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요구 수용도 거부도 아닌 尹 회견…"용산, 작전 잘 짰다"
"이재명 선고·김건희 특검 표결 코앞"…적전분열시 책임론도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쇄신을 요구해 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 이후 침묵을 지키고 있다. 회견 내용에 대한 실망이 크지만, 야당 공세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과 마냥 각을 세울 수 없어 고심에 빠졌다.
尹 담화 후 입장도 일정도 없는 한동훈…11일 최고위까지 침묵 지키나
8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한 대표는 이날 공식 일정이 없다. 국민의힘이 한 대표의 일정을 '통상업무'로 공지한 것은 윤 대통령과 명태균 씨의 통화녹음이 공개되면서 잠행했던 지난 3일 이후 나흘 만이다.
전날(7일)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이 끝난 후 한 대표는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이날까지 당 수석대변인 명의의 브리핑 및 논평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다음 최고위원회의가 예정된 오는 11일까지 한 대표가 침묵을 지킬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대표는 지난달 31일 윤 대통령과 명태균 씨의 전화 녹음이 공개된 후에도 나흘만인 지난 4일 입장을 내놨다.
한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뉴스1에 "이르면 오늘 입장을 내놓겠지만, 한 대표가 제안한 요구들이 수용됐다고 할 수도 없고 수용되지 않았다고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늦어도 11일 아침 최고위에선 입장이 나온다"고 말했다.
요구 수용도 거절도 아닌 尹담화에 韓 고심 깊어져
대통령실이 한 대표의 요구를 온전히 수용한 것도 아니고, 거절한 것도 아니라 메시지 수위를 고심할 수밖에 없다는 게 친한계(친한동훈계)의 설명이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을 향해 △대국민 사과 △대통령실 참모진 전면 개편 △쇄신용 개각 △김건희 여사 대외활동 중단 △특별감찰관 임명 등을 요구해왔다.
우선 '대국민 사과'의 경우,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머리 숙여 사과한 건 맞다. 하지만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에 대해선 "대통령이 돼서 팩트를 가지고 다툴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인적 쇄신'에 대해서도 "인재풀에 대한 물색과 검증에 들어가 있다"고 답했지만, "시기는 조금 유연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즉각적인 개편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여사 대외활동'에 대해선 사실상 중단한다고 했지만, "국익과 관련해 꼭 해야 하는 것이 아닌 활동"이란 단서를 붙였다. 해외 순방 일정 등에 김 여사가 동행할 가능성은 남긴 것이다. 또한 '특별감찰관 임명' 요구에 있어서도 "국회에서 추천하면 당연히 임명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지금처럼 국회에서 추천하지 않는 식으로 임명을 미룰 수 있단 뜻이다.
한 친한계 의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요구를 수용 안 했다고 볼 순 없지만 시원하지가 않다"며 "사과도 무엇을 사과했는지가 불분명하고, 김 여사에 대한 방어벽을 자꾸 쳤다. 김 여사 라인은 부정하고, '국익을 위해 해야 하는 것이 아닌 활동'만 중단하겠다는 건 결국 해외 순방을 나가겠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 입장에선 작전을 잘 짠 것"이라며 "한 대표가 윤 대통령께 압박을 못 하는 상황을 만들어버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친한계 의원은 "한 대표가 묵살당했다고 볼 수도 없으니, 메시지의 단어나 문장을 잘 판단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주일도 안 남은 '이재명 선고·김 여사 특검 표결'…"韓, 실망 드러내고 말하긴 상황 녹록지 않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심 선고와 김건희 특검법 본회의 표결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단 점도 한 대표의 침묵에 영향을 미쳤을 거란 분석도 제기된다. 여권이 단일대오로 야당에 맞서야 할 시기에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있단 것이다.
한 친한계 의원은 "이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가 오는 15일이고, 김 여사 특검법 본회의 표결은 14일이다. 우리 당이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 11월 정국"이라며 "당원들도 한 대표와 윤 대통령 간의 반목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선 걱정을 많이 하시는데, 대통령 회견이 아쉽고 실망스러워도 그 감정을 드러내고 말하기엔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친한계 의원들도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대해선 공개 발언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또 다른 친한계 의원은 "원외에 계시거나 조경태 의원님처럼 6선 정도 되는 중진들은 윤 대통령 담화에 대한 거침없는 표현을 할 수 있지만, 원내 친한계는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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