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모들은 왜 윤 대통령 기자회견 말리지 않았나?

권태호 기자 2024. 11. 8.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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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8일 뉴스뷰리핑]
11월7일(목)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분야를 두루 취재하고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권태호 논설실장이 6개 종합일간지의 주요 기사를 비교하며, 오늘의 뉴스와 뷰스(관점·views)를 전합니다. 월~금요일 평일 아침 9시30분, 한겨레 홈페이지(www.hani.c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① 차이의 발견 : 윤석열 대통령 기자회견

② Now and Then : I’m your man(레너드 코헨, 1988)

① 차이의 발견

# 전무후무한 윤 대통령 기자회견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 어제(11.7)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예상대로였습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육성녹음까지 공개된 터라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역시나’였습니다. 이제 앞으로는 윤 대통령이 뭘 한다 하더라도, 아무도 기대를 하는 국민이 없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윤 대통령을 향해 ‘바뀌어야 한다’는 주문이 많았으나, 이젠 더 이상 그런 주문이 무슨 소용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망한 기자회견’입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모를 것 같습니다.

1. 총평

-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국민에게 “사과한다”며 꾸벅 절을 했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 형식적 사과였고, 국민들의 요구, 국민의힘의 요구, 다 거절했습니다.

- 이전과 달라진 말, 태도, 전혀 없었습니다.

- ‘대국민 성명’에서 “2027년 5월9일 제 임기를 마치는 그날까지 모든 힘을 쏟아 일할 것”이라고 임기 날짜를 강조했습니다. 국민들 사이에서 퇴진, 하야, 임기 단축 개헌 등의 이야기가 거침없이 나오고 있는데, ‘나는 그럴 생각 추호도 없다. 헛된 기대 버려라’고 강하게 말한 것입니다.

- 이번 기자회견의 유일한 ‘성과’라면, 부부가 기존 휴대폰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스스로 밝힌 것, 그리고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 휴대폰으로 윤 대통령인 것처럼 문자를 보냈다는 점을 스스로 밝힌 것입니다.

2. 요구사항 모두 거절

- 회견 전 여기저기에서 나온 각종 주문은 △자화자찬 하지마라 △사과하라 △명태균 의혹 밝혀라 △김건희 활동중단 △인적쇄신(여기까진 여당 요구) △특검(야당 요구) 등 모두 6가지입니다. ‘특검’을 제외하곤 여야의 주문이 다르지도 않았습니다. 특히 하루 전날에는 ‘친윤계’를 포함한 국민의힘 의원들, 보수언론들도 한 목소리로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 그러나 윤 대통령은 모두 다 거부했습니다.

1) 자화자찬

- 지난번 8월 2주년 기자회견 때는 집무실에서 40분간 그간의 성과를 자랑하고, 이어 자리를 옮겨 기자회견 일문일답 80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대략 2시간이었습니다. 이번엔 브리핑룸에서 15분간 ‘자랑’하고, 이어 일문일답을 약 2시간 가량 진행했습니다. 자랑은 애초 ‘30분’ 가량 할 예정이었는데, 여기저기에서 ‘그러지 마라’는 요구가 쏟아져 그나마 15분으로 줄였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 ‘끝장 토론’이라 했지만, 일문일답 시간이 지난번보다 겨우 20분 정도 늘어났을 뿐입니다. 윤 대통령이 12시쯤 되자, 스스로 ‘그만 하자’는 식으로 얘기하기도 했지만, 1시간쯤 지나가 비슷한 말이 계속 반복돼 더이상 들을 ‘가치’가 없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기자들이 먼저 ‘그만 하자’고 하진 않았을 것이고, 계속 했다면, 윤 대통령의 ‘실수’ 또는 ‘진심’이 좀더 흘러나왔을 수는 있습니다.

