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 질환의 희망’ 스타틴…‘부작용 논란’ 어디까지 믿을까? [건강한겨레]
스타틴은 ‘생명을 살리는 약’으로 불린다. 심장병,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간에서 콜레스테롤을 만드는 효소(HMG-CoA 환원효소)의 활동을 억제해 저밀도 지단백(LDL) 콜레스테롤, 흔히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불리는 수치를 낮춰준다. 전세계적으로 2억 명 이상이 스타틴 계열의 약물을 복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인기가 높을수록 논란이 커지듯 스타틴은 부작용 관련 논란이 계속되는 약물이기도 하다.
나쁜 콜레스테롤 낮추는데 효과 높아
대한의학회 산하 여러 관계 학회에서 스타틴 부작용에 대한 올바른 정보 전달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한심장학회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인 ‘대한심장티브이(TV)’에서는 2021년 ‘불로장생 스타틴, 진실과 괴담’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쏟아지는 스타틴 불신론도 만만치 않다. ‘불로장생 스타틴, 진실과 괴담’ 영상 밑에 달린 250여 개의 댓글 중 상당수는 스타틴이 일으키는 심각한 부작용을 거론하고 있다. 스타틴 논란은 도대체 왜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미디어의 지나친 발달이 스타틴 괴담을 더욱 퍼뜨린다고 지적한다. 박재형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지난 9월 열린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이상지질혈증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스타틴에 대해 의학적 사실과는 다른 부정적인 내용과 의견이 유튜브나 도서 등을 통해 퍼지면서 적절한 치료를 가로막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고용량 사용할 경우 혈당 상승 우려도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가 9월 발표한 ‘이상지질혈증 팩트시트 2024’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성인 4명 중 1명은 고콜레스테롤혈증, 5명 중 2명은 이상지질혈증을 앓고 있다. 고콜레스테롤혈증은 혈중 콜레스테롤이 지나치게 높은 상태를 의미한다. 특히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 콜레스테롤’이 높을 때 심혈관 질환 위험이 커진다. 이상지질혈증은 좀 더 넓은 범위를 포함하며, 고콜레스테롤혈증뿐 아니라 중성지방(트리글리세라이드)이 높고, 좋은 콜레스테롤인 ‘고밀도 지단백(HDL) 콜레스테롤’이 낮은 상태도 포함된다.
고콜레스테롤혈증은 점점 더 증가하고 있으며, 남성의 23%와 여성의 25%가 고콜레스테롤혈증을 가지고 있다. 국내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은 2007년 8.8%에서 2022년 22.4%로 15년 새 2.5배 이상 늘었다.
다행인 점은 고콜레스테롤혈증 치료율이 61.2%로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이다. 지질 강하제를 처방받는 환자의 심혈관 질환 발생률은 2010년 환자 1천 명당 36.9명에서 2019년 1천 명당 20.9명으로 줄었다. 남녀 모두에서 허혈성 심장질환과 허혈성 뇌졸중 발생률도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치료 효과가 증명된 셈이다. 특히 치료받는 환자의 약 87%가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효과적으로 조절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질 강하제 처방의 경우 스타틴이 95.3%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뒤를 이어 에제티미브 20.3%, 페노피브레이트 10.4% 순으로 처방됐다. 처방되는 스타틴 강도는 중강도 스타틴(92.4%)이 가장 많았고, 고강도(4.7%), 저강도(2.9%) 순이었다. 스타틴은 LDL 콜레스테롤 강하 효과가 클수록 강도가 높다. 그러나 강도가 높은 만큼 부작용 위험이 크기 때문에 최근에는 다른 약제들과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개인 상황 따라 치료 달라질 수 있어”
치료 효과가 명확하지만 의료 현장에서 환자들은 여전히 스타틴에 대한 우려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정욱진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환자들이 걱정하는 것이 아예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스타틴 계열 약물은 강도가 다 다른데, 고강도 스타틴을 10년 이상 사용할 경우 혈당이 올라가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근육 통증 부작용도 있다. 이런 부작용이 올 경우에는 복합제를 쓰거나 약의 강도를 낮추는 등 여러 대안이 많이 나와 있다. 무조건 거부감을 가지는 것보다는 의사와 자세하게 상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이어 “예방 목적으로 쓰는 약 용량과 심혈관 질환을 가진 사람이 치료 목적으로 쓰는 용량이 다르다. 용량이나 강도에 따라 혈당 상승 위험은 다르다. 아주 저용량을 사용할 경우에는 부작용도 그만큼 적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부작용과 효과에 대한 여러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는 만큼 환자와 의료진의 긴밀한 소통도 필수다. 환자 상태에 따라 유연하게 사용해야 최적의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실제 스타틴 계열 약물에 거부감을 보이는 환자가 많다. 그럴 때는 약을 복용했을 때와 복용하지 않았을 때 각각 발생하는 위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스타틴 계열 약물이 혈당을 올리는 경우도 있지만 상승 폭이 치명적이지는 않다. 예를 들어 공복혈당이 110㎎/㎗이었던 분들이 120㎎/㎗ 전후 수준으로 올라가는 게 일반적이다. 이럴 때 우리는 고민해야 한다. 환자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많이 위험한 수준이라면 약을 쓰는 게 맞다. 약을 써서 수치를 낮추지 않으면 심근경색, 뇌졸중 등의 발생 위험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혈당은 계속 주의해서 조절하면 되지만, 심혈관 질환은 생명을 앗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스타틴 계열의 약물이라도 성분별로 부작용도 다른 만큼 혈당 상승 정도를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10월에 열린 심장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는 ‘스타틴 성분별 신규 당뇨병 발병 위험 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이날 황도연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당뇨병 전 단계 및 당 대사 장애를 가진 이상지질혈증 환자에 대한 더 나은 치료 옵션’ 발표에서 “이상지질혈증 대응과 당뇨병 관리는 결코 다른 영역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2022년 당뇨병 팩트시트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의 76%는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하고 있다. 당뇨병 전 단계 인구 중 30살 이상의 경우 40%, 65살 이상에서는 50%가 이상지질혈증을 앓고 있다. 이날 황 교수는 “메타분석 결과 스타틴 투약으로 당뇨병 발생 위험이 9%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고강도 스타틴은 최대 36%까지 그 위험도가 올라갔다”며 “고강도 스타틴은 24% 정도 혈당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당뇨병 전 단계나 고위험군에 스타틴 투약 시 상대적으로 안전한 성분을 선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다양한 성분 중 피타바스타틴 성분의 리바로는 당뇨병 발병 위험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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