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명복을 빕니다" 대구대서 치러진 장례식… 고인은 45세 '사회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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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대구대 사회학과를 추모합니다.'
그런데 이들이 헌화하고 고개를 숙여 조문한 영정에는 망자 사진 대신 '대구대학교 사회학과'라는 아홉 글자가 적혀 있었다.
대구대는 사회학과와 법학부(법학, 공공안전법학), 산림자원학과, 전자전기공학부(정보통신공학), AI학과, 주얼리디자인학과 등 6개 학과를 폐과하고, 내년부터 신입생 모집을 중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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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학생·졸업생·교수 등 합심해 행사 마련해
'구조조정 1순위' 타 학교도 인문계열 폐과
"대학에 경제논리 적용은 부적절" 의견도
'고(故) 대구대 사회학과를 추모합니다.'
7일 오후 경북 경산시 대구대 사회과학대학 건물 앞 누리마당에 빈소가 차려졌다. 검은 정장을 입은 조문객들이 흰 국화꽃을 들고 하나씩 나타났다. 그런데 이들이 헌화하고 고개를 숙여 조문한 영정에는 망자 사진 대신 '대구대학교 사회학과'라는 아홉 글자가 적혀 있었다. 1979년 개교와 함께 개설된 사회학과가 45년 만에 사라지게 된 것을 추모하기 위해서다. 빈소 앞에는 사회학 도서도 줄지어 놓여 있었다.
이 특별한 장례식은 대구대 사회학과 학생과 교수가 준비한 '메모리얼 파티(Memorial Party)'라는 이름의 학술제다. 학교가 사회학과 폐과를 결정하자 '학과는 사라져도, 사회학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취지로 마련했다. '상주'가 된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부스 한쪽에 마련된 100여 점의 사진을 보고 추억에 잠기거나, 부스 천막에 작별의 메시지를 적었다. 일부 학생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3학년 조민수(24)씨는 "애정하는 학과가 사라진다는 게 아쉽기만 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사회학과의 '죽음'은 예견된 일이었다. 저출생과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의 위기는 대구대를 피해가지 않았다. 매년 감소하는 인문·사회학과 신입생 감소에 학교는 끝내 폐과를 결정했다. 대구대는 사회학과와 법학부(법학, 공공안전법학), 산림자원학과, 전자전기공학부(정보통신공학), AI학과, 주얼리디자인학과 등 6개 학과를 폐과하고, 내년부터 신입생 모집을 중단한다. 대구대는 "대학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폐과되는 학과 재학생에 한해 2030년까지 수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문학 계열 퇴장 수순... "경제 논리 안 돼"
인문·사회계열 학과의 폐과는 일부 지방대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삼육대는 2021년 중국어학과와 일본어학과를 항공관광외국어학부로 통폐합하고, 덕성여대와 경북대는 각각 독어독문학과와 불어불문학과, 유럽어교육학부 불어교육전공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기로 했다. 경북대 재학생과 동문들은 헌법소원과 행정소송도 제기했지만 폐과를 막을 순 없었다.
전공자들과 교수들은 인문·사회계열 학과가 대학 구조조정 1순위가 된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박성호 대구대 사회학과 학과장은 "대학 교육이 '비즈니스 마인드'로 돌아가는 세상에 살고 있다"며 "대학 교육의 초점이 재정 안정화와 흑자 경영에 점점 맞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행복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 이사장도 "대학을 '취업인력 양성기관'으로만 보는 관점은 국가의 미래에 결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기초 학문을 살릴 근본적인 지원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문학은 시대를 넘는 보편적 학문"
이날 학교의 사회학과 '사망선고'에도 대구대 학생들은 "사회학은 영원하다"고 외쳤다. 학생회장 김민정(23)씨는 "우리는 사회학과의 존재와 가치를 이어가기로 결심했다"며 "사회학의 가치와 의미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우리와 함께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산=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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