- 윤 대통령은 애초 ‘끝장 토론’이라 했는데, 겉으로는 ‘기자들의 질문을 다 받아주겠다’는 식으로 포장했으나, 실제론 자신의 주장으로 논박해 ‘끝장’을 보겠다는 자세로 나온 것입니다. 국민과 싸우겠다는 자세로, 회견에 임했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2) 사과

- “국민께 죄송하고 진심어린 사과의 말씀 드린다”

- 그런데 도대체 뭘 잘못했다는 건지가 없습니다.

- 오죽하면, 추가 질문 때 한 기자가 ‘뭘 사과하는거냐. 두루뭉술하고 포괄적 사과다’라고 하자, 윤 대통령은 이렇게 답합니다.

“잘못한 게 있으면 딱 집어서 해 주시면, 그 부분에 대해 제가 사과를 해 드리죠. (내가) 팩트를 가지고 다툴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 당신이 얘기해보라’는 겁니다. 윤 대통령이 지금 국민들을 향하는 태도입니다.

- 그러자 또다른 기자가, ‘(그렇다면 지금) 사과할 수 있는 부분은 뭐냐?’라고 재차 물었습니다. 그러자 또 이렇게 답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하기가 어렵다. (김 여사가) 안 해도 될 얘기를 해서 생긴 것이니까 그 부분에 대해 사과드리고 국민들께서 속상해하셨기 때문에. 저와 제 아내의 처신과 모든 것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안 생기도록 더 조심하겠다는 말씀”

- ‘국민들이 속상해 한다니, (내가 그렇게 잘못한 건 없지만) 사과할게’라는 식입니다. 대선 때의 ‘개사과’가 연상됐습니다.

- 아울러 이처럼 윤 대통령이 구체성을 회피하는 것은 다소 의도성도 있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잘못을 시인하는 것은 향후 언젠가 있을지도 모를 검찰 수사에서 ‘자백’ 또는 ‘수사 바탕’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니면 오랜 검찰 경험에서 익힌, ‘잘못을 시인하면 안되고, 구체적으로 말하면 안된다’는 게 몸에 익었을 런지도 모릅니다.

3) 명태균 의혹

- 이 부분이 이날 기자회견을 한 이유입니다. 그런데 부인과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습니다.

- ‘공천 개입한 적 없다’, ‘창원 산단 얘기, 다 사실 아니다’

- 그런데 윤 대통령은 이전에 ‘경선 이후 연락한 적 없다’고 했다가, 취임 전날 ‘김영선 (공천) 주라 했다’는 육성이 공개된 바 있습니다. 그러자 ‘그냥 좋게좋게 얘기한 것’이라 둘러댔습니다.

-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이 이렇게 변명합니다.

“처음에 대변인실에 ‘경선 이후 연락한 적 없고, 취임 전날 축하전화가 와서, ~”

자신은 처음부터 ‘취임 전날 전화온 적은 있다’고 제대로 얘기했는데, 대변인실이 뒷부분은 자르고 얘기한 것이라는 겁니다.

-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입니다. 저는 거짓말이라고 봅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렇게 비겁한 리더도 있나’라고.

- 또 이런 얘기도 합니다. “공천에 대한 기억은 없습니다만, 했다면은 이미 (당에서) 확정된 것을 ~” => 했다는 겁니까, 안 했다는 겁니까. 대통령은 기억력이 비상한 분입니다.

- 이런 얘기도 합니다. “대통령이 공천 주라고 얘기할 수 있다. (했다면) 의견을 얘기한 것” => 회사 사장이 ‘이렇게 하면 어떻겠어’라고 하면, 그게 ‘의견 제시’입니까, ‘지시’입니까. 회사 사장도 ‘꼭 하라는 건 아니고~’라면서 이런 얘길 하면, 그건 비겁하고 무책임한 겁니다. ‘나는 이거 하고 싶은데, 니가 결정한 걸로 하고, 문제 생기면 니가 책임져’라는 말이니까요.

