말까지 '2.0' 버전을 내놓기로 했다.
아울러 금융위원회는 플랫폼과 CM 채널 간 가격을 일원화하기로 했다. 플랫폼 요율이 서비스 출시 당시부터 활성화를 저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플랫폼이 보험사에 부과하는 수수료를 기존 3%에서 최대 1.5%로 낮추기로 했다. 낮춘 수수료는 보험사가 전액 부담한다.
이에 더해 정확한 보험료 산출을 위해 차량 정보, 기존 계약 만기일, 특약 할인 정보 등 추가 정보도 보험개발원을 통해 핀테크사에 제공하기로 했다. 소비자가 차량 세부 옵션 등을 혼동하거나, 수십 개의 특약을 적용하면 보험료가 달라질 수 있고 소비자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또 매년 갱신하는 자동차보험 특성상 소비자가 계약 시 기존 정보 등을 활용하는 경우가 다수인 점이 반영됐다.
다만 금융위원회는 핀테크사가 공유받은 정보를 활용 이후 폐기하고 마케팅 목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는 조건을 추가했다. 아울러 소비자가 비교 추천 서비스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서비스 사용자 인터페이스(UI)도 고도화하기로 했다.
"오른 보험료, 소비자에 전가할까 우려"
이 같은 방안이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살릴 묘안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CM 채널과 플랫폼 보험료 일원화 방법이 문제다. 보험사가 플랫폼에 냈던 수수료가 3% → 1.5%로 낮아지지만 나머지는 보험사가 부담하는 만큼 CM 채널에 이 1.5%가 분산돼 부과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예컨대 지금까지는 CM 채널 보험료는 100만 원,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통해 가입하면 103만 원을 냈다고 하면, 2.0 버전이 출시되고 보험사가 수수료를 사업비에 반영하게 되면 CM 채널 보험료와 플랫폼 보험료 모두 101만5000원으로 동일해진다. 결국 플랫폼의 보험료를 낮추기 위해 CM 채널 상품의 보험료를 높이게 된 셈이다.
게다가 자동차보험은 이미 인상 요인이 더 많다. 8월 말 기준 빅4(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의 자동차보험 단순 평균 손해율은 84.2%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6%포인트 올랐다. 1~8월 누적손해율 평균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6%포인트 상승한 80.4%로 집계됐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악화한 데엔 보험료 인하, 차량 이동량 증가, 계절적 요인 등이 작용했다. 차량수리비와 자동차 가격이 상승한 점도 손해율 악화로 이어졌다고 분석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차량수리비는 2013년 110만 원 수준에서 2022년 161만 원으로 올랐고, 신차 평균 가격은 2020년 3984만 원에서 지난해 4922만 원으로 증가했다.
차량수리비가 올라간 데엔 보험정비협의회에서 올해 자동차보험 정비 요금의 시간당 공임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5% 올린 것이 영향을 미쳤다. 정비 수가는 보험사가 사고 차량을 수리한 정비업체에 지급하는 비용으로 정비 수가가 높을수록 보험사가 지급해야 하는 비용이 늘어난다. 2022년 정비 수가는 4.5% 인상됐고, 올해 인상까지 합치면 최근 3년 새 8%가 올랐다. 통상 정비 수가가 3% 인상되면 손해율은 1%가량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계산으로 올해 손해율은 지난해보다 2.5%가량 상승할 여지가 생긴 것이다.
게다가 여름철에는 기록적인 장마철 집중호우로 침수 차량이 급증했고 전기차 폭발로 적자가 확대됐다. 하반기에는 황금 연휴와 함께 겨울철 폭설, 결빙 등 계절적 요인이 남아 손해율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업계는 올해 8월까지 손해율이 81%에 육박한 만큼 연말에는 손해율이 82%를 넘어설 것이며, 이에 따라 보험료도 3.5%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보험사 관계자들은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2.0 성패에 대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원회로서는 야심 차게 준비한 서비스지만 소비자 가입률이 저조한 만큼 흥행을 위한 방안이 필요했을 것"이라면서도 "CM 채널의 보험료가 오를 수 있어 되레 소비자에게 피해가 전가될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민지 뉴스웨이 기자 km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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