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의 감성, 골프美학] 프로 골퍼의 가치는 태도, 그리고 결과로 말하는 것

김인오 기자 2024. 11. 8.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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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물 손괴의 정도가 크지 않고 해당 골프장에서 이를 크게 문제 삼지 아니하고 있는 점, 경기가 진행되는 경기장이 아닌 라커에서 일어난 점 등을 고려해 '서면에 의한 경고 조치합니다."

지난 6일 한국프로골프협회(KPGA)는 10월 27일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열렸던 '제네시스 챔피언십' 최종라운드 종료 후 KPGA 회원 김주형 선수의 본인 사용 라커 문 파손과 관련한 심의를 진행한 결과를 전해왔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KPGA나 김주형 양측 모두 명분을 얻어낸 현명한 심의였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그런데 정말 협회와 당사자를 제외한 나머지 골퍼와 골프관계자들은 탈무드에 나오는 '솔로몬의 지혜로운 판결'처럼 정의로운 심의 결과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지난 1월 초 KPGA 김원섭 회장은 기자 간담회를 통해서 "많은 대회와 좋은 대회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의 품격 있는 태도에 신경쓰겠다"고 한 바 있다. 김 회장은 선수들의 좋은 성적도 중요하지만 품격 있는 태도를 통해 자신의 상품성과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덧붙여 김 회장은 선수들의 태도를 향상시켜 스타성 있는 골퍼로 키워 대회수와 상금액을 늘려 가겠다고 했다.

그만큼 골프는 좋은 성적만큼이나 더 중시하는 것이 바로 어떤 행위의 옳고 그름의 구분에 관한 태도 즉 모럴(moral)이다. 프로골퍼의 능력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인성이며 태도다. 김주형의 라커 문 파손은 충분히 개연성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하필 왜 역전패를 당하고 나서 그것도 본인 역시 화가 크게 났었다고 토로한 상황에서 망가졌느냐 이다.

설사 우연의 일치로 라커 문이 떨어졌다 치더라도 일단은 무조건 잘못된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 다소 억울할 수 있겠으나 변명과 논지가 바뀐다면 자칫 논란에 논란만 야기 시킬 뿐이다.  또한 파손된 라커 문은 변상하겠다는 말은 파손에 대한 본질은 사라지고 돈으로 해결하겠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아울러 사과문은 우리 한글도 아니고 영문으로 써졌기에 더더욱 아쉬움을 남긴다.

독일의 언어철학자 훔볼트 (Alexander von Humboldt)는 "우리는 언어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대로 현실을 인식 한다"고 했다. 그만큼 언어와 행동만큼 그를 평가하는 것은 없으며 능력(성적)은 그 다음 인 것이다. 

1952년에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공동으로 골프규칙을 만들었고 2004년에는 '플레이어가 에티켓을 중대하게 위반하면 경기를 실격시킬 수 있다'고까지 규정했다. 에티켓은 공공장소에서 꼭 해야 하는 행동처럼 일종의 법칙이며 규칙이다. 

몇 년 전 김비오가 대회 중, 중계되는 현장에서 '손가락 욕'과 '폭력적인 드라이버 행위'를 벌였고 고스란히 TV를 통해서 전파를 탔다. 3년이라는 출전 정지를 받았지만 1년도 안 돼 사면을 받았다. 윤이나 역시 중대한 룰 위반을 감추고 대회에 출전했다가 자진 신고를 통해서 역시 3년 출전 정지를 받았다. 그러나 1년6개월 만에 사면을 통해 대회에 출전했다. 

이 같은 일들이 연속되는 것은 온정주의가 만들어 낸 폐해이며 협회와 단체 등의 솜방망이 처벌에 기인한다고 본다. 여기에 변질되어 가는 팬덤 문화의 올바른 방향설정 역시 중요하다. 무조건 자기가 응원하는 선수라고 엄호하고 시시비비의 글이나 판결이 나면 항의와 협박이 난무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우린 이미 일본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이시카와 료의 캐논사 프로암에서의 태도가 중단된 70억 원의 대회를 부활시킨 사례를 알고 있다. 캐논사 회장은 불황으로 마지막 대회를 치르면서 이시카와 료와 라운드를 했는데 성실함, 말솜씨, 진정성 있는 태도에 매료되어 대회를 다시 진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적어도 룰과 에티켓을 중시하는, 그것도 심판이 없는 골프에서, 프로골퍼의 가치는 태도와 말솜씨에 달려 있다. 그리고 억울함이 있겠지만 적어도 프로페셔널 (professional)이라면 결과로 말해야 한다. 

글, 이종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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