- (김 여사와 명씨와의 통화에 대해선) “한 몇 차례 정도 문자나 이런 걸 했다고는 얘기를 한다. 그런데 제가 이 자리에서 공개하기에는 좀 일상적인 것들이 많다. 몇 차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이 역시 거짓말입니다. 무수히 많이 통화했다는 걸 윤 대통령도 모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김영선 공천 논의’가 ‘일상적’인 건가요. 그렇다면, ‘일상적이지 않은 논의’는 어느 정도 되어야 하는 걸까요.

4) 김건희 활동중단

- 김 여사에 대해 맨 처음 한 말이, “(김 여사가 대통령에게 말하기를) ‘대통령이 회의 때 참모들한테 야단 많이 친다는 말이 있는데, 당신 좀 부드럽게 해’, 그런 걸 국정 관여라 할 수 없겠다. 부인이 대통령 도와 국정도 원만하게 잘하길 바라는 일들을 국정농단이라 한다면 국어사전을 다시 정의해야겠다” => 지금 국민들이 문제삼고, 의문을 제기하는 건 이런 게 아닙니다. 공천 개입 의혹, 인사 개입 의혹, ‘김건희 라인’ 문제 등입니다.

-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육영수’ 여사의 사례를 들며, “조언이 국정농단인가”라고 되물었습니다. => 육영수 여사가 공천에 개입했습니까, 정치브로커와 수백번 통화를 했습니까, 마포대교에 나가 퇴근시간에 다리 막고 경찰에 지시를 했습니까, 순천만 가서 화보 사진을 찍었습니까?

- 대외 활동 중단에 대해 “국민이 싫다고 하면 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외교 관례상, 국익 활동상 반드시 해야 한다고 ‘저와 제 참모가 판단’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중단해왔다. 앞으로도 이런 기조를 이어갈 것이다” => 계속 하겠다는 겁니다. 특히 그 판단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는 겁니다. 15~17일 페루 APEC 회의, 18~19일 브라질 G20 회의가 있습니다. 이번에 이 회의에 김 여사가 동행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들리기 시작합니다. 만일 그러하다면, 최소한의 ‘성의 표시’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엔 다시 순방을 떠날 겁니다.

5) 인적쇄신

- “적절한 시기에 인사쇄신 면모 보여드리기 위해 인재풀 물색과 검증 들어가 있다. 다만 내년도 예산 심의와 미국 새 정부 출범 등이 있기에 시기는 조금 유연하게 생각”

=> 예산안 심의는 11~12월이고, 미국 대통령 취임식은 1월20일입니다. 내년 1월까진 인적쇄신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6) 특검

- 특검 질문이 나오자, “특검 문제에 대해 제가 오늘 조금 약간 길게 얘기를 하겠다”고 장황하게 이야기합니다. 이 이야기를 가장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 그러면서 특검이 “사법 작용 아닌 정치 선동”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3가지 이유를 들었습니다.

- △대통령과 여당 반대하는 특검 임명이 헌법에 반한다 △특검을 국회가 결정해 임명하고 방대한 수사팀을 꾸리는 나라는 없다 △삼권분립 체계에 위반한다.

- 다 같은 이야기입니다. ‘야당 마음대로 뽑는 특검은 안된다’는 겁니다. 100번 올라와도 계속 거부권 행사하겠다는 겁니다.

- 특검이란 행정부를 신뢰하기 힘들어 ‘독립적인 수사’를 필요로 할 때, 진행하는 것입니다. 지금 검찰이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리라고 누가 생각하겠습니까.

