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한다'는 기준 높아진 시대, '로투킹'의 존재 의의[EN:터뷰]
2020년 방송한 전작보다 시청률 저조… '루키 발굴' 요구는 계속될 것
멤버 이름과 경연 무대가 언급되는 것이 성과
"제작진이 해야 할 일은 그 모든 걸 감내하면서 엔딩까지 잘 만들어 내는 거죠."
지난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CJ ENM 사옥에서 엠넷 '로드 투 킹덤 : 에이스 오브 에이스(ACE OF ACE)'를 연출한 조우리 PD의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조 PD는 한 사람의 직업인으로서 '제작진의 몫'을 자주 강조했다.
7일 방송한 최종화까지 총 8부작으로 구성된 이번 시즌은 '킹덤'으로 향한다는 기존 틀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프로젝트로 선보인 첫 결과물이다. 조 PD는 "회차마다 드라마를 인텐스하게(집중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회차 자체를 짧게 했다. 전개도 스피디하게 방식을 바꿔봤고, 짧게 끝나는 감은 있지만 들려드릴 수 있는 이야기는 다 들려드렸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즌은 전작보다 시청률이 낮다. 화제성도 전보다는 줄었다. 조 PD는 "(그때도) 시청률이 되게 대박 난 건 아니었고, 두 팀이 라이징(떠오르는)으로 새로 발굴됐다는 데서 평가받는 프로젝트"라며 "끝나고 나서 이 팀들이 어느 정도 유입을 얻게 되고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가 하는 지표로 평가받는다고 생각해서 지금 말씀드리기에 섣부를 수 있다"라고 조심스러운 답을 내놨다.
실력과 잠재력을 충분히 갖춘 보이그룹을 재조명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이번 시즌에는 더뉴식스(THE NEW SIX), 에이티비오(ATBO)와 저스트비(JUST B)가 뭉친 프로젝트 그룹 더크루원(The CrewOne), 에잇턴(8TURN), 원어스(ONEUS), 유나이트(YOUNITE), 크래비티(CRAVITY), 템페스트(TEMPEST) 총 7팀이 참가했다. 더뉴식스와 템페스트가 탈락해 최종회에서 총 다섯 팀이 승부를 가렸다.
이들은 라이브를 내세우거나, 군무를 강조하거나, 에너지 발산에 힘을 쏟거나, 퍼포먼스의 규모를 키우는 등 나름대로 전략을 세워 무대에 올랐다. 등수를 매기는 치열한 전장을 다루는 '연출가'의 입장이 궁금했다.
"가장 중요한 건 K팝이 현재 처한 상황과 미디어의 변화"라고 운을 뗀 조 PD는 "이전 시즌에 '로투킹은 연출가 대결이냐? 회사 대결이냐? 안무가 대결인 거냐?' 하는 의견이 많았다. (참가하는) 친구들의 에너지를 보여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하다가 관객형 공연으로 가장 베이직하게 보여주자고 했다. 그렇게 라이브 형으로 세팅했을 때, 이전 시즌 형태에서 보여주기 어려웠던 '라이브 잘하는 팀'을 부각할 수 있다. (라이브 잘하는 팀에 관한) 시대적인 요구도 있었고"라고 말했다.
이어 "공연 연출에 아쉬움을 표하는 분들(반응)도 이해한다. 평가전, 3차전, 파이널(최종회)도 무관객으로 연출 중심으로 하지만, 경연 두 개는 '이 친구들이 어떻게 보여줄까'에 초점을 맞췄다. 관객의 마음을 얻는 게 더 어려운 법이다. 아티스트분들도 관객형(경연) 했을 때 더 어려워했다"라고 전했다.
