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선 승리…韓 배터리 업계 긴장과 기대 `교차`
국내 배터리 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미국 대선 승리에 긴장과 기대가 뒤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축소 가능성은 우려 사항이지만, 고관세 정책은 북미에 생산거점을 구축한 만큼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8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새로운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에 맞춰 대응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초기 정책 기조부터 면밀히 모니터링한 이후 대응 계획과 북미 투자의 우선순위를 조절할 예정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문은 IRA의 AMPC 조항이 축소될 가능성이다. AMPC는 미국에서 생산된 배터리 셀은 kWh당 35달러, 모듈은 kWh당 1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다.
국내 기업들은 현금수령이 가능한 AMPC를 영업이익에 반영하고 있다. 올해 3분기 AMPC를 포함하지 않았다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각각 177억원과 368억원의 영업손실, 삼성SDI는 영업이익의 폭이 103억원 감소된다. AMPC 조항이 축소될 경우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한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9월 27일(현지시각) 미국 대통령 선거의 출마를 선언하면서 "백악관 탈환에 성공하면 취임 첫날 IRA에 명시된 에너지 세액공제를 폐지하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AMPC 대신 보편관세 10% 도입과 수입차에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관세 정책이 효과적임을 재차 밝혀왔다.
한 예로 트럼프 당선인은 제45대 대통령 취임 때도 '오바마 케어(기초 건강보험)' 폐지 행정명령을 1호로 발동했다. 오바마 케어 자체를 입법으로 폐지하지는 못 했지만 관련 홍보 예산을 90%나 삭감하고 가입기간을 축소하며 사실상 폐지 절차를 밟았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1기 때도 오바마 케어(기초 건강보험) 폐지에 실패했던 전례가 있다"며 "IRA 관련 법안의 폐지가 어려워지면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보조금이나 세액공제를 받을 조건을 까다롭게 바꿔 예산을 축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 폐기 자체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법안 폐지를 위해선 하원과 상원의 과반수 통과가 필요한 데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미국 공장이 공화당 우세 지역에 주로 자리하고 있다. 공화당 정치인들에게는 지역 내 일자리를 축소할 수 있어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IRA 자체를 폐기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이지만 AMPC 축소는 전기차 캐즘에서 수익성에 직격탄 줄 것"이라며 "이미 북미 시장에 현지 생산거점을 마련했으니 이제는 ESS(에너지저장장치)나 전기이륜차 등으로 동남아와 유럽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강조해 온 고관세 정책은 이미 북미에 생산거점을 구축한 국내 기업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북미 거점이 사실상 없는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시장 침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김영준 성균관대 나노과학기술원 교수은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은 일장일단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익 우선주의인데 국내 기업들이 비싼 인건비에도 미국 현지에 생산 거점을 많이 구축하고 있어 미국 경제에 기여하는 바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협회 역시 "트럼프의 고관세 도입 공약은 현지에 선점투자한 우리기업의 경쟁력에 유리하고 법인세를 21%에서 15%로 인하하거나 전력요금 인하 등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 투자법인의 경영환경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국 배터리산업은 미국 배터리 최대 투자국이자 미중 전략경쟁의 핵심자산, 미국 자동차기업핵심 파트너, 지역경제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역할을 하는 만큼 트럼프 신행정부의 지지를 확보해 나가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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