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임박 ‘트럼프노믹스’ 시즌2…예고편 분석해 봤더니
승자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 5일 치러진 미국의 제47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습니다. 언론들은 '트럼프 2기'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 정부 정책과 많이 달라질 전망입니다. 트럼프 1기 당시 경제 정책을 '트럼프노믹스'라고들 불렀는데요. '트럼프 2기'의 산업, 통상 정책은 '트럼프노믹스'의 시즌2인 셈입니다. 벌써 궁금해집니다.
미국의 정치 리더십 변화는 전 세계의 관심 사안이지만, 특히 바이든 행정부에서 대미국 투자가 급증했던 한국 산업계의 관심은 더 컸습니다. KBS는 대선 결과가 나온 뒤 대략적인 산업 전망을 정리해서 보도해 드리기도 했습니다. 미리보는 예고편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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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러 산업·통상 연구기관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소식에 일제히 선거 기간 공약과 발언, 실제 집권 시 예상되는 영향과 대응 방안을 분석한 보고서를 쏟아냈습니다.
오늘(7일)은 이 보고서들의 핵심 내용을 한 번에 종합해 드립니다.
요약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조는 큰 틀에서 '미국 우선주의', 그에 따른 대중국 견제와 친기업 정책입니다. 대중국 견제의 수단으론 관세, 친기업 정책으로는 제조업 부흥 등이 거론되는데요.
많은 분석은 우려가 크지만 기회도 없진 않다고 말합니다. 어떤 업종에서 그렇고, 예상되는 타격은 뭔지, 살펴보겠습니다.
■ 설'MAGA' 현실로…"'TRUMP' 시나리오에 대비하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반적인 정책 기조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 MAGA(마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 Make America Great Again)입니다.
한국무역협회는 보고서 '2024 미국 선거와 통상환경 전망'에서 "트럼프 후보 당선으로 자국우선주의, 보호주의를 필두로 한 트럼프노믹스 2.0 개막"이라며 "자국 노동자의 권익 보호와 제조업 강화, 수입품에 대한 공격적인 관세 부과 등 미국 중심의 정책을 추진할 전망"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대한상의는 이를 구체적으로 ' TRUMP'라는 시나리오로 정리했습니다. '보편적 관세 도입( Tariff on All Imports)', '화석 연료 부활( Return to Fossil Fuel)', '첨단산업 불확실성 증가( Uncertainties in High-Tech Industry)', '통화 정책 개입( Monetary Policy Interference)', '북-미 정상간 개인 외교( Personal Diplomacy)'입니다.
이 가운데 우리 산업계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게 바로 관세, 화석 연료, 첨단산업 불확실성 등 부분입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60~100%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 거세지는 중국 견제…첨단·전력 산업은 기회 맞을 수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추후 정책 방향에 대해 "특히 중국과의 디커플링을추구하면서 무역 및 기술 경쟁, 자국 산업 역량 강화 및 국가안보를 위한 정책 강화가 전망된다"고 밝혔는데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른 어떤 국가보다 중국 산업이나 상품이 미국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차단하고자 하고 있고, 이런 대중국 견제 강화는 한국 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요.
먼저 60%의 대중국 관세가 부과되면 한국 수출은 어떻게 될까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2024 미국 대선: 미국 통상정책의 경제적 영향 분석'을 보면, 미국의 대중국 관세가 1%P 오르면 한국의 대미국 수출은 장기적으로 대략 2.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봤습니다. 특히 미국은 2018년부터 중국에 301조 관세를 적용했는데, "반도체와 태양광 셀 같은 분야는 중국과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어 관세 인상의 효과가 매우 크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엔 추가 대중국 관세로 인한 기회 요인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301조 관세가 오랫동안 부과돼 미국의 수입업자, 중국 공급자의 대응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고, 이미 대중국 반도체에는 50%의 관세가, 이차전지에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통한 견제가 이뤄지고 있다는 겁니다.
오히려, 관세보단 직접적인 견제에 따른 반사이익이 기대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대표적인 게 반도체입니다. 산업연구원의 보고서 '미국 대선 시나리오별 한국 산업 영향과 대응 방향'을 보면, "반도체지원법(이른바 CHIPS법) 보조금 및 세액공제 혜택 축소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반면, 반도체 및 핵심 판로 수요산업 내 중국 경쟁기업 견제 강화로 반사이익이 기대된다"고 합니다.
앞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반도체 부문의 중국과 글로벌 선두 기업들 간 격차는 2~5년입니다. 최근엔 이 같은 추격이 더욱 빨라져 저가 범용 메모리 부문에서 한국의 반도체 대표 기업 삼성전자의 실적에 악영향을 줄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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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KBS에 "미국의 대중국 압력이 강화되면서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산업 분야에 대한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한 걸음 정도 계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룸(여유)'은 벌었다"고 말했습니다.
