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일본” 류중일호 프리미어12 대표팀, 강한 자신감보다 고민 안고 대만으로

안형준 2024. 11. 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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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뉴스엔 안형준 기자]

대표팀이 결국 고민을 안고 대만으로 향하게 됐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은 11월 7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2024 WBSC 프리미어12' 대비 훈련을 가졌다.

이날 훈련은 대표팀이 국내에서 갖는 마지막 훈련이었다. 8일 오전 결전지 대만으로 향하는 대표팀은 이날 마지막 훈련을 평소보다 짧게 진행했다. 지난 10월 23일 소집돼 약 2주간 호흡을 맞춘 대표팀은 고민을 다 털어내지 못하고 결전지인 대만으로 향하게 됐다.

선수 소집부터 불안요소가 생겼다. 부상이 문제가 됐다. 당초 35명의 선수를 소집했지만 투타의 핵심으로 기대했던 원태인과 손주영, 구자욱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추가 선발한 이강준도 부상으로 도중에 팀을 떠났고 유틸리티 자원인 김지찬도 부상으로 승선이 불발됐다. 이강준은 훈련 도중 부상을 당했고 나머지 선수들은 소속팀에서 포스트시즌을 치르다가 부상을 입었다.

끝이 아니었다. '거포 내야수'로 장타력을 기대했던 김영웅도 끝내 합류가 불발됐다. 김영웅은 장타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은 이번 대표팀에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어깨 담 증세가 끝까지 회복되지 않았고 약 일주일 동안 대표팀과 함께하며 한 번도 제대로 타격훈련을 소화하지 못하고 최종 엔트리 승선에 실패했다.

선발투수 두 명과 외야수 두 명, 장타자 1명이 부상으로 이탈한 대표팀은 부상의 직격탄을 맞았다. 선발진은 '약체' 평가를 받고 있고 외야수는 부족하며 장타력에 대한 고민도 계속 이어지는 상황이다.

류중일 감독도 이에 대한 고민을 숨기지 않았다. 고척돔에서 마지막으로 취재진을 만난 류 감독은 "선발투수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선발이 조금 약한 느낌은 든다"고 털어놓았다. 대표팀 에이스인 원태인과 좌완 에이스 역할을 기대한 손주영이 빠진 공백이 느껴지는 것이다. 곽빈, 고영표, 임찬규, 최승용으로 로테이션을 구성하는 대표팀이지만 원태인과 손주영의 이름이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클 수 밖에 없다.

구자욱의 이탈도 굉장히 뼈아프다. 류 감독은 4번타자에 대한 고민을 2주 동안 결국 해결하지 못했다. 박동원과 문보경 등 후보들을 시험했지만 만족스러운 답을 얻지는 못했다. 류 감독은 본선 무대에서 전통적인 '4번타자' 대신 라인업의 '4번째 타자'에 가깝게 4번타자를 운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아시안게임부터 대표팀 4번타자로 자리매김한 노시환이 출전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지만 올해 33홈런을 쏘아올린 구자욱이 있었다면 충분히 고민을 덜 수 있었던 류 감독이다. 노시환의 대표팀 합류 불발도 결국 부상 때문이었다.

대표팀은 고척돔에서 쿠바와 두 차례, 상무와 한 차례 평가전을 가졌다. 쿠바를 상대로는 두 경기 모두 승리했지만 상무 평가전에서는 패했다. 쿠바와 평가전 1차전을 2-0으로 승리한 대표팀은 2차전에서 13-3 대승을 거뒀고 상무전에서는 고영표가 2실점, 곽빈이 1실점을 기록해 1-2로 패했다.

사실상 대표팀 투수들과 대표팀 타자들이 맞붙은 상무 평가전에서 패한 것은 우려가 남는 부분이었다. 상무 평가전에서는 양팀에서 선발등판한 고영표와 곽빈만 실점했고 불펜에서 등판한 투수들은 모두 무실점을 기록했다. 타선이 불펜을 공략하지 못했고 선발진은 그 타선을 완벽히 막아내지 못했다. '불펜>타선>선발'의 부등호가 세워진 셈이다.

