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2' 김성철 "독이 든 성배, 몇 잔이라도 마실 수 있어요"[인터뷰]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지옥2' 정진수 역 뿐만 아니라 뮤지컬 '지킬앤 하이드'에서도 조승우, 홍광호 선배가 먼저 걸어 간 길을 제가 걸어야 합니다. 독이 든 성배를 기꺼이 또 마셔야죠."
배우 김성철이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2'(연상호 감독)로 완벽한 변신을 선보이며 '지옥1' 유아인의 아우라를 온전히 이겨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첫공개한 '지옥2'는 오픈 3일 만에 170만 시청 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국내 TOP 10 시리즈 부문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이고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에서도 5위에 등극하며 흥행을 이뤘다.
'지옥2'는 지옥행으로의 고지와 사자들의 시연으로 세상은 황폐하게 변해가고 정진수(김성철) 의장의 부재와 고지받은 아기의 생존 때문에 서서히 힘을 잃어가는 새진리회와 세력을 날로 확장해 정부의 골칫거리로 떠오른 화살촉, 고지받은 아이를 지키고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도우려는 민혜진(김현주) 변호사를 주축으로 한 소도 등 다양한 조직들의 대립과 이 조직들을 이용해 새로운 질서를 세우려는 정부의 이야기를 그렸다.
'지옥2'의 제작 당시 '지옥1'에서 정진수 역을 맡았던 유아인이 마약투약 혐의로 하차하자 방송가에서는 유아인의 빈자리를 누가 차지할 것인가를 두고 '독이 든 성배를 누가 마실 것인가'에 대해 일대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유아인이 주연을 맡았던 여러 드라마, 영화가 콘텐츠적 완성도를 떠나 개봉, 방영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에 놓이게 됐고, 정진수 역은 '지옥' 시리즈의 타이틀 롤이었기에 '지옥2'에도 암운이 드리우는 듯 했다. 하지만 연상호 감독을 비롯한 제작팀은 만장일치에 가까운 의견으로 30대 초반 남자 배우 중 연기 잘 하는 것으로 충무로와 방송가에 이름을 떨치고 있던 김성철을 전격 캐스팅했고, 김성철은 제작진의 부름이 헛되지 않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 원작의 정진수에 가까운 인물을 창조해 나갔다.
지난달 30일 '지옥2'의 주연배우 김성철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이 만났다. 뜨거운 화제 속에 '지옥2'의 주연으로 나선 그가 무사히 6부 전 시리즈를 전 세계 190여개 국 시청자에게 선보이고 난 후의 만남이어서인지 후련함과 긴장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매번 작품을 새롭게 선보일 때마다 드러내는 김성철 특유의 자신감과 악동 같은 장꾸미도 동시에 언뜻언뜻 비쳐졌다.
"시즌2 정진수의 모델이 유아인 형만 있었다면 힘들었겠죠. 하지만 웹툰 원작이 있다는 것이 저에겐 큰 안심이 됐어요. 웹툰의 정진수와 김성철이 닮았다고 말해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뮤지컬 '데스노트' 당시 원작 애니메이션을 300번 가량 보면서 연습을 했는데 주변 분들이 '원작충'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셨어요. 그만큼 원작에 의존하는 습관이 있어요.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시즌1의 정진수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익숙하면서도 새로워야 한다'는 대전제가 있었죠. 그게 너무 어려웠어요. 시즌2에서 제 목표는 '김성철이 정진수를 제대로 해냈네'가 아니었어요. 그저 '저 정진수가 정진수다'였죠. 부드럽게 그 인물에 녹아들어가고 싶었어요. 그 목표를 어느 정도는 달성했다고 생각해요. 유아인 선배와 비교 대상이 될지언정 스스로는 만족합니다. 앞으로도 조승우, 홍광호 형이 만들어 놓으신 '지킬 앤 하이드'를 제가 신선하게 그려나가야 할 텐데 그것도 큰 숙제이고 고민이죠. 독이 든 성배를 또 마셔야 해요. 배우라는 직업이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데 독이 들었다면 한번 아프고 회복하면 되요. 제가 회복 능력이 꽤 좋답니다. 두려움 없이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을 할려고요."
'지옥2'는 부활 이후 특별한 능력을 가지게 된 박정자(김신록)와 시연 이후 8년이라는 시간동안 수많은 자아를 넘나들며 처절한 지옥을 체험한 정진수 두 부활자의 사연을 중심으로 새진리회와 화살촉, 소도 세 집단의 갈등을 극대화시켜 나간다. 김성철은 연극과 뮤지컬, 영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갈고 닦은 기량으로 8년의 시간동안 셀 수 없는 지옥을 경험하는 정진수의 처절한 고통과 깊은 공허 등을 모자람도 넘침도 없는 심연의 깊이로 펼쳐냈다. 박정자를 만나기 위한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오지원(문근영)의 남편 천세형과 정부 이수경(문소리) 정무수석 등을 가스라이팅하는 모습 등에서는 카리스마와 야비함을 동시에 펼쳐보이며 극 전체를 장악했다.
"제가 해석한 정진수는 20년 전 고지를 받고 자신의 고통을 세상 사람들에게도 전달하려 하죠. 그래서 새 진리회를 만들고 교리를 만들어요. '나의 고통을 너희들에게도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것이 이 인물의 유일한 의지에요. 시즌2에서 지옥을 8년간 겪고 부활한 그는 이미 정신이 해체된 인간이에요. 지옥에서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끊임없이 겪고 온 인물이죠. 그의 목적은 오로지 박정자를 만나는 것이고 지옥사자들의 시연에서 벗어나는 일이에요. 선과 악 이중의 잣대로 나눠 봤을 때 정진수는 악인이고 거대한 거짓말로 세상을 속인 사람이지만 그를 연기하는 저로서는 시청자들로부터 최소한의 연민 혹은 그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느끼실 수 있게 연기하고 싶었어요. 히스 레저의 조커 연기를 좋아해요. 그 또한 악인이지만 '왜 그렇게 되었을까' 측은지심을 가지게 하잖아요? 정진수를 연기하면서도 광기의 눈이나 웃음을 쓰기는 했지만 그가 겪는 고통에 초점을 두고 관객들이 그의 사연에 궁금증을 가지실 수 있었으면 했어요."
김현주를 비롯해 문소리, 김신록, 문근영 등 함께 출연한 쟁쟁한 연기파 여배우들과의 호흡도 그에게는 또 다른 배움이었고 성장의 동력이었다. 20년차 이상의 쟁쟁한 경력의 배우들과 집중력 넘치는 호흡은 그에게 또 다른 에너지로 작동했다.
"김현주 선배는 시즌1, 2의 맥을 이어주셔야 하는 캐릭터이자 극의 주제를 담보하여야 하니 매우 중요한 캐릭터를 중심을 잘 잡고 소화해주셨죠. 문근영 누나는 정말 어마어마했어요. 배우나 작품이 어떤 평가를 받을 때 신선함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때가 많은데 문근영 선배가 제대로 보여주셨죠. 그래서 저 또한 매번 들려드리지 않은 목소리와 신선한 캐릭터를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전 촬영을 통털어 박정자를 만나는 장면이 가장 어려웠어요. 6부에서 정진수와 박정자가 끝내 만나는 신에서 김신록 누나의 연기톤을 보는데 김성철로서도 정진수로서도 대혼돈이 밀려왔죠. 어마무시한 에너지로 박정자가 눈을 뒤집으며 정진수에게 어떤 예언을 전하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뚝뚝 흘러내리더라고요.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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