산업연구원도 "현재 주요 중국 기업의 메모리 부문 추격을 저지하기 위해 수출통제 수준 강화를 요구하고, 동맹·협력 국가들의 핵심 수요산업 내 중국 관련 사이버 보안·정보 유출 등 국가안보 위협 요인 점검 촉구"가 요구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밖에 인공지능(AI) 활황으로 전력 인프라와 원자력 부문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코트라는 특히 소형모듈원자로(SMR) 등에 대해선 트럼프 전 대통령도 투자 확대를 공약했고, 미국 전력 노후 설비 교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기회 요인으로 봤습니다. 기계·장비 부문의 한 업체 관계자는 코트라에 " 미국 정부의 공급망 정책과 대중 견제 기조로 한국 기업이 품질 및 가격 면에서 상대적 이점을 누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 보조금은 어떻게?…배터리는 "수요 위축"·철강도 "불확실성 심화"
하지만 객관적으로, 낙관 요인보다 더 두드러지는 특징이 불확실성 심화와 위기 요인 증가입니다. 대부분의 산업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바이든 정부 시기, IRA와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과 세액 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미국 투자를 늘린 산업의 불확실성 심화가 두드러집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보고서 '미국 트럼프 2.0 행정부의 경제정책 전망과 시사점'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요. 앞서 바이든 정부는 대중국 견제책으로 '투자'와 '연대' 등을 강조하고, 이를 각종 보조금과 한국 등 우방국과의 협력으로 실현했습니다. 하지만 보고서는 트럼프 2기는 "' 관세 부과와 법인세 감축'만으로도 미국 내 제조업 투자가 충분히 유치될 것으로 본다는 점에서 '반도체법'과 같이 개별 산업에 지급되는 보조금의 필요성에 대해 바이든 정부에 비해 절실하게 느끼지 않는 것으로 보이며, IRA에 대해서도 폐기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쓰고 있습니다.
이태규 한국경제인협회 수석연구위원은 "기회가 있을 수도 있지만 우려되는 부분이 너무 커서 기회가 별로 안 보이는 상황"이라며 "의회의 의석 구조상 공화당이 다수당이 되면 마음 먹기에 따라서 IRA 등 보조금 법안 폐지도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대통령 선거와 함께 실시된 의회 상·하원 선거에서 모두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실현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론 IRA 등의 전면 백지화보단 일부 보조금 등 혜택 축소가 예상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함께 추진하고 있는 '제조업 부흥'과 지역구 이해관계 때문에 그렇습니다.
무협은 "IRA로 인한 해외투자 유치·일자리 창출의 혜택은 대부분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조지아 등 미국 남동부 공화당 우세 지역에서 발생했다"며 "지난 8월 공화당 하원의원 18명이 IRA 전면 페지 반대 서한을 공개한 바 있어 추후에도 수혜 지역 공화당 의원들이 지역구 이해를 고려해 IRA 폐기에 소극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트럼프 1기 정부에서 USTR(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를 역임한 라이트하이저도 법안의 일부 조항이 유지될 가능성을 언급했으며, 밴드 부통령 후보 역시 철회 여부를 완전히 결정하지 않았고 미시간의 자동차 근로자들에게 최대한 많은 자금을 투자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고 설명했습니다.
보조금 정책이 아예 폐기되든, 또는 축소되든 친환경 정책의 수정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이에 따라 산업연구원은 "미국 내 전기차 보급이 후퇴하면서 글로벌 배터리 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에 따라 배터리 부문도 어려움을 맞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산업연구원은 이에 따라 트럼프 집권 시 "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한편 대미국 무역에서 흑자를 보고 있는 철강 부문도 트럼프 전 대통령 기조에 따라 관세 장벽이 강화되면, 대미 수출 차질이 생기거나 시장 진입 제약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 동맹국이라고 안심 안 돼…"보편 관세 부과하면 한국 수출 최대 448억 달러 ↓"
관세 부분도 더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에 대해 더 높은 관세와 거센 견제를 예고하고 있다고 해서, 한국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중국 관세와 함께 예고한 모든 국가에 대한 10~20%의 보편 관세 때문에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수출로 먹고사는 국가는 보편 관세 같은 무역 장벽이 높아지면 그만큼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이 같은 관세 부과에 따라 한국의 직간접 수출이 최대 448억 달러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미국 수출액도 줄지만, 다른 나라들도 미국으로의 수출이 줄면서 거기에 쓰이는 한국산 중간재들의 수출 또한 줄어들 수 있다는 거죠.
대한상의의 분석에서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여기에 더해 "특히 한국은 미국을 상대로 지난해 444억 달러, 올해 상반기에만 287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만큼, 한·미 FTA 등 기존 무역협정에 대한 재협상 시도 가능성이 크다"고도 전망했습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무역수지 적자'를 명목으로 중국에 대한 무역 전쟁을 펼쳤죠. 무협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유세 과정에서 대EU 무역적자를 언급하며 동맹국일지라도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고, "미국 무역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한국, 일본, 유럽, 멕시코, 캐나다산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수입을 지적"했다고 전했습니다.
■ '강경파' 인선 예상까지…복잡해진 셈법에 "미국에 한국 중요성 설명하겠다"
보다 강경한 산업·통상 정책이 전망되는 원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트럼프 1기' USTR 대표를 지냈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의 복귀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집니다. 코트라는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에 대해 "트럼프 무역 경제정책의 설계자로 불리며 관세와 무역 불균형에 대한 강경 입장 고수, 상무부 장관으로도 거론된다"고 적었습니다. 실제로 실제로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선거 기간 미국의 외교전문잡지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 등 기고 등을 통해 트럼프 정부 시절 통상 정책의 성과를 강조하고, 제조업 부흥책과 중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밝혀오기도 했습니다.
아직 '불확실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해법이나 대응책은 제각각입니다. 조상현 원장은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보고 '플러스' 측면과 '마이너스' 측면을 같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직접 보조금 등엔 부정적이지만, 법인세 최고 세율을 낮추겠다는 등 친기업적인 정책도 선언했다는 겁니다.
무협은 "중국의 대응 및 제3국의 유사 조치 도입에 따른 리스크를 별도로 고려할 경우, 중국 및 불공정 무역국가를 상대로 한 미국의 관세 조치는 공정하게 제조돼 수출된 우리 상품에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며, 트럼프 후보의 법인세 인하 등 친기업적 정책 및 규제완화 조치는 미국에 기투자한 우리 기업의 부담을 일정 부분 경감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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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숙 기자 (vox@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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