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고개 숙인 尹, 12번 사과…구체적 '쇄신책' 이행 관건
사과 표현 12번, 국정 쇄신 위한 인적 개편 및 당정 소통 강화 약속
김 여사 논란 " '무조건' 잘못", 명태균 의혹 등 진솔한 해명…국정 및 공천 개입 '선 긋기'
"2027년 5월 9일 저의 임기를 마치는 그날까지 모든 힘을 쏟아 일하겠다"
국정 동력 확보 위한 낮은 자세, 구체적 쇄신책 이행 관건
윤석열 대통령은 7일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표명했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과 명태균 씨 의혹 등으로 여론 악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위기 수습에 나선 것이다. 총 140분 간 윤 대통령은 각종 질의에 허심탄회하게 답했고, 사과 표현은 12번이 나왔다. 국정 쇄신을 위한 인적 개편 준비, 당정 소통 강화 등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국정 현안인 명씨와의 관계와 공천 개입 의혹, 김 여사 국정 개입 의혹에 대해선 단호하게 선을 그으며 적극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여당은 '진솔한 회견'이라고 평했지만, 야당은 "알맹이 없는 사과와 거짓말"이라며 공세를 펼쳤다. 전문가들은 사과 표현에선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쇄신책 실행이 향후 여론 반전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尹, 취임 후 처음으로 고개 숙여 사과…26개 질문에 '허심탄회' 답변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경기와 물가를 걱정하며 "국민 여러분 보시기에는 부족함이 많겠지만 저의 진심은 늘 국민 곁에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저의 노력과는 별개로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린 일들이 많았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은 변명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 부덕의 소치"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잠시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윤 대통령이 고개 숙여 사과의 뜻을 밝힌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올해 신년 대담에서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에 대해 "대통령 부인이 박절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히며 사과나 유감 등의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또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는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 끼친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면서도 따로 고개를 숙이지는 않았다.
윤 대통령은 "고쳐야 할 부분을 고쳐 나가겠다"며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국민들께 사과드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국민들을 존중하고 존경하는 것"이라고 거듭 자세를 낮췄다. 오는 10일 임기 반환점을 맞아 민심을 수습하고 국정 쇄신을 약속한 것으로 해석된다.
담화와 회견 전체에서는 '사과' 8번, '잘못' 1번, '불찰' 1번, '부덕의 소치' 1번, '죄송' 1번 등 총 12번의 사과 표현을 썼다. 최근 지지율이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여론 악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사과 측면에선 지난 회견보다 진일보(進一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논란, 명씨 의혹 등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총 26개의 질문에 프롬프터 없이 "솔직하게 다 말씀드리는 것이다", "저도 설명을 좀 자세하게 하겠다"며 허심탄회하게 답변했다.
김 여사 문제에 대해선 "매사에 더 신중하게 처신해야 하는데 이렇게 국민들한테 걱정을 끼쳐드린 것은 '무조건' 잘못"이라고 말했다. 취임 후 자신과 김 여사가 개인 전화로 사적인 소통을 이어가며 각종 논란이 불거졌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저도, 제 처도 취임 후 휴대폰을 바꿨어야 한다"며 "저 자신부터 못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근본으로 들어가면 저에게 있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개인 전화번호를 바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의 대외 활동에 대해선 "결국 국민들이 좋아하시면 하고, 국민들이 싫다고 하면 안 해야 한다"며 "외교 관례와 국익상 반드시 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중단해 왔고, 앞으로도 이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당장은 이달 중 예정된 윤 대통령의 다자외교 순방에 김 여사가 동행하지 않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활동을 공식 보좌할 제2부속실장을 발령했다고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국정 개입' 의혹과 관련해선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을 도와 선거도 치르고, 국정을 원만하게 하길 바라는 일들을 국정농단이라고 하면 국어사전 정의를 다시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강하게 맞서기도도 했다.
야당이 공개한 윤 대통령과 명씨와의 통화 녹음에 대해선 "부적절한 일을 한 것도 없고, 또 감출 것도 없다"고 일축했다. 또 "대선에 당선된 이후 축하 전화를 받고 어쨌든 선거 초입에 여러 가지 도움을 준다고 움직였기 때문에 수고했다는 얘기도 하고, 이런 이야기를 한 기억이 분명히 있다고 비서실에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공천 개입' 의혹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선 "당에서 진행하는 공천을 제가 왈가왈부할 수 없다"며 "누구에게 공천을 주라고 얘기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창원 제2국가산단 관련 정보가 명씨에게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에 대해선 "창원 산단을 포함해서 열 몇 개의 국가산단은 제 대선공약으로서 산단 지정은 오픈해서 진행하는 거지, 비밀리에 진행하는 게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 밖에 김 여사와 명씨가 연락한 데 대해선 "한 몇 차례 정도 문자나 이런 걸 했다고는 얘기를 하는데, 좀 일상적인 것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한성민 교수는 "고개 숙여 사과에 나선 노력과 불편한 질문을 모두 받아 답했다는 부분에 있어선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다만 사과를 넘어 정부가 할 수 있는 인적 개편 등 구체적인 쇄신책 실행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尹, 국정 쇄신·당정 관계 강화 약속…낮은 자세, 구체적 이행 '관건'
윤 대통령은 임기 후반 국정 쇄신을 강조하며 "2027년 5월 9일 저의 임기를 마치는 그날까지 모든 힘을 쏟아 일하겠다"고 했다. 개각과 대통령실 개편과 관련해선 "적절한 시기에 인사를 통한 쇄신의 면모를 보여드리기 위해서 벌써 인재풀에 대한 물색과 검증에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갈등이 이어져 왔던 당정 관계의 재정립과 소통 강화도 재차 약속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 "개인적 감정을 갖고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공통·공동의 과업을 찾아나가고 공동의 정치적 이익을 추구해 나갈 때 강력한 '접착제'가 되는 것"이라며 "국정감사도 끝났고, 순방을 다녀오면 당과의 자리를 이어가며 빠른 속도로 편한 소통 자리를 만들려 한다"고 밝혔다.
결국 회견 이후 윤 대통령의 쇄신 의지와 실행이 과제로 남아 있는 가운데, '사과'의 구체성을 두고는 평가가 엇갈리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어떤 것에 대한 사과인지 구체적으로 특정해달라는 질문에 "사과의 대상을 구체적으로 말하기에는 지금 너무 많은 이야기가 있다"며 "명태균 씨와 관련한 내용 등 일부는 사실과 달라 인정할 수도 없고 모략이라 그것은 사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답했다. 사실 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의혹에 근거한 공세에는 사과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다만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친 것은 저와 제 아내의 처신과 모든 것에 문제가 있기 때문으로, 이런 일이 안 생기도록 더 조심하겠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최진 대통령 리더십연구원장은 "나름대로는 상당히 진전된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을 했지만 현재 엄중한 상황에 비춰봤을 때 '국민 눈높이'에 맞는 더욱 낮은 자세, 변화를 하려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견을 두고 여당 내에선 평가가 엇갈리기도 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입장문에서 "여러 가지 논란과 의혹에 대해 진솔한 태도로 설명을 주셨다고 평가한다"며 "우리 국회도 정쟁을 중단하고, 시급한 민생을 보살피고 외교·안보 현안을 챙기는 본연의 일에 집중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반면 친한(한동훈)계는 구체적 내용이 없다며 혹평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거짓말투성이 대국민담화 긴급 규탄대회'에서 "참으로 후안무치한 대통령이다. 140분 담화 내내 변명과 거짓말로 일관했다"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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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정환 기자 ku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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