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중국萬窓] 세계를 사로잡은 중국의 8대 명주(名酒)

2024. 11. 8.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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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의 중국萬窓]

세계를 사로잡은 중국의 8대 名酒

예로부터 중국에서 문학을 얘기하고 정사를 논할때 술이 빠진 적이 없었다. 중국에서 양조역사는 4200년이 넘었다. 오랜 역사를 지닌 만큼 술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고 지역마다의 특산주가 있다.땅덩이가 넓은 만큼 양조장도 많다. 5500여개의 증류주 공장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제각기 자기가 만든 술이 으뜸이라고 주장한다. 중국 정부는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출범한 이래 주류품평회를 열어 중국을 대표하는 명주를 선정, 발표하고 있다.

◇ 간판 중국 술 백주

중국 소설연구자들이 쓴 '중화미각'(문학동네 편)에 따르면 중국 술은 백주(白酒), 황주(黃酒), 맥주, 과실주, 약주(혼합주) 등 다섯가지로 나뉜다. 이중 중국을 대표하는 술은 단연 백주다. 백주는 고량주, 배갈, 소주라고도 한다. 한국의 소주처럼 가열해 증류시킨 술로, 색이 투명색이다. 알콜 도수는 40도~80도 정도로 매우 독하다. 대표적인 술로는 마오타이주(茅台酒) 와 펀주(汾酒) 그리고 오량액(五粮液)이 있다. 구하기 쉽고 알코올 함량이 높아 금세 취한다. 술 품평 기준은 색깔, 향기, 맛 세가지다. 백주는 무색투명한 색감에 독특한 향을 풍기며 단맛, 쓴맛, 신맛, 매운맛, 짠맛 등 오미(五味)를 지녔다. 구하기 쉽고 알코올 도수가 높아 빨리 취한다.

백주는 처음 수수, 즉 고량(高粱)을 사용해 만들었다. 백주를 고량주로 부르는 것은 이때문이다. 최근에는 옥수수와 쌀로 만드는 백주도 많아졌다. 최초로 백주를 만든 사람은 중국 최초의 사전인 한나라 허신의 설문해자(說文解字)에 따르면 두강(杜康)이라고 한다. 중국 전설시대 제왕인 황제(黃帝) 시대 두강은 양곡을 담당하는 관리였다. 그런데 추수 후 남은 곡식을 보관하는 게 늘 일이었다. 어느날 숲속을 거닐다 말라죽어 안이 빈 나무를 발견했는데 나무 안에 보관한 곡식이 술이 됐다. 이렇게 해서 두강은 '술의 신'으로 추앙받게 된다.

백주는 향에 따라 여러 종류로 구분된다. 첫째, 농익은 향을 내뿜는 오량액과 두강주다. 둘째 간장 향을 내는 술로 귀주의 모태주가 있다. 셋째 맑은 청향형의 분주, 넷째 쌀향기가 나는 계림의 삼화주, 그리고 복합적 향의 안휘성의 구자교도 있다. 백주는 도수가 높을수록 매운맛이 강렬하다. 중국의 기름진 요리를 상쇄시키는 데 효과를 발휘한다.

황주는 한국의 막걸리처럼 찹쌀 등의 곡류를 발효 시킨 후 술지게미를 걸러낸 술로, 황색 등의 색을 띤다. 단맛이 강하다. 알콜 도수는 10도 정도로 비교적 약하다. 사오싱주(소흥주·紹興酒)와 노주(老酒)가 대표적인 황주다.

중국에서 가장 먼저 맥주를 생산하는 곳은 산동성 칭다오(청도·靑島)시였다. 현재는 세계적인 맥주 생산지역으로 발전했으며, 1991년부터 매년 8월 둘째 주말 국제맥주축제를 열린다. 대표적인 맥주로는 칭다오 맥주, 오성(五星)맥주, 광주의 백운(白云)맥주 등이 있다.

