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확실한 금연정책? 담뱃값 인상…최소 8000원은 돼야"

강승지 기자 2024. 11. 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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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이제 다 바꾸자⑫] 김현숙 대한금연학회장 "흡연, 만병의 근원"
"합성·유사 니코틴도 담배로 정의해야…신종 담배 변화에 유연 대처"

[편집자주] "담배? 끊긴 끊어야지." 흡연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법한 말이다. 몸에 좋지 않다는 걸 뻔히 알지만 '난 괜찮겠지'라는 자기 확신에, 참을 수 없는 욕구에 담배를 손에서 놓지 못한다. 문제는 담배의 종류는 더욱 다양해졌고 흡연자들의 금연 의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금연정책도 이런 세태에 발맞춰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뉴스1이 국내 흡연 실태와 금연 정책을 돌아보고 흡연자를 금연의 길로 인도할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다.

김현숙 대한금연학회 회장(신한대학교 교수)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학회의 궁극적 목표는 '담배 없는 세상'입니다. 담배에 관해 더 논의할 사안이 없는, 학회가 없어도 되는 그날이 오도록 해야죠. 합성 니코틴이나 유사 니코틴 물질도 담배 정의에 포함되도록 개선하는 한편, 담뱃값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8000원으로 올리고 국가금연지원서비스 예산 증가와 금연 지원 사업 다양화에 힘쓰겠습니다."

대한금연학회를 지난해부터 이끌고 있는 김현숙 회장(신한대학교 교수)은 최근 뉴스1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간호학·보건학자로서 흡연을 만병의 근원으로 보고 금연에 관심을 가진 그는 "신종 담배 흡연자가 매해 늘고 있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금연학회는 2008년부터 금연과 흡연 예방의 학문적 근거 확립과 금연 정책 제안에 힘쓰고 있다.

"10년째 궐련 담뱃값 4500원…이젠 올려야"

김현숙 학회장은 가장 효과적인 금연 정책으로 '담뱃값 인상'을 꼽았다. 국내 담뱃값은 지난 2015년 4500원으로 2000원 오른 뒤 10년째 유지되고 있다.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오히려 담뱃값이 떨어진 것이라는 김 회장은 "내년도에는 담뱃값 인상이 추진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적어도 OECD 평균 담뱃값 8000원~1만 원 수준이어야 한다고 봤다.

흡연이 개인 건강과 삶의 질은 물론, 사회경제적으로도 큰 손해로 잘 알려졌음에도 금연 시도자는 점점 줄어드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흡연자가 여러 담배를 사용하는 걸로 보인다. 건강에 더 위해함을 보여준다. 특히 전자담배의 대응 전략이 마련될 때"라고 했다.

질병관리청 조사 결과 흡연자의 금연 시도율은 2016년 57.7%에서 46.6%로, 청소년 금연 시도율은 2011년 71.2%에서 2020년 66.7%로 하락세다. 국가금연지원서비스를 통한 금연 시도 참여자 수도 보건소 금연 클리닉에서 3년(2019년~2022년) 사이에 57%, 금연 치료 건강보험 지원사업 이용자 수도 46% 감소한 걸로 보고됐다.

김 회장은 "이 기간에 흡연율 감소와 코로나 유행 그리고 신종 담배인 액상형 전자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 출현이 영향을 미친 걸로 보인다"며 "궐련에서 전자담배로 바꿨다면 '담배 끊나 보다'로 생각할 수 있다. 다만 궐련 판매량은 감소하고 있으나 전자담배 판매량은 증가하고 있다. 금연 대신 여러 종류의 담배를 사용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20일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궐련형 전자담배 전용 스틱이 판매되고 있다. 2023.4.2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따라서 김 회장은 "갈수록 다양해지는 담배의 여러 유형을 포괄할 수 있도록, 현재 사각지대에 놓인 액상형 전자담배의 합성 니코틴이나 유사 니코틴 물질도 담배의 정의에 포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담배사업법의 담배 정의를 개정, 폭넓게 확대하자는 취지다. 조속히 포함해, 전자담배에 대한 인식의 전환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액상형 전자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가 궐련의 위험성에서 벗어나거나, 금연을 위한 방법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흡연자들에게) 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다중흡연자가 늘고, 금연하지 못한 채 꾸준히 흡연하는 사례로 나타난다. 건강도 위험해질 수 있어,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국민건강증진기금을 통해 국가금연지원서비스에 투입되는 지원금은 늘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민건강증진기금은 3조 6715억 원 규모였으나 국가금연지원서비스에 쓰인 금액은 1130억 원으로 기금 총지출의 3%에 그쳤다. 김 회장은 "참여자 감소도 원인이겠지만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 지원하는 차원에서 예산이 증액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23일 서울 을지로의 한 흡연부스에서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2020.4.23/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담배 회사들, 연기 없는 세상에 골몰"…신종 담배, 유연하게 대응해야

김 회장은 국내외 담배 회사들이 '담배 없는 세상'이 아닌 '담배 연기 없는 세상'을 위해 전자담배 생산, 판매에 주력할 걸로 전망했다. 실제로 궐련형 전자담배와 액상형 전자담배가 궐련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으며, 제품 다양화와 마케팅 전략으로 판매는 급속도로 증가세다.

이어 "담배 가열 장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전자담배 전환율을 높인다. 청소년들의 접근성에 주의가 요구된다"며 "최근 젊은 세대의 호기심 증가로 국내 시가와 시가 릴로의 판매량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판매량이 빠르게 늘어, 이 점이 걱정스럽다"고 털어놨다.

담배 회사는 강한 열대의 향이나 단맛으로 흡연자, 비흡연자의 이목을 끌고 있다. 담배 냄새 감소를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 중이다. 캡슐 담배는 두 개의 캡슐이 포함된 가향캡슐 담배도 생산하고 있다. 김 회장은 "가향 캡슐과 멘톨 담배의 증가도 예상돼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김 회장은 담배 회사들마저 패션, 예술과 접목한 브랜드를 선보이고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제품에 제공하는 등 기술적 변화를 보이는 반면, 정부 차원의 대응은 '게걸음' 수준인 게 현실이라며 "담배 정의 개정, 세금 문제, 가향과 캡슐 담배 금지 등 신종 담배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연학회는 앞으로 담배 회사의 마케팅 전략이나 사회공헌 사업(CSR)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건 물론, 대국민 홍보 활동으로 흡연 폐해와 금연의 유익성을 알리겠다는 포부다. 현재 담배 제품 시장 분석 및 담배 유통 경로 등에 대한 연구와 내년부터 시행될 '담배 유해성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과 연관된 유해성 관리 세부방안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28일엔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 간호대학에서 2024년 추계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금연 희망자 감소 시대, 그 현황 진단과 개선 방안'이라는 주제로 금연 희망자 감소세 원인을 조명하고, 금연율 증가를 위한 방향 등을 모색한다.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흡연자, 전자담배 사용자에게 필요한 금연 권유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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