상무 평가전을 마친 뒤 류중일 감독은 "투수는 잘 던졌고 타자는 못쳤다"는 솔직한 평가를 내놓았다. 쿠바와 2차전에서 쿠바가 스트라이크를 잘 던지지 못하는, 다소 기량이 떨어지는 불펜투수들을 다수 기용해 대량 득점을 올리기는 했지만 타자들이 상무 평가전에서 수준이 높은 대표팀 투수들을 상대하니 곧바로 득점력이 수직하락했다는 것을 짚었다.

노시환이 빠진 타선의 주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 김도영은 좀처럼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는 듯 평가전 3경기에서 모두 부진했다. 평가전 3경기에서 나온 홈런은 쿠바와 2차전에서 윤동희가 터뜨린 솔로 홈런 하나 뿐이었다. 전형적인 '거포'라 부를 수 있는 타자가 없는 대표팀의 고민이 드러난 평가전들이었다. 점수를 홈런으로만 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큰 경기에서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한 방'의 중요성은 결코 작지 않다.

류 감독은 불펜에 대해 "각 팀 마무리 투수들이 다 왔다. 불펜투수들의 컨디션이 괜찮다"고 호평했다. 사실상 유일하게 류 감독의 호평을 받은 부문이 불펜이다. 하지만 불펜에도 불안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좌완 불펜에 대한 고민이 남았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된 최종 엔트리에서 투수는 선발 자원인 엄상백과 불펜 전상현, 김시훈, 조민석이 제외됐다. 세 명이 빠진 불펜진은 정해영, 최지민, 곽도규, 유영찬, 김택연, 이영하, 박영현, 소형준, 조병현, 김서현 등 10명으로 구성됐다. 그 중 좌완은 최지민과 곽도규 둘 뿐이다.

곽도규는 확실한 '믿을맨'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제는 최지민이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우승의 주역이었던 최지민은 올해 크게 부진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중용되지 못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최지민을 지켜본 류 감독은 최지민의 컨디션이 정상적으로 올라오지 않았다며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최종 엔트리 승선 여부가 불투명했던 최지민은 '대안이 없는' 좌완 불펜투수라는 이유로 살아남았다. 류 감독도 "아직 시간이 남은 만큼 컨디션이 올라오길 바란다"면서도 "최지민을 두고 많이 고민했지만 대만, 도미니카, 일본 등에 좌타자가 많다. 좌완 불펜을 한 명만 둘 수는 없어 선발했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최지민의 컨디션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는다면 곽도규 한 명으로 중요한 순간을 모두 막아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물론 소속팀에서 마무리 투수를 맡고있는 선수들이 좌타자를 충분히 상대할 수도 있지만 상대 좌타자들을 압박할 수 있는 좌완투수의 존재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분명 크다.

외야수도 부족하다. 28인 최종 엔트리에 외야수는 홍창기, 이주형, 윤동희, 최원준 등 4명 뿐. 백업 멤버가 한 명 밖에 없다. 부상 등의 변수에 충분히 대비하기 어렵고 경기 후반 교체나 작전 실행에도 걸림돌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류 감독은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외야 경험이 있는 2루수 신민재를 '예비 외야수'로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발빠른 신민재가 외야수를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겠지만 소속팀에서 붙박이 2루수로 뛰는 선수를 백업 외야수로 세우는 것은 궁여지책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한국 야구는 국제대회 대표팀 세대교체의 진통을 겪고 있다. 일본이 프로 선수를 보내지 않는 아시안게임은 정상의 자리를 양보하지 않고 있지만 지난해 APBC에서는 일본의 젊은 프로 선수들에게 결국 패했다. 지난 대회까지만 해도 김현수, 김광현, 양의지, 박병호 등 KBO리그를 대표하는 베테랑 스타들이 모두 출전하며 대회 우승을 천명했던 대표팀이지만 이번 대회의 목표는 우승이 아닌 슈퍼라운드 진출이다. 류 감독은 "목표는 (슈퍼라운드가 열리는)일본까지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을 비롯해 도미니카 공화국, 호주 등 지난 세대까지만 해도 메이저리거가 참가하지 않는 국제대회에서 큰 경쟁력을 보이지 못한 국가들의 전력이 상승하며 이제는 프리미어12도 어느 팀 하나도 쉽게 볼 수 없는 대회가 됐다. 2주간의 담금질 끝에 '개운함과 강한 자신감'보다는 고민을 안고 대만으로 떠나게 된 류중일호가 과연 어떤 성적을 올릴지 주목된다.(사진=야구대표팀/KBO 제공)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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