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커진 K-반도체, 그래도 희망은…中 추격 막을 트럼프

한재준 기자 2024. 11. 8.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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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대]中에 고관세 부과 시 삼성·SK 대중수출 악화…中공장 운영도 어려워져
메모리 점유율 높이는 中 전략 타격…K-배터리 中수출 의존도 약화도 긍정적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일 (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당선 행사에 도착을 하고 있다. 2024.11.07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도래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외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 축소와 강력한 대중제재를 시사하고 있어 단기적인 충격이 불가피할 거란 전망이 힘이 실린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반도체 업계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중국 업계와의 기술 격차도 벌릴 수 있는 기회라는 관측도 나온다.

8일 국내 학계와 반도체 업계 등에 따르면 트럼프 재집권으로 단기적으로 국내 반도체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공장 전경. (SK하이닉스 제공) ⓒ News1

'中 고관세'에 K-반도체 매출 악영향…中공장 운영 차질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전임 정부보다 강력한 대중제재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對) 중국 전략 또한 전략적 '디커플링'(탈동조화)으로 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서는 봉쇄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다.

이미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60%의 고율 관세 부과와 금융·지식재산·인력으로의 수출통제 범위 확대를 시사한 바 있다. 산업계에서는 반도체는 물론 스마트폰 등 후방산업까지 대중제재가 확대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메모리 반도체의 상당 물량을 중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이 메모리 반도체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모바일 제품에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행정부가 중국산 스마트폰 제품 등에 고율 관세를 적용할 경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대중 수출 물량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낸드플래시 공장 운영도 어려워진다. 삼성전자는 중국 내 시안(낸드)과 쑤저우(패키징) 공장을, SK하이닉스는 우시(D램), 다롄(낸드), 충칭(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이다. 삼성은 전체 낸드 생산량의 28%를 시안공장이 담당한다. SK하이닉스는 전체 D램의 약 40%를 우시에서, 낸드의 약 30%를 다롄에서 생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 내 반도체 공장에 장비를 반입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인 '검증된 최종사용자'(VEU)에서 우리 기업이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법상 가드레일 조항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생산시설 확장이 불가능해진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트럼프 2.0 행정부의 경제정책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포위망을 좁히는 과정에서 동맹국의 협조를 구하는 단계가 생략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매출의 상당 비중을 모바일향 제품이 차지하고 있는데 중국이나 홍콩으로 수출되는 물량이 많다"며 "중국산 모바일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가 적용될 경우 우리 기업에 단기적인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반도체 공장 공사 현장.(삼성전자 제공)

'칩스법' 보조금 축소 가능성…추가투자 요구할 수도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른 보조금도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법의 기획·입법이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이뤄진 만큼 법 개정 가능성은 낮지만 한국과 대만 기업에 지급하기로 한 보조금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반도체법과 관련한 거래는 너무 나쁘다. 보조금이 부자 기업에 돌아갔다"며 한국과 대만 반도체 기업을 겨냥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 투자를 계획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전략 수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약속 받은 보조금은 각각 64억 달러(약 8조9292억 원), 4억 5000만 달러(약 6278억 원)다.

정해영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해외 기업에 가는 보조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보조금 액수를 손볼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 기업의 투자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中 첨단반도체 개발 '제동'…K-반도체, 中 의존도 완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기조는 단기적으로 우리 기업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지만 첨단 산업에서의 중국 봉쇄 정책으로 인해 우리 기업이 중국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중국 메모리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바짝 뒤쫓을 정도로 기술력을 끌어올린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D램 시장에서 중국 기업 비중은 11%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건스탠리는 중국 메모리 업계를 이끄는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D램 생산량이 올해 전 세계 생산량의 10%를 상회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같은 중국 메모리의 성장으로 내년에는 중국 업계의 점유율이 16%까지 상승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CXMT의 주력 제품은 현재 가장 많이 팔리는 범용 D램인 더블데이터레이트(DDR)4와 저전력 제품인 LPDDR4X다. 중국 기업의 추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출에도 영향이 생기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중국 시장 내 레거시(범용) 제품 공급 증가로 수급에 영향이 있다고 밝혔다. 중국이 범용 제품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부가가치 D램인 DDR5 및 LPDDR5X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미 행정부가 첨단 장비 반입 규제 등 대중제재를 강화할 경우 중국 메모리 업계의 추격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선단 제품 개발에 제약이 생기면서다. CXMT는 2세대 HBM 양산을 시작하는 등 HBM 개발에도 속도를 올리고 있다.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도 장기적으로는 우리 반도체 기업의 중국 의존도를 낮춰줄 거란 시각이 있다. 경 위원은 "단기적으로 우리 반도체 업계가 타격을 받을 수 있지만 경쟁자인 중국의 추격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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