- 그리고 지금까지 국회를 통과한 14건의 특검법 중 대북송금(2003년), BBK(2007년), 내곡동 사저(2012년), 세월호(2020년) 특검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대북송금 특검법’은 당시 여당인 민주당이 퇴장한 가운데 한나라당·자민련 등 야당이 처리했고, ‘내곡동 특검법’도 여당인 새누리당 반대에도 통과됐습니다. 그런데 당시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습니다. 윤 대통령이 참여한 ‘국정농단 특검법’도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특검 추천권을 배제했습니다. 최순실씨가 헌법소원을 냈으나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윤 대통령은 위헌이라는데, 윤 대통령은 어떤 헌법을 보고 있는 겁니까.

- 그리고 문재인 정부에서 진행된 드루킹 특검에서도 당시 여당인 민주당이 배제된 채 특검이 임명됐습니다. ‘내로남불’도 이런 내로남불이 있습니까. 윤 대통령은 자신이 ‘내로남불’인 줄을 인지를 못하는 것 같습니다.

- 윤 대통령은 어제 이런 말을 했습니다. “가족과 관련해 특혜준다는 건 국법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그걸 (지키지) 못할 것이라면 대통령, 검찰총장을 그만둬야 한다”. 역시 인지를 못하는 것 같습니다.

3. 휴대폰

- 어제 기자회견에서 가장 놀란 부분이고, 또 어떤 의미에선 기자회견의 가장 큰 ‘성과’였습니다.

1) 이전 휴대폰 계속 사용

- “대통령이 됐어도 검사 때 쓰던 휴대폰을 계속 쓰고 있으니 바꾸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통상적 공무원, 장·차관과 (통화나) 국가안보 관련이 아닐 땐 제 휴대폰을 쓰고, 지금도 엄청 많은 문자가 들어온다”

- “이것(휴대폰)으로 들어오는 다양한 얘기를 제가 즉각 생생하게 봐야 한단 생각이 너무 강했다.”

- “초선 의원들이 전화하면 제가 딱 받고, 저녁일정 없으면 ‘어디로 오세요’ 하기도 한다. 의원들이 이런 대통령 처음 봤다고 한다”

- “저와 통화한 분 손을 들라 하면 무지하게 많을 것이고, 텔레그램이나 문자를 주고받은 분들도 엄청나게 많을 것”

- “이게 리스크도 있지만 장점도 있다고 생각, 앞으로 조치 하겠다”

=> ‘자폭’입니다. 윤 대통령은 이런 자신을 ‘소탈하다’고 생각한 듯합니다. ‘소통 방식을, 매정하지만 좀 바꿔야 하겠다’고 했습니다. ‘박절하지 못해서’의 2탄입니다. 자신들 부부가 ‘매정하지 않고, 다정해서’ 개인 휴대폰을 계속 쓰고, 이전 사람들과 연락도 끊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까지 역대 대통령 부부 가운데, 자신의 개인 휴대폰을 계속 쓰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렇게 개인 휴대폰을 계속 쓰니, 명태균씨와도 수시로 통화하고, 이런저런 사람들과 계속 카톡하고, 이런저런 민원·청탁도 언제든 들어올 수 있는 길이 열려있는 상태인 겁니다.

2) 김 여사가 대신 답변

- 2021년 7월 입당 신청서가 언론 공개됐는데, 그러면서 휴대폰 번호가 공개됐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하루에만 문자 3천개가 왔다고 했습니다.

- 그리고 김 여사가 새벽 5∼6시까지 제 휴대폰을 갖고 답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윤 대통령이 당시 ‘미쳤냐. 지금 잠 안 자고 뭐 하냐’고 하니까, ‘이렇게 지지하는 사람들, 잘하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고맙다', '잘하겠다', '잘 챙기겠다' 이런 답을 해줘야 하는 거지, 이분들이 다 유권자인데 답 하는 것 같은 선거 운동이 어디 있겠느냐’라고 김 여사가 말했다는 겁니다.

