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칼럼] 건설근로자 퇴직공제부금 산정기준 재검토 필요한 시점
오는 22일은 '건설기능인의 날'이다. 건설기능인의 날은 건설근로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2010년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기념일이다. 건설근로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및 처우 개선에 대한 노력의 출발점은 1998년 '퇴직공제제도'가 도입되면서부터였다. 건설근로자들은 일의 특성상 같은 사업장에서 1년 이상 일하는 경우가 드물기에 법정퇴직금을 받기 어려웠다. 이에 퇴직공제제도가 도입되면서 건설일용근로자도 퇴직금 명목의 '퇴직공제금'을 수령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이들의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하고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퇴직공제제도는 다음과 같은 절차로 운영된다. 우선 퇴직공제 가입공사의 발주기관은 공사원가에 퇴직공제가입 소요금액(원가반영액)을 '산정기준'(직접노무비×2.3%)만큼 반영한다. 이후 시공사인 건설사업주가 공사에 실제로 투입한 근로자 인원수만큼 퇴직공제부금을 납부하면 근로자가 건설업 퇴직 시 해당 금액을 수령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산정기준'에 대해 재검토를 요청하는 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 퇴직공제가입 소요금액 산정기준은 건설산업기본법 제87조에 따라 국토교통부 장관이 고시하고 있다. 2008년부터 15년 동안 동결중인 해당 기준에 대해 필자는 몇 가지 문제점을 짚어 봤다.
첫 번째는 전체 퇴직공제 가입사업장 중 약 10%가 원가반영액을 초과해 납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준공한 공사 중 7461개소가 원가반영액을 초과해 퇴직공제부금을 납부했으며, 그 초과 납부액이 1634억 원이었다. 최근 3년간 통계를 보면 초과 납부액이 매년 전체 납부금액의 20%를 상회했다. 사업주는 초과한 금액을 이윤에서 전용하는 등으로 부담하거나 발주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계약을 변경하여 납부하고 있다. 하지만 초과한 금액에 대해 발주기관이 정산할 의무가 없어 초과 납부는 사업주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결국 퇴직공제금 납부 누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동결된 요율(2.3%)이 정부의 퇴직공제금의 보장성 강화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제 4차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기본계획'에 따르면 건설일용근로자가 1년간 일했을 때 받을 수 있는 퇴직공제금은 약 121만 원으로, 건설일용근로자 월 평균임금 217만 3000원의 55.7% 수준이다. 해당 계획에서 정부는 요율 인상 후, 퇴직공제금을 건설일용근로자 월 평균임금에 맞출 수 있는 수준(1일 8400원 이상)으로 단계적 인상하겠다고 했다. 이후 퇴직공제금은 4800원에서 6200원까지 인상됐지만, 요율이 계속 동결되며 목표금액인 8400원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즉, 요율 조정이 선행돼야 부금인상을 통해 제도의 사회보장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는 산정방식 자체에 있다. 현재는 직접노무비에 일정 요율을 곱해 원가반영액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동일한 노무비라 하더라도 임금 수준에 따라 실제로 투입되는 인원수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고임금 근로자가 투입되는 공사A와 저임금 근로자가 투입되는 공사B에 대해 동일한 노무비가 책정될 수 있지만, 인건비의 차이로 인해 실제로 근무한 근로자 수는 B에서 더 많게 된다. 퇴직공제금은 인원 기준으로 납부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근로자 고용이 많은 공사의 경우에는 금액이 부족해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임금 수준뿐만 아니라 현장의 투입 인원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유연한 산정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전자카드제'의 도입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 중 하나다. 전자카드제는 건설근로자들이 현장에 설치된 단말기에 전자카드를 태그해 자신의 근로내역을 직접 기록하는 제도로, 인력관리 투명화를 위해 도입·시행됐다. 이와 관련해 건설근로자법 시행령이 개정되며 퇴직공제가입 소요금액에 전자카드 단말기의 설치·운영 비용이 포함됐다. 즉, 앞으로 퇴직공제 가입공사는 원가반영액 안에서 공제부금 뿐만 아니라 단말기 비용까지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단말기의 매매 단가는 최저 107만 원, 월 임대비용은 최저 5만 5000원 수준인데, 비록 반영액 전체에 비하면 큰 금액은 아닐지라도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한 변수다.
앞서 살펴본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임금 수준, 투입 인원, 전자카드제 도입 등 구체적 변인을 고려해 퇴직공제가입 소요금액 산정기준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산정기준 재검토를 통해 건설사업주의 부담을 덜고 퇴직공제제도의 사회적 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해 건설 산업 전체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길 기대해본다. 김정환 건설근로자공제회 대전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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