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김준형 "한국 빼고 김정은과 '핵군축' 협상 가능성"
"역대급 대미무역 흑자 빌미로 한미FTA 개정 압박할 것"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문재인 정부에서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북미 전문가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기 행정부에서 한국을 배제한 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핵군축' 혹은 '핵동결' 협상을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의원은 남북이 '강 대 강' 대치 상황을 지속할 경우 협상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북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핵화 전제' 핵군축 실용적 방안…남북 '강 대 강' 대치 지속되면 북미 협상서 한국 배제"
김 의원은 7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됐다면 미국의 북한 '방치'가 계속됐겠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북미 관계는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의원은 "(민주당의)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을 상대로 '전략적 인내' 정책을 벌였고, 바이든 행정부는 '전략적 방치'였다"며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됐다면 적대적 방치가 될 뻔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이 '남이 못하는 것을 자기가 해냈다'고 하는 것을 강박적으로 좋아한다"며 "자기만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블라디미르 러시아 대통령과 김 총비서다. 바이든 대통령과 차별성을 보이기 위해 북한에 손을 내밀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김 총비서가 이미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빈손으로 돌아갔던 경험이 있는 만큼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봤다. 김 의원은 "북한이 미국에 뒤통수를 맞았기 때문에 대미 요구사항이 클 것"이라며 "트럼프 당선인은 협상에서 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싫어하는데, 북한에 양보하면서도 자신이 이기는 모습을 연출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꼽았다.
김 의원은 김 총비서와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두고 협상을 벌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을 겨냥한 단거리 미사일이나 전술핵무기는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핵무기가 의제가 되더라도 비핵화보다는 핵군축, 핵동결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김 의원은 최근 제56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서 '비핵화'가 9년 만에 빠진 것을 언급하며 "트럼프 행정부에선 비핵화는 후순위로 밀리고 핵동결이나 핵군축으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비핵화를 선제조건으로 두고 (협상을 하다 보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비핵화라는 장기적 목표로 두고 포기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핵군축이나 동결은 실용적 방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미 간 수교할 때나 한반도 평화체제가 완성될 경우 비핵화해야 한다는 조건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간단계로서 핵군축, 핵동결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비핵화'로 가야한다는 점을 합의 조건으로 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남북 간 대치 상황이 계속될 경우 우리 정부가 북미 협상에서 배제될 것이라고 봤다. 김 의원은 "북한은 자기 생사 여탈권을 미국이 가진 만큼 한국을 빼는 게 낫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미국과 다른 방향으로 가면서 강 대 강 대치를 벌이면 배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에게 비핵화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북미가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은 핵군축을 논의하는데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18~2019년 북미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북한과 미국에 지렛대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면서 미국에 지렛대가 됐고, '더 큰 핵단추'를 언급하며 북한을 위협하던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겐 '전쟁은 안 된다'고 하면서 북한에 지렛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미국의 북핵 인정 등을 이유로 자체 핵무장을 주장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 기회를 이용해 핵무기를 보유하겠다는 것은 최악의 길로 가는 것"이라며 "핵무기 보유로 발생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감수하면서 핵을 가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방위비분담금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 5일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 전격 합의했는데, 여기에 손을 댈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은 주한미군 주둔을 전략적 관점에서 보지 않고,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 거래로 본다"며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하며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대급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을 빌미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도 압박할 것이라고 봤다. 또 "2018년 1기 트럼프 행정부 때도 132억 달러 규모의 무역 적자를 이유로 FTA 개정을 요구해 자동차 산업에 관해 미국에 유리한 쪽으로 바꿔줬다"며 "지난해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가 445억 달러에 달하는 만큼 FTA 개정 압박에 나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윤석열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와 추진했던 한미일 협력 체제도 느슨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의원은 "바이든 행정부는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 안보회담), 한미일 협력체제 등 체계적·제도적으로 수많은 소다자주의를 만들어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했다"며 "트럼프 당선인은 러시아를 포용하고 중국 견제에 힘을 모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한미일 협력체제는 체계적이라기보단 필요할 때 수단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며 "3국 간 긴밀성이나 일관성은 계속 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 의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러시아를 포용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나설 가능성이 큰 만큼 현재 우크라이나에 파병하거나 무기를 지원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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