- 김 여사가 남편인 윤 대통령의 핸드폰을 마음대로 만지면서, 대신 문자에 답을 해줬다고 스스로 얘기했습니다. 이때는 정치에 막 입문했을 때입니다. 그전에 검찰총장 시절에도 그러지 않았을까요. 당선인 시절에도 그러지 않았을까요. 대통령 된 뒤에도 그러지는 않았을까요. 어쩌면 대통령 답신이나 문자라고 황송히 받았는데, 그게 혹 ‘김 여사’가 대신 보낸 문자는 아니었을까요.

- 매우 심각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대통령은 말미에 관련 질문을 한 기자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고맙다. 좋은 질문 해줘서”

- 김 여사가 이처럼 자신을 위해서 새벽까지 잠도 안 자고, 유권자들에게 온갖 정성을 다할 정도로, 헌신적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겁니다. 몇 번이고 아내를 칭하며 “순진해서”라고 말합니다.

- 앞서 (명태균 의혹과 관련해선) “제 아내 휴대전화를 보자고 할 수는 없는 것이라, 제가 그냥 물어(만) 봤다”고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핸드폰을 못 보고, 김 여사는 윤 대통령 핸드폰을 수시로 보고, 대신 문자로 답도 하고 그러는 관계인 겁니다.

4. 태도

1) 사전에 참모들과 상의하지 않았다

- 만일 참모들과 어제 회견에서 무슨 얘기를 할지 논의했다면, ‘핸드폰’ 얘기는 절대 하지 않았을 겁니다. ‘용산’ 참모들이 핸드폰 얘기를 듣는 순간, 아연실색 했을 겁니다.

- 어제 대통령의 답변은 늘 그렇듯, 매우 casual 했고, 구체적이지 않았고, 대충 얼렁뚱땅 넘어가는 식이었고, 했던 말을 반복했습니다. 술자리 대화 같았습니다.

2) 참모들에게 평소 반말을 한다

- 기자회견 말미에 사회를 맡은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에게 “하나 정도만 해, 목이 아프다”, “그래 더 할까?”, “좀 더 해, 대충 나온 것 같아서”라고 말합니다. 사석에서 자기보다 어린 직장 후배에게 반말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식석상에서, 그것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사회자에게 반말하는 대통령이 있었던가요. casual 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이명박 대통령도 이러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3) 이런 대통령 처음

- 어제 회견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됐습니다. 윤 대통령은 자기객관화 능력이 전무하고, 정무감각이 전혀 없으며, 위기의식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음을.

- “이런 대통령 없었다”는 말을 어제 회견에서 두 번 했습니다. 한 번은 당선인 시절에 밤늦게까지 일하자 경호원들이 “당선인이 이렇게 늦게까지 일하는 거 처음 봤다”고 했고, 또 한 번은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불쑥 전화해 저녁 약속 잡으려 ‘어디로 오라’고 하자, “이런 대통령 처음 봤다”고 하더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자신이 그만큼 열심히 일하고, 소탈하다는 겁니다.

- 그런데 이런 말을 듣고 ‘윤 대통령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한 국민이 한 명은 있었을까요.

- 윤 대통령 같은 대통령은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 어제 기자회견은 망했습니다. 문제는 망했는데도, 망했는 줄 모른다는 겁니다.

② Now and Then

어제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절대 김건희 여사를 포기하지 못한다’. 거기에 앞서 ‘아내의 허물을 전혀 못 본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아내를 ‘지킬’(?) 생각이며, 그 누구보다 아내가 우선이라는 점입니다. 윤 대통령 말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이 모두 김 여사를 오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윤 대통령 입장에선 사과해야 할 사람은 김 여사가 아닙니다. 우리 국민들이 김 여사에게 사과해야 됩니다. 윤 대통령은 아내를 지키기 위해 대통령이 된 걸까요.

오늘 노래는 레너드 코헨의 ‘I’m your man’(1988)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E0QLt_q4Xg

(*일부 포털에서는 유튜브 영상이 열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보시려면, 한겨레 홈페이지로 오시기를 권합니다. 기사 제목 아래 ‘기사 원문’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끝)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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