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법 유통 분야 전면 적용 재고해야…유연한 판단 필요"

윤수희 기자 2024. 11. 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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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분야 전반에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을 우선 적용한다면 대규모유통업법과 상충돼 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재훈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7일 서강대에서 열린 '유통산업 혁신을 위한 유통 규제개선' 세미나에서 "거래를 본질로 하는 유통에 수직 관계의 위탁을 전제로 한 하도급법을 전면 적용한다면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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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산업 혁신을 위한 유통 규제개선' 세미나
유통업자-납품업자 간 우월적 지위…콘텐츠로 결정하자"
정재훈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7일 서강대에서 열린 '유통산업 혁신을 위한 유통 규제개선'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서강대 ICT법경제연구소 제공).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유통 분야 전반에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을 우선 적용한다면 대규모유통업법과 상충돼 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재훈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7일 서강대에서 열린 '유통산업 혁신을 위한 유통 규제개선' 세미나에서 "거래를 본질로 하는 유통에 수직 관계의 위탁을 전제로 한 하도급법을 전면 적용한다면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대규모유통업법에서는 판매장려금을 인정하고 납품업자가 판매촉진 비용을 부담하거나 납품업자로부터 종업원을 파견받아 사용하는 행위를 허용한다. 반면 하도급법은 이를 금지하는데, 특히 제조·위탁에 있어선 대규모유통업법보다 우선 적용된다.

정 교수는 유통 분야에 하도급법을 전면 적용한다면 "기존에 형성됐던 유통법에 따른 질서가 변경되고 그간 허용되던 행위가 금지되는 부정적인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납품업자와 유통업자 사이의 거래에서 준수돼야 하는 거래 질서는 대규모유통업법이, 가맹본부와 가맹점 사이의 거래 질서는 가맹사업법이 규율하는 상황에서 하도급법을 전면 적용한다면 "유통업의 특수성이나 유통 거래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도급법에서 확장한 규제는 그동안 하도급법이 중점적으로 적용된 분야인 건설업, 조선업 등에서 발견된 공통적인 폐해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두 법이 상충하면서 예측 가능성이 저하되고 장기적으로 거래 비용을 증가시킨다"고 부연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 교수는 "제조·위탁에 있어서 업의 개념을 더욱 합리적으로 조정하거나 사안별로 항상 하도급법을 우선 적용하지 않고 유연하게 판단하는 방법이 있다"고 제시했다.

입법론적으로는 "여러 개의 법이 중첩 적용되는 경우 조정 조항을 두고 개별 규정의 성격에 따라 우선하는 법을 두는 방식이 있다"며 "우선하는 법을 획일적으로 지정하는 게 아닌, 원칙만 법으로 정해두거나 하위 법령이 위임하는 방식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유통업체가 납품업자보다 무조건 우월적 지위에 있다는 판단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심재한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와 달리 콘텐츠가 채널보다 더 우월해 스스로 채널을 선택할 수 한다면 채널이 콘텐츠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가 선호하는 유명 업체·상품은 우월적인 지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조준한 경기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오프라인 소매업의 종말 즉 '리테일 아포칼립스'(Retail Apocalypse) 현상이 국내에도 나타나는 가운데, 대규모유통업법의 적용 대상이 명확하지 않아 대기업 제조사가 오히려 보호 대상이 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온라인 유통사업자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부인하면서 공정경쟁 기반이 훼손되고 외국 제조업체와의 협상력이 저하될 수 있다"며 "유통기업의 경쟁력이 약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y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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