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 대표 “나도 티메프 피해자”…적반하장 ‘240억원 채권’ 신고

이창준 기자 2024. 11. 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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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 사태 몸통 구영배씨
회생절차 밟는 회사 상대로

티몬·위메프(티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의 ‘몸통’으로 지목받는 큐텐 본사와 주요 자회사 큐텐테크놀로지가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티메프로부터 받지 못한 200억원대 채권이 있다고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티메프 사태의 핵심 피의자인 구영배 큐텐 대표(사진)가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한 셈이다.

7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티메프 전담수사팀(팀장 이준동 반부패수사1부장)은 큐텐 싱가포르 본사와 큐텐테크놀로지가 최근 서울회생법원에 총 240억원가량의 채권을 신고한 사실을 확인했다. 티몬과 위메프에 각각 120억원씩이다.

티메프는 지난달 10일 1조2000억원 규모의 채권자 목록을 회생법원에 제출하고 2주에 걸쳐 이의가 있는 채권자로부터 채권 신고를 받았다. 채권 신고는 채권자가 자기 채권이 채권자 목록에서 빠져 있거나 액수가 실제와 다를 경우 이를 반영해달라고 요구하는 절차다.

구 대표가 이끄는 큐텐 본사는 티메프의 모회사로서 미정산 사태를 야기한 몸통으로 지목된다. 검찰은 큐텐 본사 차원에서 구 대표 주도로 글로벌 플랫폼 ‘위시’ 인수를 무리하게 추진하며 티메프의 자금을 마음대로 끌어 썼고, 이런 점이 회사 자금 사정을 나쁘게 만들어 미정산 사태로까지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큐텐테크놀로지가 큐텐그룹 계열사들의 재무와 인사를 총괄하며 티메프 자금 유용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본다. 결국 티메프 자금 횡령을 기획하고 집행한 그룹 모회사와 핵심 자회사가 티메프에 돈을 떼인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상황인 셈이다.

조인철 티메프 법정관리인은 큐텐과 큐텐테크놀로지가 신고한 채권을 인정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큐텐 측이 ‘퍼포먼스’식 채권 신고를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구 대표 등이 검찰 조사나 재판 과정에서 티메프 사태는 티메프 두 대표의 경영 실패로 발생한 것이고, 큐텐 측은 이로 인해 손해를 본 피해자라는 논리를 내세우기 위한 근거를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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