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4+1 개혁 완수에 총력…트럼프발 불확실성 대비
한미·한미일 협력 강화…'북러 밀착·트럼프 재집권' 대처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김영신 곽민서 기자 = 오는 10일 임기 반환점을 맞이하는 윤석열 정부의 전반기 정책의 화두는 노동·연금·교육·의료 개혁에 저출생 대응을 더한 '4+1 개혁'이었다.
저출생·고령화로 생산인구가 감소와 노동 공급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구조개혁을 통해 사회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우리 사회의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라는 판단 아래 구조 개혁에 진력한 것이다.
다만, 무엇 하나 쉬운 개혁과제 없는 만큼 이해 당사자의 반발도 '현재 진행형'이며, 여소야대의 국회에 따른 입법 제약도 개혁의 발걸음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 됐다.
외교 측면에서는 '글로벌 중추 국가'라는 슬로건 아래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다지고, 한일관계 복원에 나섰으며, 전방위 경제외교를 전개했다.
그러나 한미일의 협력 강화는 북·중·러의 결속을 불렀고, 자국 우선·이익 중심의 대외정책을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우리 외교는 '트럼프발(發) 불확실성'에 직면한 상황이다.
"민심 반등 묘수는 없다"…'4+1 개혁'으로 정공법
윤석열 정부가 임기 전반기에 온 힘을 기울인 '4+1 개혁' 중 국민에게 가장 와닿은 개혁 과제는 의료 개혁이었다.
역설적으로 개혁의 성과를 체감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반발이 가장 극심했고, 실생활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응급실 뺑뺑이'로 대표되는 필수 의료의 벼랑 끝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2006년부터 19년 동안 묶여있던 의대 정원을 2천명 확대하기로 했다.
의료 개혁의 이해당사자인 의사 집단은 강하게 반발했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반발의 선봉에 섰다.
응급의료의 허리를 담당해 온 전공의 상당수가 의료현장을 떠났고, 의대생 대부분은 1년 가까이 교실을 비우고 있다.
연금 개혁은 역대 정부가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차마 손을 대지 못한 '숙제'였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9월 2003년 이후 21년 만에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하며 연금 개혁을 본격화했다.
한참 뒤 연금을 받는 젊은 세대는 덜 내고 곧 연금을 받는 세대는 많이 내도록 했고, 기금이 고갈될 상황이면 자동으로 납부액과 수급액을 조절하는 장치를 마련해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여당은 정부안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국민을 갈라치기 하는 나쁜 방안"이라며 반대하고 있어 연금 개혁이 국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교육개혁의 대표 정책은 '늘봄학교'다. 늘봄학교는 기존 초등학교의 '방과 후'와 '돌봄'을 통합한 단일 체계로 정규수업 시간 외에도 학생의 성장·발달을 위해 제공하는 종합 교육 프로그램이다.
윤석열 정부는 올해부터 참여를 희망하는 모든 초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늘봄학교를 시행했으며, 내년에는 참여 대상을 초등학교 2학년까지로 확대한다.
늘봄학교도 시행을 앞두고 현장의 부담 가중을 우려한 교사단체의 반발이 있었으나, 현재는 안착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을 받는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큰 노사 분규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노동 개혁이 성과를 얻은 것이라고 자평한다.
파업에 따른 연간 근로손실일수는 전 정부 평균 172만일에서 3분의 1 수준인 평균 64만일로 감소했다.
역대 정부 최초로 노조회계 공시제도를 처음 도입했고, 지난 2월에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사회적 대화를 재개했다.
앞으로 노동약자지원법과 공정채용법 추진 등 입법 과제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공식 선언하고 저출생 문제 해결에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후 대통령실 내 저출생 정책을 관할할 저출생대응수석실이 설치됐고, 부총리급이 수장을 맡는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기로 했다.
때맞춰 지난 8월 출생아 수는 전년 같은 달 대비 5.9% 증가했으며, 혼인 건수도 전년 8월 대비 20% 증가하는 등 출산율 반등의 청신호가 감지됐다.
다만, 인구전략기획부 출범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여야의 극한 대치로 국회에 발이 묶여 있는 상황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역대 최저치인 19%까지 하락하면서, 정부는 '4+1 개혁'에 더욱 진력하는 모습이다.
이는 민심 반등을 위해서는 결국 개혁 정책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도출하는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8일 "지지율 반등을 위한 묘수는 없다"며 "개혁 정책을 꾸준히 밀고 나가 국민의 눈앞에 성과를 보여드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대통령실 전체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한미·한미일 협력…트럼프 당선으로 불확실성 커져
임기 전반기 윤석열 정부의 외교는 전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에서 전략적 명확성으로 대전환을 꾀했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일본과는 어느 때보다 단단하게 결속을 다졌다.
한국 외교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한미동맹을 최상위 외교 단계인 '글로벌 포괄 전략 동맹'으로 격상했고, 지난해 4월 워싱턴 선언으로 출범한 '한미 핵협의그룹(NCG)'은 한미 일체형 확장억제라는 결실을 도출했다.
미국이 타국과 핵 문제를 다루기 위한 '양자 간' 협의체를 구성한 것은 사실상 NCG가 유일하며, 미국 내에서도 '미국 외교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기구'라는 평가가 나왔다.
한미일 간 공조도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일각에서는 '준동맹'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강화됐다.
다만, 국제사회에서 민주주의 대(對) 권위주의 간 신냉전 기류가 짙어지는 가운데 중국·러시아와는 껄끄러운 관계가 지속되는 양상이다.
특히,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부족한 무기와 자원을 보충하기 위해 북한과 밀착하는 행보를 보이다 못해 이제는 북한으로부터 전투 병력까지 지원받고 있다.
북한은 러시아에 무기와 병력을 지원하는 대가로 경제적 이익은 물론 군사 기술을 이전받고 북한군의 실전 경험까지 축적하면서 우리 안보에 중대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북·중·러가 밀착하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은 한국 외교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첫 임기 때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으로 연간 50억 달러를 요구한 바 있다. 이는 기존 분담금의 6배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에도 "그들은 머니 머신(Money Machine)"이라며 "내가 거기(백악관)에 있으면 그들(한국)은 연간 100억 달러를 지출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후 우리나라의 방위비 분담금 규모를 정한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의 개정을 요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이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꺼내거나 대북 공조에 엇박자를 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우에 따라선 우리 외교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한미동맹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한미동맹은 미국 의회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는 만큼 트럼프 당선인이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7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인과의 전화 통화 내용을 소개하면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강력한 연대와 파트너십을 갖자고 했다"며 "아마 트럼프 대통령 시기에도 한미일 삼각 협력은 잘 진행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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