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규의 직설] “이쯤이면 세계신기록이지!”…40년간 한솥밥 먹은 대학농구 남자 감독과 여성 코치가 이룬 ‘위대한 업적’

손태규 객원칼럼니스트 2024. 11. 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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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코네티컷대 여자 농구팀 지노 오리엠마 감독·크리스 데일리 코치. 40년째 감독과 코치이다. 2010년 때 모습./게티이미지코리아
미국 코네티컷대 지노 오리엠마 감독·크리스 데일리 코치. 40년째 감독과 코치이다. 2021년 때 모습./게티이미지코리아
미국 코네티컷대 지노 오리엠마 감독·크리스 데일리 코치. 40년째 감독과 코치이다. 2022년 때 모습./게티이미지코리아

‘40년. 그 긴 세월을 감독과 코치로서 함께 보냈다. 그것도 한 대학 여자농구부에서. 미국 코네티컷 대 지노 오리엠마 감독·크리스 데일리 코치 조합은 현대 스포츠에서 가장 오래 이어진 감독‧코치의 관계로 꼽힌다.

어느 감독도 한곳에 오래 버티기 힘든 곳이 체육계. 성적지상주의 탓이 가장 크다. 오죽하면 ‘파리 목숨’이라 하겠는가. 감독·코치가 오래 함께 운명을 같이 한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 말로는 서로를 보완한다지만 쉽지 않다. 그러니 감독은 수시로 코치를 바꾸지 않는가?

오리엠마·데일리 남녀 조합의 한 대학에서만 40년은 누구도 뛰어넘기 어려운 세계신기록으로 꼽힌다. 하지만 시간 길이만으로 역사에 남을 일이 아니다. 1985년 두 사람은 함께 코네티컷 대 감독에 지원했다. 오리엠마는 채용되자 경쟁자였던 데일리에게 코치를 제의했다. 그들이 오기 전 코네티컷은 진 것보다 이긴 시합이 많았던 시즌이 단 한 번뿐이었을 정도로 약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40년 동안 여자농구의 경기 발전에 공헌했으며 새로운 스포츠 교육과 문화의 본보기를 세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스포츠 전체의 ‘황금 기준’을 만들었다고도 한다.

미국 코네티컷대 지노 오리엠마 감독./게티이미지코리아

■‘농구의 수도’를 만든 감독과 코치

전미대학선수권대회 11번 우승, 4강 진출 23번. 30승 이상의 무패 시즌 6번. 지역 리그 우승 59번. 그러면서 1,213승. 앞으로 3경기만 이기면 대학 농구 기록. 승률은 88.2%. 남녀프로 등을 통틀어 미국 1위.

미국 여자대학농구에는 1부 352개를 포함 1,300개 학교가 있다. 매년 3월에 열리는 전국선수권대회에는 64개 대학만이 출전할 수 있다. 대회가 시작된 이후 42년 동안 우승은커녕 64강에 드는 것이 최고 목표인 학교가 거의 대부분. 16강에만 가도 그 학교는 축제다.

그런 대회에서 11번 우승. 여기에 남자가 6번 우승을 한 덕분에 작은 대학 도시 ‘스토어스’는 ‘농구의 수도’라 불린다. 오리엠마는 나이스미스 농구 명예의 전당과 여자농구 명예의 전당에 다 올랐다. 데일리는 코치로는 처음 여자농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다. 길이 후세에 남을 뛰어난 업적을 비유한다는 ‘금자탑’이란 단어는 이럴 때 써야 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성적에만 조명을 비추지 않는다. 두 사람만의 뛰어난 운영 방식에 더 관심을 둔다. 개인의 개성·자유를 한껏 존중한다는 미국에서도 보기 드문 엄격한 농구부 문화에 깊은 관심을 가진다. 두 사람이 그토록 오랫동안 공생하는 방법을 연구한다.

두 사람은 운동도 잘 하면서 학생다운 선수와 인간을 키우려 한다. 그저 이기면 된다는 ‘승리 문화’만 만든 것이 아니었다, 바르게 행동하는 대학생이 먼저 되어야 운동도 잘 하게 된다는 것을 실증했다. “그것이 가능하냐?”는 사람들에게 미국 역사상 최고 농구부를 만들면서 본보기를 보여 주었다.

두 사람은 상하를 따지지 않았다. 감독은 코치가 자신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일은 다 맡겼다. 모든 권한을 주었다. 오리엠마는 “우리는 똑같은 지분을 함께 가진 동업자”라 했다. 데일리는 “감독은 나에게 주인의식을 심어주었다”고 고마워했다. 그 현명한 역할 나눔이 40년을 함께 한 원동력이었다.

오리마엠의 지도 방식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연습 때마다 선수들의 한계를 시험한다 할 정도로 혹독하게 다룬다. 고교 1위였던 선수도 연습을 완벽하게 소화하지 않으면 시합에 내보내지 않는다.

