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시즌' 2군도 자청했던 韓 야구 전설, 끝까지 "내 첫 팀" SSG 챙겼다 "지속적인 강팀 되기 위해선..."
추신수는 7일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경원재 앰배서더 인천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2001년부터 시작된 자신의 프로 24년의 커리어를 마무리하기 위함이었다. 부산 수영초-부산중-부산고를 졸업한 추신수는 2000년 국제계약으로 미국 메이저리그(ML)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했다. 2005년 빅리그에 데뷔해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신시내티 레즈, 텍사스 레인저스를 거치며 ML 통산 1652경기 타율 0.275, 218홈런 782타점 961득점 157도루, 출루율 0.377 장타율 0.447의 기록을 남겼다.
2020시즌 종료 후에는 SSG를 통해 마침내 한국 땅을 밟았다. SSG의 전신인 SK 와이번스가 2007년 해외파 특별지명으로 추신수를 지명한 덕분이었다. 2021시즌을 앞두고 신세계 그룹이 SK 구단을 인수하면서 자동으로 그 자격이 승계됐고, 덕분에 SSG 구단은 추신수와 함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시작할 수 있었다.
SSG와 추신수의 시너지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추신수는 KBO 첫 시즌부터 만 39세의 나이로 21홈런 25도루를 기록하며 빅리거의 위엄을 보여주더니 이듬해인 2022년에는 기어코 통합 우승을 해냈다. 자신의 프로 첫 1위를 정규시즌 첫 경기부터 최종전까지 1위를 유지하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과 한국시리즈 제패로 이뤄내면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SSG에서 보낸 시간은 고작 4년. KBO 통산 기록도 439경기 타율 0.263(1505타수 396안타) 54홈런 205타점 266득점 51도루, 출루율 0.388 장타율 0.424로 크게 두드러진 성적은 아니었다. 하지만 추신수는 이 4년을 누구보다 소중하게 여겼다.
진한 애정은 구단을 향한 냉정한 지적으로도 이어졌다. 추신수는 "기량이 좋은 선수들이 많다. 우리가 지속적인 강팀이 되기 위해선 세대교체가 돼야 한다. 우리 팀이 다른 팀보다 연령이 높은 건 부정할 수 없다"고 현실을 짚었다.
실제로 최근 SSG는 주축 선수들의 노쇠화로 세대교체 필요성이 꾸준히 언급되던 팀이었다. 선발에는 김광현(36), 뒷문에는 노경은(40)이 여전히 핵심 선수로 자리했고, 야수 중에서도 최정(37), 한유섬(36) 등을 밀어낼 어린 선수들이 보이지 않았다.
일찌감치 세대교체 필요성을 역설하며 은퇴 시즌임에도 2군행을 자청했던 추신수에게는 안타깝게 느껴진 현실이었다. 지난해 12월 추신수는 은퇴를 예고하면서 "비시즌 동안 가족과 함께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럴 때마다 SSG와 팬분들의 응원, 그리고 무엇보다 후배 선수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면서도 "성적도 중요하지만, 팀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퓨처스팀에서 후배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나의 경험과 생각들을 공유하는 등 팀에 공헌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추신수도 강조한 세대교체의 필요성에 SSG의 2024시즌은 최지훈(27), 박성한(26) 등 기존 핵심 자원을 비롯해 박지환(19), 정준재(21), 조병현(22) 등 신진 선수들을 꽤 볼 수 있었다.
추신수 역시 "최지훈, 박성한, 박지환, 정준재, 조병현 등이 앞으로 랜더스의 얼굴이라 생각한다"고 언급하면서 "운동장 안팎에서 리더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주장은 박성한과 최지훈 둘 중 한 명, 그중에서도 (최)지훈이가 조금 더 낫다고 본다. 주장은 나서서 표현하고 소통해야 하는데 (박)성한이는 너무 조용한 스타일"이라고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어린 선수들이 기회를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는 지양했다. 추신수는 "어린 선수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구단의 방향성"이라면서도 "모든 선수가 자신이 있는 자리가 영원히 자기 자리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다. 고참들은 항상 내 자리를 위협하는 선수가 있다는 걸 잊지 말고, 어린 선수들은 늘 뺏기 위해 노력했으면 한다. 그게 선수도, 한국 야구가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힘줘 말했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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