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찢어져도 뛰는 '성골의 헌신'... '메이드 인 안양' 박종현의 낭만[안양 승격인터뷰④]
[안양=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지난 2일 경기도 부천종합운동장. FC안양은 이곳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2부리그) 2024 38라운드 부천FC와 원정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거두고 K리그2 우승을 거머쥐었다. K리그2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자동 승격 자격에 따라 2013년 창단 후 11번째 시즌 만에 처음으로 K리그1(1부리그) 승격을 이뤘다.
구단 산하 유스팀에서부터 선배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던 박종현은 어느덧 안양의 K리그1 승격을 직접 이끈 주축 수비수가 됐다. 알을 깨고 자신을 증명한 '안양 성골'에게 승격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스포츠한국은 구단 유스 출신으로서 안양의 창단 첫 K리그1 승격까지 이끈 수비수 박종현을 경기도 안양종합운동장에서 만났다.
▶'유스부터 승격까지'... 피나는 노력이 만든 '성골의 실크로드'
안양 U-18팀 안양공고를 거쳐 구단의 우선지명을 받은 박종현은 숭실대에서 3년을 보낸 후 2022시즌을 앞두고 마침내 안양 1군에 합류하게 된다. 데뷔 첫해에 K리그2 41경기 중 36경기를 소화하고 팀 창단 최초 승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끄는 등 화려한 시즌을 보낸 박종현은 U-22 의무 출전 조항의 혜택을 받지 않는 2023시즌에도 리그 36경기 중 31경기에 나서며 의심의 여지없는 안양 수비의 중심 자원이 됐다.
그리고 지난 2일, 안양이 창단 첫 K리그1 승격을 확정하는 순간에도 중앙 수비 두 자리 중 한 자리에는 박종현이 서 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봐왔던 팀이 대학교에 올라가니 승격 플레이오프에 도전하기 시작했고, 프로 데뷔 이후에 승격 문턱에서 좌절한 때도 있었다. 2022년 수원 삼성과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패해 K리그1을 눈앞에서 놓친 후 반드시 내 손으로 안양 승격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었는데 마침내 이뤄서 감격적이다. 물론 안양 팬들이 오랫동안 고생하고 기다려온 것에 비하면 나의 기다림은 아무것도 아니다. 고등학교를 다니던 2017년에 FC서울과 FA컵 원정경기 현장에서 홍염을 처음 봤는데, 승격 확정 후 홈경기장 카니발에서 다시 보니 느낌이 다르더라. 7년 전엔 '분노의 홍염'이었다면, 승격 후엔 '기쁨의 홍염'이었다."
한편 올 시즌 안양의 긍정적인 변화에서 '줄어든 실점'을 빼놓을 수 없다. 안양은 지난 시즌 58득점으로 K리그2 13팀 중 득점 2위를 차지했지만, 실점은 5번째로 많은 51실점을 기록했다. 많은 골을 넣었음에도 실점 역시 많이 허용해 승점을 쌓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올해 안양은 35경기 동안 고작 34실점만을 허용하며 최종전 한 경기만을 남겨두고 최소 실점 1위를 달리고 있다. 13경기 무실점이며, 리그에서 거둔 18승 중 무려 17승이 1실점 이하로 내주고 거둔 승리라는 점에서 수비의 힘이 대단했다. '1실점 이하-1점 차 승리'는 11승이나 됐다. 수비수들의 부상으로 인한 로테이션이 시즌 내내 끊이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최소 실점'이라는 것이 박종현을 비롯한 수비수 하나하나가 얼마나 피나는 노력으로 만든 결과물인지 느낄 수 있었다.
"솔직히 올 시즌을 시작할 당시에는 센터백이 정말 많았다. 중앙 수비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였다. 심지어 3백에서 4백으로 시스템을 바꾸면서 센터백 자리가 하나 줄었기에 개인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고 봤다. 그런데 내가 갈비뼈 부상으로 2주 이상 이탈한 것은 물론 (이)창용이 형, (김)영찬이 형 모두 돌아가면서 부상을 당하고, 여름에는 (김)하준이가 전북으로 이적하면서 많게 느껴졌던 센터백이 부족한 순간이 오더라. 감독님도 정말 머리 아프셨을 거다. 그래도 미드필더인 (김)정현이 형, (리)영직이 형이 내려와서 수비 역할을 해주고, 서로가 빈자리를 메워준 덕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누가 중앙 수비로 나가든 실력에서 뒤처지지 않았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메이드 인 안양'하면 박종현이 떠오르도록
박종현은 교체해 줄 중앙 수비 자원이 충분하지 않아 가슴 아프면서도 뭉클한 이야기를 쓴 적도 있다. 지난 9월21일 안산과의 K리그2 31라운드 맞대결에서 전반 11분 만에 상대 선수와 충돌로 박종현의 머리에 출혈이 발생했음에도, 그는 풀타임을 소화했다.
"일단 경기를 계속해야한다는 마음이 강해 붕대를 감고 경기장에 다시 들어갔다. 출혈로 인한 어지러움이 찾아올 틈이 없었다. 니콜라스의 퇴장으로 한 명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겨야 했기에 선수들 모두 각성 상태였다. '그냥 이 경기 이겨야 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헤딩을 할 때마다 피가 많이 나더라. 경기 끝나고 보니 부상 부위가 많이 찢어지긴 했다. 나중에 팬이 찍어준 사진을 봤을 때도 피가 많이 흘러있더라. 결국 병원에서 6바늘을 꿰맸다. 그래도 그 경기를 이기면서 당시 2위였던 서울 이랜드와 승점 9점까지 격차를 벌릴 수 있어 다행이었다."
유스 출신이 프로에 데뷔해 연착륙하고, 투지를 불태우며 팀을 승격까지 이끄니 안양 팬들 입장에서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박종현 역시 자신과 안양을 사랑해주는 팬들의 응원을 받을 때마다 대단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2022년에 입단했을 때보다 안양 팬들이 많이 늘었다고 생각한다. 요즘엔 홈경기 매진 속도도 빠르더라. 승격을 확정한 부천전 당시 원정석에 '보라색 벽'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걸 보는데 정말 멋있었다. 규모가 커진 안양 팬들이 다음 시즌 서울과 맞대결을 펼칠 때 벌이는 응원전도 엄청날 듯하다. K리그1 다른 팀에 결코 뒤지지 않는 응원이 될 것이다."
구단 유스 출신이 그 구단에서 프로로 데뷔하고, 우승을 이끌고, 주장 완장까지 차며 '원클럽맨'으로 남는 일은 팀을 오랫동안 응원한 팬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그림일 것이다. 아직 프로 3년차인 박종현에게 아직 먼 일일 수 있지만, 그가 안양 팬들을 생각하는 마음만은 왜 그가 '예쁨 받는 성골'인지 알 수 있게 만드는 증거였다.
"내가 주장 완장을 차기에는 아직 훌륭한 리더십을 가진 형들이 많다. 하지만 기회가 열려있고, 안양에서 더 열심히 한다면 내게도 그날이 오지 않을까. 유스 때부터 계산하면 안양과 인연을 맺은 지도 벌써 6년이나 됐다. 경기날 내 선수 소개 멘트가 '메이드 인 안양'이다. 팬들에게 그 여섯 글자가 떠오르는 선수로 끝까지 기억되고 싶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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