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귀환…반도체 긴장, 자동차·이차전지 울상
보편관세 도입시 수익성 악화 불가피
"모든 건 양면…대중 제재 강화시 반사이익 가능성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국내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 업계는 글로벌 투자 전략 수정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만큼 분주하게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반도체, 칩스법 수정 가능성 주목…대중 규제 강화 예의주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칩스법과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한 보조금 지급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온 만큼 관련 법에 따른 정책 추진에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칩스법에 대해 "반도체법은 너무 나쁜 거래"라며 "(반도체에) 높은 관세를 매기면 그들이 아무런 대가 없이 (미국에) 공장을 세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앞서 바이든 정부가 국외 반도체 기업에 약속한 보조금을 전면 폐지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칩스법에 따라 미국에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반도체 기업은 인텔과 TSMC, 삼성전자 등인데 미국 기업인 인텔(약 1000억달러)을 제외하고, 삼성전자는 440억달러(약 61조원)를 투자하고 64억달러의 보조금을, TSMC는 650억달러를 투자해 66억달러의 보조금을 받기로 약속됐다. SK하이닉스는 투자금 38억7000만달러, 보조금 4억5000만달러다.
칩스법이 백지화되거나 크게 축소될 경우 반도체 기업들은 투자를 재조정할 전망이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칩스법을 백지화할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기업 편향 지원 강화에 더해 새로운 협상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한다"며 "기존 보조금 대비 투자금 확대 또는 기존 투자금 대비 보조금 축소 등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도 국내 반도체 업계에 영향이 불가피하다. 국내 업체들이 중국에 보유한 생산설비의 운영과 대중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의 시안공장은 전체 낸드 생산의 28%, SK하이닉스의 우시·다롄 공장은 각각 전체 D램의 41%, 낸드의 31%를 생산하고 있다.
자동차·배터리, 관세인상·IRA 축소로 부정적 영향
자동차와 이차전지 산업에도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표 정책인 IRA를 '그린 뉴 스캠'(Green New Scam·신종 녹색 사기)으로 규정하고 당선 후 이를 폐기하고 아직 집행하지 않은 예산을 모두 환수하겠다고 선언했었다.
미국향(向) 완성차 수출에 관세가 인상되고 IRA의 전기차 보조금(차량당 최대 7500달러 공제)가 축소되거나 전기차 의무화 및 자동차 탄소 배출량 감축 정책이 폐지되면 전기차를 포함한 완성차의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자동차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수 밖에 없다.
미국은 현대차·기아의 최대 시장이다. iM 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순이익 기준 미국 법인이 기여하는 정도는 현대차가 28%, 기아는 56%로 추산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에 전기차 전용 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가동해 미국 전기차 1위 업체인 테슬라와 격차를 좁히겠다는 계획이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이런 전략의 성과가 안갯속이 됐다.
국내 이차전지 산업도 갑갑한 상황이다. 미국 안에서 생산하고 판매한 배터리 셀 및 모듈에 대한 세제 혜택을 담은 IRA AMPC(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가 축소되거나 일부 내용이 무력화될 경우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친환경 정책 후퇴로 전기차 시장 전반이 위축되며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수요·공급 측면의 니즈(요구)가 확대되면서 북미 빅3(GM·포드·스텔란티스), 현대차그룹, 도요타그룹 등 완성차업체 간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급격한 변화 가능성 적어…위기 속 기회 찾을 수도"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칩스법이나 IRA를 전면 폐기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칩스법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도 찬성한 법안이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우군 및 후원자, 공화당 소속 주지사나 의원들이 많은 지역이 IRA로 인해 혜택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을 둔 지역구에 투입된 IRA 자금은 1610억달러로 민주당 지역구에 투입된 자금(420억달러)의 4배 수준이다.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이종환 교수는 "미국이 해외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줬던 이유는 반도체 생산라인 유치를 통한 기술 패권 확보와 고용 창출 등을 고려한 것인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고 해서 이를 단박에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경우 우리 기업이 반사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미국 대선과 관련한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준비해왔지만 관세 인상이나 급격한 정책 변화시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해 보인다"면서도 "새 정부의 정책을 면밀하게 검토하며 대응해나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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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영 기자 syk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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