아티스트가 쏟은 노력과 그 무대의 완성도를 최대한 잘 구현해 보여주는 것은, 제작진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과제였다. 조 PD는 "'잘한다'라는 스탠더드(기본)값, 기준이 너무 올라갔다. 저희는 한정된 시간과 재화를 가지고 한 무대에서 한 큐(번)에 찍어내는 거다. 팬분들 입장에서는 한 큐에 찍은 것과 편집본의 차이를 못 느끼신다. '온리 원' 찬스를 누가 가장 완벽하게 해내는가를 보는 쇼에서 더 이상 소비자들이 '때깔 차이'를 못 느끼니, 콘텐츠 경쟁력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직업인으로서, 이 시리즈의 명맥을 유지해야 하는 사람으로서 경연에서 한 번에 만들어내는 에너지를 믿고 가야 한다. 여러 번 찍어서 베스트 컷을 내는 건 누구나 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몇 주 인텐스하게 준비해서 무대 하나 올리는 만족감은 경연하지 않으면 못 느끼는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무대의 시각적인 쾌감을 주는 데서 뮤직비디오를 이기기가 힘들어졌어요. 그걸 너무 많이 생각해요. 아무리 카메라를 따라 해서 찍어도 (원하는 대로) 안 나올 수도 있고요. 직업인으로서, 라이브 에너지는 결코 뮤직비디오가 못 보여준다는 믿음을 가지고 가야 하고요. 라이브를 잘하는 가수에게도 뮤직비디오가 가장 최고의 걸작품이라면 사실 무대 하는 이유가 없잖아요. '현장에서 저렇게 빡센 게 돼?' 하고 눈으로 목격하는 즐거움이랄지, 그런 것들을 계승해 나가는 게 제 직업이고 저희 엠넷이라는 채널이 가진 의무라고 생각해요."
현장 관객이 경험한 무대와 방송 송출분 결과물 차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애썼다. 조 PD는 "믹싱도 되게 공들여서 했다. 이번 시즌은 현장 평가와 방송 평가가 (비슷해서) 어느 정도 다 납득된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느낀 것에 가깝게 만들려고 모니터링 과정에서도 노력했다. 그걸 읽어주신다면 감사하다"라며 "사실 숨길 수도 없다, 직캠이 다 나가서. 여러모로 더 고민을 열심히 해야 할 지점"이라고 답했다.
업계와 미디어의 변화를 반영해 구성을 바꾼 부분은 무엇일까. 전작이 무대 준비 과정과 경연을 병렬적으로 보여줬다면, 이번엔 '서사'를 강화했다. 조 PD는 "서사를 강화해서 어떤 시즌보다도 많은 남성의 눈물이 나온 거다. 그 친구들이 진짜 간절해서 그렇다. 비단 룰이 너무 잔인해서가 아니라, 서로 다 공감해서인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팬분들이 종종 그런 말씀을 하세요. '미천한' 로투킹이라고. 근데 이 미천한 프로그램에도 되게 많은 보이그룹이 문의를 주셨어요. 현실적인 여러 가지 문제로 불발된 팀도 있지만, (출연팀은) 무대를 한 번 더 보여줄 수 있고, 경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본인들의 존재 가치를 느낀다고 생각해요. 어떤 팀은 스케줄이 진짜 많아서 해외 다녀오느라 (연습을) 이틀 해서 가는 경우도 있어요. 근데 어떤 팀은 이것밖에 안 해요. 한 달 내내 (경연 준비를) 하고 여기 왔는데 높은 등수를 얻으면 기분이 좋잖아요. 그런 성취감을 얻게 할 계기가 된다면, 경연의 비정함과 룰의 엄정함을 나쁘게 봐주시는 것을 다 감내할 수 있어요. 같이 고취되는 느낌을 드리는 거죠. 하물며 (MC인) 태민씨도 자극을 받는다고 하니, 같은 퍼포머 입장에서 서로 자극받는 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프로그램 중심축인 '팀 랭킹'과 '에이스 랭킹' 중, 팀 멤버 한 명이 맡는 '에이스'가 프로그램의 진입장벽을 높인 측면이 있다는 걸 조 PD는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1~7회까지 보신다면 결국 개인전이 아니라 팀으로 모아주는 이야기라는 걸 다 아신다. 에이스 통해서 팀에 들어가신(팬이 된) 분도 있고 기억해 주시는 장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제작진으로서 상처 되는 반응은 없었는지 묻자 "많았죠"라며 호탕하게 웃은 조 PD는 곧장 "다 이해한다. (시청자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알고 있다"라며 "(겉보기에는) 혼자 무대했네? 싶지만 막상 보고 나면 팀 서사다. '에이스 배틀' 무대부터 '왜 이런지 알겠다'라는 얘기가 많아서 그렇게 속상하진 않았다"라고 답했다.