두 사람은 처음부터 모든 것이 ‘세밀함’에 달려 있다고 봤다. 세밀한 농구 기술만큼 중요한 것은 경기장 안팎에서 선수들의 품위. 그것은 ‘세밀한 규칙’들을 지켜야 이뤄진다. 농구 재능과 바른 인간성이 조화를 이룰 때 큰 선수가 된다는 철학. 그 교육은 데일리가 맡았다.

미국 코네티컷대 크리스 데일리 코치. /게티이미지코리아

■상상하기 힘든 엄격한 규율을 선수들은 다 따른다

“경기는 물론 연습 때도 윗도리를 집어넣어야 한다. 무릎 근처까지 오는 긴 양말을 신으면 안 된다. 단체 외출 시 청바지를 입거나 수업 시간에 운동복 입으면 안 된다. 연회에 갈 때는 치마나 드레스를 입어야 한다. 시즌 중 소셜 미디어 사용과 손톱 광택제 바르기는 안 된다. 공공장소에서 헤드폰 사용, 식사 때나 이동 버스 안에서 휴대전화 사용은 안 된다. 등 번호 외에 이름은 없다. 보이는 문신도 안 된다.”

세상 떠난 동생을 기리기 위해 어깨 문신을 새긴 선수는 4년 내내 반창고로 감추고 시합에 뛰었다.

지나치다 할 정도의 엄격한 규율. 진천선수촌에서 인터넷 규제에 불평하는 한국 선수들은 말도 안 된다 할지 모른다. 그러나 코네티컷 대는 40년 동안 조금의 틈도 없이 실천해 오고 있다. 어떤 비난도 듣지 않는다. 미국 사회는 당연하게 여긴다.

해마다 고교 최고 선수들이 강한 연습, 엄격한 규율을 다 알고 입학한다. 그들이 프로에 가고 올림픽 금메달을 딴다. 올해도 강력한 우승 후보.

데일리는 “선수들에게 사인을 요청받을 때는 눈을 마주치고 대화를 나눈 후 사인을 해주라고 한다. 누구든 쳐다보면 인사하라 한다. 올바른 일이니까. 선수들이 중요한 삶의 기술을 배우도록 규칙들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졸업생 프로 선수는 “데일리는 우리를 여성으로 성장시켰다. 자신을 다루는 방식,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 옷 입는 법까지 가르쳐줬다. 해외 구단들에서도 뛰었지만 그런 규칙이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대학 때 배운 규칙을 따랐다. 코네티컷에 처음 왔을 때는 엄격한 체제가 싫었지만 떠날 때쯤엔 다른 방식의 생활은 상상할 수 없었다.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삶을 더 쉽게 만들고 싶다면 그냥 따르는 것이 좋다. 언젠가는 모두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그동안 데일리는 여러 차례 감독 자리를 거절했다. 그렇다고 5살 위인 70세 오리엠마가 은퇴한다 해서 감독을 이을 생각도 없다. 그녀는 오로지 코네티컷 대에 헌신하고 오리엠마에 의리를 지킨다.

이들은 감독·코치 관계를 넘어서 한 가족. 함께 명절을 보내기도 한다. 오리엠마의 아내는 둘째 딸을 출산할 때 큰딸을 아직 미혼인 데일리에게 맡겼다. 그녀는 이들 부부의 아들 대부기도 하다.

코네티컷 대는 그들의 40번째 시즌을 위해 이달부터 많은 행사를 한다. 두 사람이 가르쳤던 모든 선수들을 초대해 함께 축하할 예정.

올림픽 금메달을 6개 딴, 42세 프로농구 현역 다이아나 토라지. 올림픽 금메달 5개의 수 버드. WNBA 올스타에 6번 뽑혔으나 봉사활동 중 만나 사랑에 빠진, 22년 복역 중인 50년 징역수를 구하기 위해 농구를 그만두었던 마야 무어. 올림픽 금메달 두 개에 현재 NBA 뉴올리언스 펠리칸의 부사장인 스윈 캐시. 올림픽 금메달 3개에 23년 WNBA 최우수선수 브리아나 스튜어트 등.

미국 언론들은 “코네티컷 대의 성공은 하나의 ‘세계 현상’이다. 미래 선수들에게 영감을 준다. 젊은 여성들에게 스포츠 꿈을 추구할 동기를 주었다. 유리천장을 깨뜨리고 여성도 최고 수준의 경기에서 뛰어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여성의 힘과 운동 성취를 상징하는 우상이 되었다”고 상찬한다.

많은 감독·코치들이 기회를 찾아 다른 곳으로 떠난다. 서로 헤어지기도 한다. 두 사람도 때가 되면 서로 또는 따로 떠날 것임을 안다. “쌍둥이는 아니니까요.” 그러나 스포츠 역사는 기록할 것이다. 두 사람은 쌍둥이나 다름없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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