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똑닮은 로봇 몰려올 것"…'생산 차질' 볼모 파업은 '제 살 깎기'
현대차 울산·기아 광주공장 일부 가동중단
1~3차 협력사 납품 중단으로 경영 위기
현대위아·현대제철도 임단협 교섭 난항에
파업 가능성 배제 못해 ‘車연쇄 피해 우려’
[이데일리 박민 기자] 현대차그룹의 핵심 부품 계열사 현대트랜시스 노조의 파업으로 현대차와 기아 공장이 멈춰 섰던 지난 5일 지구 반대편에선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인간 형태 로봇) ‘아틀라스’가 자동차 엔진 커버를 들어 옮기는 영상이 공개됐다. 부품을 잘못 꽂기도 하지만 실패 과정을 다시 학습해 고쳐 넣는 로봇의 작업 모습을 보고 해외 미디어는 ‘올해 핼러윈의 가장 무서운 영상’이라고 평가했다. 무서울 정도로 인간을 똑 닮은 정교함 때문이다.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게 사실상 시간문제인 상황에서 성과급 인상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파업에 나선 노조가 볼모로 세운 ‘생산 차질’과 묘하게 대비됐다.
업계에서는 생산성을 담보로 한 노조의 파업이 역설적이게 휴머노이드 도입시기를 앞당기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현대트랜시스 노조 파업이 단순히 해당 업체만의 생산 차질 문제로 그치지 않는 까닭이다. 국내 최대 자동차 변속기 생산거점인 현대트랜시스 지곡공장에서는 연간 완성차 400만여대 분량의 6·8단 자동변속기와 무단변속기(IVT), 하이브리드 변속기 등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8일 부분파업으로 시작해 같은 달 11일부터 총파업으로 확대되면서 지곡공장은 한 달 가까이 가동이 멈춰 섰다. 하루 평균 1만여 개의 변속기를 생산 중인 것을 고려하면 이번 파업으로 30만 개 이상의 변속기 공급의 차질이 예상된다.
현대트랜시스 노조가 예고한 대로 오는 8일까지 파업이 계속되면 현대차·기아의 생산 차질 물량은 2만7000대, 액수로는 1조원대에 육박할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무분규로 임단협을 마치고 생산에 박차던 현대차와 기아의 수출 전선에도 제동이 걸린 셈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대트랜시스에 부품을 납품하는 1~3차 중소 협력업체 또한 납품이 막히면서 경영 손실과 자금 사정 악화로 회사 폐업 및 도산까지 우려할 지경이다. 이에 지난 6일에는 현대트랜시의 800여개 협력사들이 거리로 나와 경영위기를 호소하며 파업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노조의 무리한 성과급 요구로 인한 파업의 피해가 고스란히 협력사에 전가되고 있다”며 파업 중단과 정상화를 촉구했다.
현대트랜시스 노조가 파업에 나선 것은 사측과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이 교착에 빠진 까닭이다. 특히 노조는 전년도 매출액(약 11조7000억원)의 2%를 성과급을 요구하면서 파업에 돌입했다. 성과급 총액은 약 2400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현대트랜시스 전체 영업이익 1169억원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사측에서는 노조의 요구안이 회사가 빚을 내서 성과급을 지급해야 할 정도로 상식을 벗어난 주장이라고 맞서고 있다. 노조는 이에 대해 “2019년 이후 회사는 매년 1조원씩 매출이 증가해 현대·기아 전 그룹에서 다섯 번째로 큰 회사로 성장했다”며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연장근로와 특근까지 하며 생산과 출하 물량을 맞추기 위한 조합원의 노력과 헌신을 외면했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부품 계열사로 인한 파업 여파는 현대트랜시스에 그치지 않는다. 자동차 엔진과 등속조인트 등을 주로 생산하는 현대위아와 자동차 강판을 납품하는 현대제철도 성과급 인상안을 놓고 사측과의 임단협 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파업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만약 이들까지 파업에 동참할 경우 지금보다 훨씬 더 큰 피해를 불러일으키며 후폭풍은 일파만파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시장은 내수 판매 부진을 겪는 상황에서 그나마 수출로 버텨왔는데 생산 차질을 빚을 경우 대내외 신인도 하락과 국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클 것”이라며 “앞서 미국 동부의 항만노조도 일자리 사수를 위해 물류 자동화 설비 도입을 반대하며 파업을 했을 정도로 ‘로봇 도입’이 눈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생산 차질을 볼모로 한 파업은 점차 협상력을 잃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 (parkm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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