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오늘 저녁은 따스한가

2024. 11. 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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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누군가와 동행하며 저녁이라는 시간에 이르게 된다.

서임옥 시인의 '동행'이라는 작품 속 "서로 어깨 기대며 두 손을 맞잡고 하루를 건너가는 길 따스하다 이 저녁"이라는 구절에서 동행이 어떤 의미를 갖게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천융희 시인은 매일 맞이하는 저녁을 자신에게 '고백'할 수 있는 행복한 시간으로 봤다.

이제 우리는 동행자와 늘 따스한 저녁을 맞이하려 노력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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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정 시인.

우리는 매일 누군가와 동행하며 저녁이라는 시간에 이르게 된다. 이 소중하고 귀한 이들과 못 다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더없이 여유롭고 따뜻해야 한다.

천융희 시인은 디카시 20년을 맞아 디카시 아카이브를 출간했다. 서임옥 시인의 '동행'이라는 작품 속 "서로 어깨 기대며 두 손을 맞잡고 하루를 건너가는 길 따스하다 이 저녁"이라는 구절에서 동행이 어떤 의미를 갖게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하루를 견디다 보면 슬며시 기대고 싶은 어스름 저녁이 오기 마련이다. 호젓한 밤길의 그림자 위로 쏟아지는 달빛의 고백적인 어조를 따라가 본다. "오늘 하루도 전방위적으로 치열하게 싸웠음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방향의 길을, 같은 마음으로 걸어가고 있음을"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동행의 참뜻이 아닐까.

천융희 시인은 매일 맞이하는 저녁을 자신에게 '고백'할 수 있는 행복한 시간으로 봤다. 어느 틈에 동행하는 이들과 한마음이 된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삶이라는 굴레는 매일 아침이면 접었던 날개를 다시 펼 수밖에 없다. 그곳에는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경쟁과 노력도 있고, 말하지 못한 눈물도 들어 있다. 그러나 새로운 계획과 실천을 위해 동행하는 이들과 함께 한 곳을 바라보고 협력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같은 방향의 길을" 가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 서로에게 기둥이 돼 기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서로에게 의지한 채 "같은 마음"이 돼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동행자와 늘 따스한 저녁을 맞이하려 노력해야 할 것 같다. 하루 중에서 가장 쓸쓸한 시간이 아니라 가장 푸근한 시간, 하루가 고단했든지 흡족했든지 간에 말이다. 석양볕이 고요하게 식어가는 것, 오늘과 이별이라는 아쉬움보다 내일은 쓸쓸함이 오지 않기를 소망하는 노래로 봐야겠다.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11월이다. 동행인에게 위로가 됐으면 한다. 한 해가 또 저물기 시작한다. 저녁이 오고 있다. 오유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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