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 "멕시코 다음 타깃은 한국, 정부·기업 '원팀' 대응을"

세종=서민우 기자 2024. 11. 8.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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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통상본부장 릴레이 인터뷰] 박태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
“USMCA 재협상 방침에 한미FTA도 영향권"
“러스트벨트 의식해 車에 수출쿼터 가능성”
[서울경제]

“멕시코 다음 타깃이 우리나라가 될 수 있습니다. 트럼프 2기 시대에 국익을 지키려면 정부와 기업이 원팀으로 움직여야만 합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마지막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박태호(사진)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은 지난 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유무역협정(FTA)인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의 재협상을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가 재집권하면서 한미 FTA의 재협상 가능성도 커졌다”며 “트럼프 2기 시대에는 우리도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박 원장은 “트럼프 2기 통상 정책의 핵심은 미국 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 일방주의, 대중 견제 등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며 “트럼프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집권 시 가장 먼저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USMCA 재협상도 이런 흐름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USMCA는 트럼프가 1기 때 미국의 무역적자가 크다는 이유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협상해 2020년 발효됐다. 하지만 트럼프는 USMCA가 멕시코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 폭 확대의 주범이며 중국산 전기차의 북미 시장 진출의 우회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멕시코는 지난해 4756달러 상당의 상품을 미국에 수출해 20년 만에 중국 수출액을 제치고 대미 수출 1위에 올랐다. 박 원장은 “주요 무역 파트너인 멕시코도 국익에 맞지 않으면 재협상을 추진할 정도로 트럼프는철저한 미국 우선주의자”라며 “대미 무역 흑자가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도 FTA 재협상에서 예외가 되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지지 기반인 러스트벨트 지역의 여론을 고려해 한국을 상대로 큰 폭의 무역 적자를 기록 중인 자동차를 타깃 삼을 가능성이 높다”며 “인플레이션감축법안(IRA) 보조금 축소와 자동차 수입쿼터 지정을 지렛대 삼아 미국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대선 후보시절인 지난 8월 남부 국경 지대를 찾았다. 연합뉴스

박 원장은 멕시코처럼 한국을 상대로 중국 제품의 수출 우회 이슈를 제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중국 기업이 한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에 수출하는 경우는 많지 않겠지만 일부 자동차와 배터리 부품을 문제 삼을 수 있다”며 “멕시코 사례를 겪으면서 FTA가 중국 수출 우회로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고 보다 강화한 원산지 규범을 만들자고 압박할 수도 있다”고 했다.

박 원장은 트럼프 2기에 더욱 거세질 통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선 정부와 기업이 함께 움직여 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사실상 붕괴된 이후 주요 국가들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정부와 기업이 밀접하게 한 몸이 돼 움직이고 있다”며 “우리도 정경유착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정부와 기업 사이에 소통채널을 만들어 원팀 처럼 일사분란하게 대응해야만 트럼프발 통상 압력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도 우리나라의 대미 흑자가 증가한 것은 국내 기업들이 북미 투자를 늘리면서 물자 이동이 많아진 결과라는 점을 미 정부에 충분히 알릴 필요가 있다”며 “FTA체결 후 양국 간 교역 증가로 미국도 혜택을 받고 있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對美수출 10대품목 관세폭탄에 '무방비'◆무관세 車·반도체 등 '트럼프 보편관세'땐 직격탄올 1~9월 수출액 389억弗 33%↑美 FTA 무력화 가능성에 초비상

자동차와 반도체 등 미국 수출 상위 10개 품목이 모두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예고한 고율 관세정책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국내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북미 시장에 수출하는 자동차 업체들은 현지 공장 신·증설을 포함해 글로벌 생산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경제신문이 한국무역협회의 올 1~9월 무역 통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미 수출 상위 10개 품목의 수출액은 389억 6300만 달러(약 54조 5000억 원)로 지난해 대비 33.3% 증가했다. 수출 1위 품목은 배기량 1500~3000㏄인 가솔린차로 전년 대비 9.4% 늘어난 54억 6100만 달러어치가 미국에 수출됐다. 2위는 D램 모듈(54억 3800만 달러), 3위는 배기량 3000㏄ 초과 가솔린차(49억 5300만 달러)였다.

대미 수출 상위 10개 품목이 모두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자동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율이 ‘제로(0)’다. 반도체 부품은 미 관세법상 무관세다. 자동차 품목은 전년 대비 수출 증가율이 평균 두 자릿수를 웃돌고 반도체 부품인 D램 모듈은 165%에 달해 무역적자 축소를 원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문제 삼을 수 있다. 올 9월 기준 수출 상위 10개 품목의 대미 흑자는 376억 6000만 달러로 수출액과 거의 같다. 특히 보편 관세가 적용될 경우 한미 FTA가 무력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미 워싱턴DC 정가에서는 ‘트럼프 2기 관세’가 그의 취임과 동시에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싱크탱크 카토연구소는 트럼프가 미 의회를 거치지 않고도 비상경제권한법, 무역확대법 제232조, 무역법 제301조 등을 통해 재량껏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는 미국이 보편 관세를 시행하면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는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며 “자동차·반도체 등 수출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서민우 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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