과실주는 과일을 원료로 만든 술로 산동성 연대(烟台)이 포도주와 텐진(天津)의 포도주가 유명하다. 약주는 한약 재료를 넣어 만든 술로, 오가피주(五加皮酒), 죽엽청주, 호골주(虎骨酒), 녹용주(鹿茸酒) 등이 있다. 죽엽청주는 고량주에 10여 가지의 약재를 침출시키고 당분을 첨가한 술로, 우리나라 주류 분류법으로는 리큐르에 해당된다. 양나라 때부터 유명했는데 기를 돋우고 혈액을 맑게 한다고 알려져 있다. 양나라 간문제는 죽엽청주의 맛과 향에 탄복한 나머지 "맑고 그윽함에 난조차 얼굴을 붉힌다"라는 시를 읊었다.

◇황제가 즐겨 마신 약주와 영웅호걸의 이과두주

청나라 6대 황제로 88세까지 장수한 건륭제는 약주인 귀령주, 도소주, 옥천주를 즐겨마셨다.

도소주는 도라지, 백출, 대황, 천숙, 방풍, 호장근 등을 썰어 배주머니에 넣고 섣달 그믐날 우물속에 걸어뒀다가 정월 초하루 새벽에 꺼내 청주 두병을 넣고 끓여 만든다. 거북처럼 오래산다는 귀령주는 33가지 약초가 들어간다. 몽골 지방의 쇄양 버섯, 청도의 소문, 인삼, 부자, 당귀 등이 포함된다. 이들 약재를 가루로 만들어 한지로 싸고 노란 비단으로 만든 주머니에 넣은 다음 소주 30근과 찹쌀로 빚은 백주 10근을 섞어 단지에 넣어 삼복더위에 사흘동안 햇볕에 쪼여 만든다.

이연걸이 주연한 영화 '황비홍'에선 이연걸이 이과두주를 마시며 맛이 좋아 제비돌기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과두주는 북경의 전통 백주다. 우리나라 소주와 비슷한 서민주다.

◇중국의 8대 명주

중국 정부는 평주회(評酒會) 즉 주류평가대회를 개최해 엄격한 심사를 통해 국가명주(國家名酒)와 우질주(優質酒: 국가명주 다음으로 품질이 좋은 술)를 선정하고 있다.

중국의 8대 명주로는 다음의 술이 꼽힌다. 첫째는 마오타이주(茅台酒)다. 귀주성에서 생산한다. 중국을 대표하는 술이다. 중국의 서남부 사천성과 운남성이 접해 있는 귀주성은 지세가 험준하고 풍광이 빼어나며 강이 아름다운 지방이다. 장강의 남쪽 상류인 적수(赤水) 가에는 예부터 미주가 이름을 날렸다. 기원전 135년경 이 지역을 평정한 한무제는 이 곳의 술을 '달고 아름다운 술'로 감탄했다. 그 이래로 이 곳의 술은 두보 황정견, 왕희지 등 시인 묵객으로부터 칭송을 받아왔다. 적수가의 마오타이 마을(茅台鎭)에서는 백주를 빚어 널리 판매했다. 여기서 빚은 술은 고을 이름을 따서 마오타이라 불리게 됐다. 수수와 소맥을 누룩으로 발효후 7번의 증류와 3년 이상의 숙성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주재료는 고량(수수)이며, 그 외에 약재와 소맥 등이 첨가된다. 1972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 이 방문했을 때 모택동과 건배한 술이다.

둘째 오량액(五粮液). 사천성에서 생산한다. 재료는 수수, 쌀, 옥수수, 찹쌀, 소맥의 다 섯 가지로 빚은 술이다. 분주(汾酒)는 산서성에서 생산한 것으로 1500년의 역사를 가진 전통술이다. 산시성 펀양시 싱화춘(杏花村)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싱화춘주(杏花村酒)'라고도 불린다. 은은한 살구향이 특징이다. 검남춘(劍南春)은 사천성 면죽(綿竹)시에서 생산되는 중국 전통 백주 브랜드다. 주요 원료는 찹쌀, 쌀, 옥수수, 밀, 수수다. 강소성의 양하주(洋河酒)는 달콤하고, 부드럽고, 연하고 맑으며, 산뜻한 5가지 특징을 고루 갖춘 술이다. 토굴 저온 발효법을 사용하는데, 이 방법을 사용하면 주원료인 수수 고유의 향을 유지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나는 새 술 향기 맡아 봉황으로 변하고, 물에 놀던 물고기 술맛을 보니 용이 되어 승천하도다"라는 시는 양하주를 칭송한 것이다.

