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컷’ 단행한 파월 “경제 하방위험 줄어”… 사퇴 질문엔 선 그어
“고용·소비 좋아… 경제 견고한 속도로 확장”
“인플레이션, 변동은 있지만 상당히 안정적”
“미 대선 결과, 단기 통화정책엔 영향 없을 것”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내리는 ‘스몰컷’을 단행한 배경으로 고용과 성장이 견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경제의 하방위험이 줄어들었다는 점을 꼽았다. 인플레이션이 물가 안정 목표인 2%로 꾸준히 하향하고 있다는 것도 이번 결정의 근거로 제시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최근 미국 대선 결과와 관련된 질문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대선결과가 단기적으로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한 뒤 일각에서 제기된 사퇴론도 일축했다. 평소 파월 의장을 해임하겠다고 공언했던 트럼프 당선인이 자신을 해임하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평가도 내놨다.
◇ 파월 “미국 경제 건실한 성장세… 고용·소비 좋아”
연준은 7일(현지 시각) FOMC 정례회의 직후 낸 성명에서 기존 연 4.75~5.00%이던 기준금리를 연 4.50~4.75%로 인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2020년 3월 이후 4년 6개월 만에 금리를 내린(0.5%p 인하) 지난 9월에 이어 2회 연속 인하다. 이는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파월 의장은 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제가 건실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회의 전까지의 경제활동 데이터를 보면 기대보다 상당히 강력했다”면서 “고용 보고서도 상당히 좋았고 소매판매도 좋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경제 활동의 하방 리스크가 줄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연준은 이날 낸 성명에서도 경제활동이 견고한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용시장 상황은 전반적으로 완화됐으며 실업률은 상승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달 미국의 비농업 부문 고용이 전월대비 1만2000개 증가하는 데 그친 것에 대해서도 허리케인과 파업의 영향을 받았다는 평가를 내놨다.
다만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미묘한 입장 변화가 감지됐다. 파월 의장은 “(물가 경로의)종착점은 알고 있지만 그 종착점까지 가는 속도에 있어서 조금 변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어느정도의 불확실성이 있다”고 했다. 지난 9월 성명서를 통해 “인플레이션이 진전을 이루고 있다는 확신이 있다”고 밝혔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파월 의장은 “비주택 서비스와 상품이 근원 PCE의 80%를 차지하는데, 그 수준이 인플레이션이 2%대를 기록했던 2000년대 초 수준으로 돌아갔다”면서 “노동 시장도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변동은 있지만 상당히 안정적인 경로로 가고 있다”고 부연했다.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중립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그는 “최근 경제는 견고한 확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다”면서도 “12월 금리 인하를 배제하지도 찬성하지도 않는다(out or in)”고 밝혔다. 그는 “12월 FOMC까지 고용보고서 한 건, 인플레이션 보고서 두 건이 더 나온다”며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12월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사퇴론’엔 선 그은 파월… “법적으로 가능하지 않아”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통화 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묻는 말도 나왔다. 파월 의장은 “단기적으로 선거는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단기적인 전망 이후로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는 “(현재로서는)추측하지도 않고 가정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지금은 너무 초기단계에서 정책도 뭔지 알 수가 없다. 정책에 대한 개요가 오고 감이 잡힌다면 이를 정책 결정에 반영하겠지만 지금은 그런 작업을 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가능성에 대해서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파월은 “미국 정부의 재정 정책이 지속 불가능한 경로에 있다”면서 “재정 적자가 경제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감세 공약이 재정적자 확대를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본인의 거취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해임을 예고한 상황에서 물러날 뜻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단호하게 “생각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법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2026년까지인 자신의 임기를 중도사퇴 없이 마무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 월가 “12월에도 0.25%p 인하… 내년엔 건너뛸 수도”
FOMC 회의 직후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 결정이 예상과 부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토로의 브렛 켄웰은 “파월과 그 동료들은 미국이 계속해서 견고한 경제적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면서 “파월 의장은 12월 금리를 인하할지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는데, 이는 투자자들에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의 휘트니 왓슨은 “연준은 예상대로 25bp(1bp=0.01%포인트)를 인하했고, 12월에도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그는 “최근 데이터 강세와 재정 및 무역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은 연준이 양적완화 속도를 늦출 수 있는 리스크가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면서 “내년에는 금리인하를 건너뛸 수 있다”고 했다.
미국 대선 결과는 내년부터 연준의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JP모건 마이클 페롤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 대선 결과의 영향에 대해 “11월 회의엔 영향이 없고 12월에도 (인하 전망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그 이후 상황은 흥미진진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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