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 팔 ‘메카질라’로 귀환한 우주선, 이게 왜 대단하냐고?
미국 텍사스주 남부의 보카치카. 10월13일, 우주 개발사에 새 이정표를 세운 사건이 이곳에서 벌어졌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크고 무거운 로켓이 발사되었고, 얼마 되지 않아 이 로켓의 1단이 제자리로 돌아와 발사대에 달린 거대한 두 개의 기계 팔에 성공적으로 잡혔다. 지켜보던 이들이 환호성이 터트렸다. 지상으로 돌아온 1단 로켓의 이름은 ‘슈퍼헤비(Super Heavy)’, 마치 젓가락질하듯 이 로켓을 가뿐히 잡아낸 기계 팔의 이름은 ‘메카질라(Mechazilla)’이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엑스(SpaceX)가 해낸 이번 일은 분명 신기하지만, 동시에 도대체 왜 그 위험하고 어려운 일을 감행한 것인지 의문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로켓의 단 분리’와 ‘로켓 회수 및 재활용’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한다.
■ 단 분리와 재사용 로켓이란
물리학자들에게 로켓을 포함해 모든 물체의 움직임을 정의해보라고 하면 단순한 식이 하나 나온다. ‘F=ma.’
수식에 울렁증을 느끼는 독자들도 이 단순한 식은 한 번쯤 이해해볼 만하다. 왼쪽의 F는 힘(Force)을 나타낸다. 즉, 물체가 움직이려면 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오른쪽은 움직이는 ‘물체의 질량(m)’과 ‘가속도(a)’의 곱을 나타낸다. 여기서 가속도는 시간에 따른 물체 속도의 변화량을 의미한다. 위의 식은 외부에서 물체에 힘이 가해지면 물체의 움직이는 상태가 변화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 식을 로켓에 적용해보면, 로켓이 연소가스를 내뿜는 반작용으로 힘(F)을 받게 되고, 연소가스의 흐름과 반대 방향으로 가속됨으로써 움직임의 변화(a)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같은 힘에 대해 로켓의 질량(m)이 작으면 작을수록 로켓의 가속은 더 크게 일어난다. 이것이 로켓에 ‘단 분리’가 있는 이유다. 로켓 몸체의 대부분은 연소가스를 만들어내기 위해 필요한 연료와 산화제 그리고 그것을 담은 통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를 2~3개 단으로 분리한 뒤 각 단의 연료와 산화제를 다 썼을 때, 단 분리를 통해 질량(m)을 작게 만들어주면 로켓의 가속 성능(a)이 커지는 원리다.
이처럼 대부분의 로켓은 ‘단 분리’를 통해서 지구를 탈출해 우주에 갈 수 있었고, 불가피하게 단이 분리된 부분은 태평양이나 대서양 어딘가에 떨어져 버려지곤 했다. 문제는 로켓의 각 단에 연료통, 연료펌프, 연소기와 노즐 같은 고가의 부품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는 점이다. 이를 일회성으로 사용한다면 그만큼 로켓의 발사 비용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재사용 로켓’을 개발하려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이유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엑스가 나타나기 전에도 재사용 로켓은 존재했다. 대표적으로 ‘스페이스셔틀(Space shuttle)’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개발해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까지 사용된 스페이스셔틀은 총 6대다. 그중 2대가 발사나 귀환 도중 각각 폭발했고, 재발사에 큰 보수 비용이 드는 등 낮은 경제성으로 인해 운영이 중지되었다. 또 다른 재사용 로켓으로는 리처드 브랜슨이라는 세계적 부호가 2004년 설립해 운영한 버진갤럭틱(Virgin Galactic)의 ‘스페이스십(Spaceship)’이 있다. 이 로켓은 화이트나이트(white knight)라는 이름의 항공기에 실려 대기의 높은 곳까지 올라간 뒤 점화해 준궤도 비행을 한 다음 지상으로 활강하여 착륙한다. 준궤도 비행은 우주 경계선(고도 80~100㎞)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비행이다. 이 로켓은 비행효율이 높은 항공기와 결합함으로써 스페이스셔틀의 최대 약점인 경제성을 보완했지만, 우주에 잠시 올랐다가 도로 낙하하는 탄도비행만 가능하다는 한계를 보였다.
■ 민간 우주산업의 문 열어젖힌 스페이스엑스
재사용 비용이 많이 들어간 나사의 스페이스셔틀, 그리고 탈출속도가 충분하지 않아서 탄도비행의 우주 맛보기만 가능했던 버진갤럭틱의 스페이스십과 달리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엑스는 경제성을 확보한 상태로 지구 둘레를 돌 수 있는 로켓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바야흐로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로의 진입을 알린 것이다.
여기에는 연소가스 분사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추력방향제어’, 로켓의 길쭉한 몸체 면에 수직으로 분사되는 ‘추력기’, 로켓이 낙하할 때에 펼쳐져 공기와의 저항을 만들어내는 ‘그리드 핀’ 등이 사용되었다. 이러한 기술들은 공중에 떠 있는 로켓에 이쪽저쪽으로 힘을 주어가며 움직임에 변화를 줘서 발사된 로켓이 지구로 귀환할 때 안정적인 자세로 지상에 안착할 수 있게끔 한다.