조조의 고향인 안휘성의 고정은 남북조 시대로부터 물이 좋기로 이름이 나 있었다. 이름난 고정의 생수로 빚은 고정공주(古井貢酒)는 화사한 맛으로 '술 속의 모란'에 비유 되고 있다. 귀주성과 이웃한 사천성 노주(瀘洲)시의 샘물은 촉나라 때부터 하늘에서 내려 준 신선의 주천(酒泉)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곳의 노주노교는 400여 년 전통 있는 술로서 8대 명주 중 하나이다. 동주(董酒)는 수수에 100여 가지 약재를 넣어 빚은 술로서 풍성한 향미를 자랑하고 있다. 마오타이와 오량액, 동주는 산세가 험준해 풍광이 빼어나며 강물이 맑고 아름다운 양쯔강 상류 구이저우성에서 생산된다.

이밖에 한국인이 사랑하는 수정방(水井坊)은 쓰촨성 청두(成都)의 명주다.

◇술은 문인·묵객의 친구

중국의 역대 문인들 가운데 술을 읊은 시인들이 적지 않다. 그 중에서도 시선(詩仙), 주선(酒仙)으로 불린 이백과 전원시인인 동진 시대 도연명의 시가 유명하다. 이백과 도연명은 극명하게 대비되는 태도로 술을 노래했다. 이백의 시는 호쾌하다. '술을 권한다'는 뜻의 권주가인 장진주'(將進酒)는 인생의 무상함속 술이 주는 기쁨을 호쾌하게 노래한 것이다.

君不見 (군불견·그대는 보지 못하였는가)

黃河之水天上來 (황하지수천상래·황하의 강물이 하늘에서 내려와)

奔流倒海不復回 (분류도해불부회·힘차게 바다로 흘러가 다시 오지 못함을) (중략)

五花馬,千金구 (오화마,천금구· 오색 말과 천금 모피 옷을)

呼兒將出換美酒 (호아장출환미주·아이 시켜 좋은 술과 바꾸어 오리니)

與爾同銷萬古愁 (여이동소만고수·그대들과 더불어 만고 시름 녹이리라)

월하독작(月下獨酌·달 아래서 홀로 술을 마시다)도 명시다.

花間一壺酒(화간일호주·꽃 사이에 한병 술을 들고)

獨酌無相親(독작무상친·홀로 마시니 대작할 친구 하나 없구나)

擧杯邀明月(거배요명월·잔 들어 밝은 달 맞이하고)

對影成三人(대영성삼인·그림자를 대하니 세 사람이 되었네)

반면 도연명은 담담하게 술을 통해 인생을 노래한다. 음주 연작시 중 5번째가 유명하다.

飮酒(음주) 五

結廬在人境(결려재인경·사람 많은 곳에 오두막 지었지만)

而無車馬喧(이무거마훤·수레며 말의 시끄러운 소리가 없다네)

問君何能爾(문군하능이·묻노라, 그대는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心遠地自偏(심원지자편·마음이 멀어지면 땅이 저절로 외지게 된다네)

採菊東籬下(채국동리하·동녘 울타리 아래 국화송이 따)

悠然見南山(유연견남산·유유히 남산을 바라보네)

山氣日夕佳(산기일석가·산 기운은 저녁 어스름에 아름답고)

飛鳥相與還(비조상여환·날던 새들이 서로 더불어 돌아가네)

此中有眞意(차중유진의·이 가운데 참된 뜻이 있어)

欲辯已忘言(욕변이망언·무어라 말하려다 할 말 이미 잊어버렸네)

석양녘, 허름한 초가집에서 술을 한잔 하면서 인생을 관조하는 시인의 모습이 아름답다. 강현철 논설실장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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