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리·정은채,tvN '정년이'로 인생 캐릭터 경신…여성 연대 새 지평 열었다[스한 초점]
김태리, 천재 소리꾼 윤정년 역으로 몰입감↑
[스포츠한국 이유민 기자] 1950년대 한국전쟁 후 궁핍한 시대에 국극이라는 문화적 부활을 알린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가 안방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여성 소리꾼의 성장 서사를 중심으로, 드라마·영화에서 대세 배우로 떠오른 김태리의 압도적인 연기력과 생생한 캐릭터 케미로 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이 드라마가 담고 있는 주요 요소들을 통해 그 매력을 분석해 봤다.
드라마 '정년이'는 1950년대 여성국극이라는 생소한 소재를 중심으로, 여성들이 남성 배역까지 도맡아 연기하던 당대의 국극 세계를 무대 위로 되살렸다. 드라마는 국극의 실제 공연 장면을 공연장에서 중계하듯 구현해, 마치 관객들이 공연을 관람하듯 국극의 매력을 더욱 실감 나게 전달했다. 극중극 '자명고'와 '춘향전' 등의 무대를 통해 국극의 전통적 미학과 감동을 현재로 불러오면서, 국극이 가진 특유의 소리와 춤, 그리고 깊은 내러티브가 현대 관객에게 신선한 감흥을 선사한다.
방송 첫 주 4.8%의 시청률로 시작한 정년이는 매회 상승세를 기록하며, 6화에서는 최고 시청률 13.4%를 달성해 지상파 포함 전 채널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 정년이의 화제성 역시 높은데,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최근 2주 연속 TV·OTT 드라마 화제성 1위를 기록하며, 김태리는 출연자 화제성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1. 천재 소리꾼으로 거듭난 김태리, 3년의 소리 연습과 남다른 노력
천재 소리꾼 윤정년 역을 맡은 김태리는 무대 위에서 빛나는 존재감을 과감히 보여주고 있다. 목포 출신의 평범한 소녀가 서울로 올라와 최고의 국극 배우가 되기까지의 성장 서사를 자신만의 섬세한 연기로 설득력 있게 표현한다.
김태리는 '정년이' 제작발표회에서 주인공 윤정년 역할을 위해 드라마 제작 3년 전부터 소리 연습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선천적인 소리꾼의 재능을 흉내 내기 위해 소리, 춤, 사투리까지 3년 동안 연습했다"라며 노력을 밝혔다. 또한 현지 목포 사투리를 위해 일주일에 2~3회씩 사투리 수업을 받으며 캐릭터를 깊이 이해하려 했다. 그뿐만 아니라, 남성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걸음걸이와 일상적인 행동까지 바꾸려는 노력으로 완벽한 윤정년을 만들어냈다.
2. 잘생쁨의 정석! 파격 변신으로 화제 모은 정은채의 재발견
극 중 문옥경 역을 맡은 배우 정은채는 외모와 연기 스타일에 큰 변화를 줬다. 여성국극 매란국극단의 스타로 등장하는 그는 중성적인 목소리와 보이시한 매력으로 20대 여성 팬들의 관심을 끌며 '잘생쁨(잘생김+예쁨)의 정석'이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특히 데뷔 이래 가장 짧게 자른 커트 머리와 양복, 넥타이 스타일로 캐릭터의 매력을 높였고, '옥경 선배' 역할을 통해 김태리와의 케미를 완성해 내며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3. 개성 만점 조연들과 함께 완성된 '정년이'의 매력
김태리의 주연 연기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우다비, 현승희, 이세영, 오경화 등 개성 넘치는 조연들이 각자의 매력을 발휘하며 극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우다비는 윤정년의 친구인 홍주란 역으로 등장해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그룹 오마이걸 승희로 활동해 온 현승희는 드라마에서 박초록 역으로 변신해 시청자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초반에 주인공 정년을 시기하며 다소 투박하고 귀여운 악역을 연기했지만, 차츰 정년에 대한 정을 느끼고 진심 어린 협력자로 변모하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또 극 중 매란 국극단의 든든한 선배인 백도앵을 연기하는 이세영도 돋보인다. 그는 도앵이 국극 배우에서 연출자로 거듭나는 성장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내며, 캐릭터가 가진 깊이와 갈등을 현실감 있게 전달했다. 마지막으로, 정년의 언니 윤정자 역을 맡은 오경화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며 동생 정년의 꿈을 응원하는 정자의 진심 어린 모습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4. 질투 대신 연대! 신선한 여성 서사로 호평받는 '정년이'
'정년이'는 기존의 여성 중심 드라마들이 질투나 시기 등 부정적인 감정을 다루는 것과 달리, 여성들의 연대와 소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러한 접근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주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드라마는 서이레 작가와 나몬 작가의 웹툰 '정년이'를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이에 탄탄한 스토리 라인을 바탕으로 캐릭터의 감정선과 서사를 정교하게 그려내고 있다. 3년간 총 138화에 걸쳐 연재된 웹툰은 국극과 여성 서사를 다루며 두꺼운 팬층을 확보했다. 원작 속 인물들이 가진 매력을 살리되, 드라마라는 매체의 특성을 살려 압축된 서사와 연출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그러나 원작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동성애 코드를 생략한 점은 팬들의 아쉬움을 남겼고, 제작진은 이를 "여성의 연대와 성장에 주력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5. 1950년대 국극 열풍, K-팝 팬덤의 원형을 재현하다
당대의 국극 무대를 꾸몄던 여성 소리꾼들은 오늘날의 K-팝 아이돌처럼 뜨거운 팬덤을 형성했다. 드라마는 여성국극의 인기가 절정이었던 시기 팬들이 배우들을 열정적으로 응원하고, 극단 연구생들의 수련 과정을 통해 K-팝 아이돌 연습생 훈련과의 공통점을 강조했다. 국극 자문을 한 정은영 작가는 "국극 팬덤은 한국 팬클럽 문화의 시초이기도 했으며, 이는 오늘날의 대중문화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극 중에는 숙소 앞에 진을 치는 팬들과 배우들의 오디션 장면이 서바이벌 게임처럼 그려져, 옛 국극 팬덤과 현대 대중문화가 교차하는 흥미로운 지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정년이'는 2024년 하반기 최고의 화제작으로 자리 잡았다. K-문화 팬덤의 원류로서의 서로를 성장하게 만드는 경쟁과 연대의 이야기는 시청자들에게 강한 공감을 안겨주며, 남은 회차에서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펼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스포츠한국 이유민 기자 lum525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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