로켓의 자세를 직접적으로 제어하는 이러한 기술들 말고도 로켓이 누운 자세인지 아니면 꼿꼿이 선 자세인지, 또한 얼마나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지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센서’들이 로켓에 부착되어 있다. 센서가 외부로부터 받아들인 ‘신호’를 읽어 로켓의 상태를 판단하고, 안정적으로 움직이도록 ‘적절한’ 힘을 가해준 것이 결국 스페이스엑스의 로켓이 재사용 로켓의 왕좌에 등극하게 된 핵심 요인이다.
중요한 것은 이 ‘적절한 힘’은 수많은 계산에 의해서 일부 추측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상당 부분 ‘경험’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공기흐름에 대한 완벽한 수학적 모델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항공역학은 실험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일론 머스크는 그 점을 간파하고 로켓의 빠른 테스트를 통해 경험을 축적함으로써 ‘재사용 로켓’의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 일론 머스크가 로켓을 개발하면서 나사나 미국 육군이 만들어둔 두꺼운 매뉴얼의 상당 부분을 무시하고 테스트를 반복하는 데 집착했다는 이야기는 월터 아이작슨이 쓴 일론 머스크의 전기에 잘 나타나 있다.
또한 스페이스엑스에서 재사용 로켓의 착륙에 해상 ‘드론선(drone ship)’을 사용한 것도 중요한 기술적 발전이다. 단 분리된 로켓이 가장 적은 연료를 쓰면서 착륙할 수 있는 곳에 착륙장이 있다면 좋을 텐데, 바다 위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드론선이야말로 이를 가능하게 해주었다.
■ 초대형 로켓 귀환을 위한 또 다른 도전
그러나 10월13일 목격한 광경은, 바다 위 드론선으로 단 분리 로켓이 돌아오는 앞서의 귀환과는 전혀 달랐다. 바로 ‘메카질라’라고 불리는 발사대에 달린 커다란 두 기계 팔 사이에 로켓의 1단인 ‘슈퍼헤비’가 걸리게 한 것이다.
이번에 선보인 재사용 로켓의 이름은 ‘스타십(Starship)’이다. 스페이스엑스에서 내내 활용하던 팰컨9와 가장 다른 점은 로켓의 크기다. 팰컨9는 지름 5.2m에 높이 70m의 크기로 최대 적재물 12t을 지구 정지궤도인 약 3만6000㎞ 고도에 올릴 수 있는 로켓이다. 이번에 발사에 성공한 로켓은 지름 9m에 높이 120m로, 부피로는 팰컨9의 약 5배에 달하는 크기다. 이 로켓은 일론 머스크가 그토록 소망하던 인류를 ‘다행성 종(multiplanetary species)’으로 만들기 위한 계획의 일부분이다. 슈퍼헤비는 미래에 화성으로 인간 거주민들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성능을 갖췄으며, 150t에 가까운 적재물을 화성까지 운반할 수 있다(〈그림〉 참조). 발사 초기 스타십을 큰 힘으로 밀어 올려주는 1단 로켓이 바로 귀환에 성공한 슈퍼헤비다.
스페이스엑스는 왜 수백 번 성공한 팰컨9의 회수 방식을 버리고, 스타십에는 발사대에 달린 거대한 기계 팔 ‘메카질라’에 로켓을 걸치는 방식을 택했을까?
첫 번째 이유는 팰컨9에 비해 훨씬 거대하고 무거워진 로켓을 착륙시키려면 좀 더 무거운 착륙용 다리가 로켓에 추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다리뿐만 아니라 다리를 펼치는 작동부도 포함된다. 공중에서 기계 팔 메카질라를 통해 로켓을 잡아내면 로켓에 질량(무거운 착륙용 다리 등)을 추가해야 하는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두 번째 이유는 로켓 재발사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는 스타십을 궁극적으로 화성에 보낼 생각을 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나사의 달 유인 탐사인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참여해 달 남극에 우주인들을 태운 스타십을 착륙시킬 예정이다. 이때 우주인들을 태운 스타십과 그 스타십에 연료 등을 추가로 보급할 또 다른 스타십, 이렇게 로켓 두 대를 우주에 올려야 한다. 로켓의 1단인 슈퍼헤비의 재사용 주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사람을 포함해 더 많은 물체를 우주공간에 쏘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스페이스엑스에 따르면 메카질라를 사용한 회수 방식이 적용될 경우, 로켓의 재발사에 소요되는 시간이 한 시간 이내로 줄어들 것이다.
일론 머스크가 이토록 혁신적인 로켓을 개발한 배경에는 ‘제1원칙 사고’라는 것이 있다. 통념에 기대 추측하기보다는 바뀔 수 없는 물리법칙(F=ma)과 같은 진정한 ‘사실’에 근거해서 문제의 원인을 찾고 풀어가는 자세를 말한다. 더불어 그와 함께 일했던 많은 괴짜 엔지니어와 기술자들은 수많은 실패를 ‘경험’으로 축적하고 앞으로 나아갈 줄 알았다. 이는 새롭게 우주항공청을 열고 뉴스페이스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만선 (서울시립과학관 관장·공학자)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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