이어 "다소 잔인하다고도 하지만 팀을 대표해서 (에이스가) 하는 무대를 보면 나머지 친구들도 같이 무대에 오른 느낌이 있다. 그 친구가 무대 잘 마치고 돌아왔을 때의 느낌은 방송 아니면 사실 못 보여준다. 자컨(자체 제작 콘텐츠)이나 콘서트에서는 못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라고 부연했다.
원어스는 전작에 이어 '재출연'해 화제였다. 멤버 건희가 너무나 출연하고 싶어 해서 다른 멤버들을 설득해 나온 케이스라고 조 PD는 전했다. 그는 "연차가 높고 (멤버가) 군대 가는 것도 알고 있기 때문에 생각조차 못 했는데 먼저 연락이 왔고, 뭔가 그룹으로서 존재를 증명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 결정이 쉽지 않다고 생각해 감사한 마음으로 너무 좋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팀은 "K팝 신의 현재를 보여줄 각각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팀이라고 생각해서 섭외"했다.
코로나 팬데믹 시절 방송한 '로드 투 킹덤'은 "새로운 보이그룹이 탄생하지 않아 고여있는 신에 (팬들의) 요구가 있는데 딱 갖다드린" 거라면, 지금은 대형 기획사를 포함해 수많은 신인 보이그룹이 나와 있고 걸그룹도 '월드 와이드'로 잘되고 있어 시장 환경이 무척 다르다.
조 PD는 "태생적으로 가진 문제의식과 기획 의도는 '중소 기획사 소속 아이돌'이 잠재력을 보여줄 그릇을 만들어주는 것이고, 거기에 충실했고 오로지 그 생각뿐"이라며 "지금 같은 시대에는 캐스팅이 다니까, 누군지 모를 수도 있는 그룹들과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것의 어려움이 있지만, 이 친구들이 보여주는 무대로 '중소돌이라서 못하는 건 아니다' '잘하는 팀이다' 하는 걸 듣게 하고 싶었다"라고 바랐다.
또한 "중소 아이돌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자꾸 낮게 생각하는데, (대형과 중소)는 자본 규모 얘기지, 결코 (실력의) 위아래 개념이 아니"라며 "아티스트의 숙련도와 매력도는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대중의 마음속에 계급이 나뉘어 있던 건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목표는 '출연팀을 알리고 보여주자'였다. 조 PD는 "팀이 탈락해도 '못해서 실망이다' 이게 아니라 '프로그램은 밉지만 너희는 더 좋아' 그렇게 되길 바랐다"라며 "이 무대 하나를 위해서 미술·기술 스태프, 안무, 헤어·메이크업 스태프 등 한 팀당 수백 명이 붙는데 잘돼야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잘되고 있는 보이그룹이 너무 많은 상황에서 '새로운 유입'을 끌어내는 것이 각 팀에게 얼마나 어려운 미션인지 생각한다. 해외에서, 특히 일본에서 많이 봐주고 계셔서 그런 새로운 유입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라며 "방송 끝나면 성과적으로 보이는 게 더 있을 것 같다. '에이스 이름은 많이 외웠다' 하는 말씀에서도 작은 보람을 느낀다"라고 돌아봤다.
"어떤 식으로든 루키(신인)를 발굴해 내는 무언가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는 조 PD는 "차트가 롱런 구조로 바뀌어 '널리 사랑받는 음악'이 되는 게 정말 힘들고, '세대교체를 꼭 해야 하는가?'라고 하면 사실 안 해도 되지만 재능 있는 친구들은 계속 탄생하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오디션 서사를 사랑하는 것도 있고. 그게 어떻게 보면 K팝 신이 가진 강한 성장 동력이 아닐까"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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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yesonyo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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