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안보' 미군주둔 CRC... 디자인·문화예술 전진기지로
의정부시 '디자인 클러스터' 조성 계획
역사·근대문화적 가치 건물 보존·활용 추진
편집자주
우리의 미래 지방에 답이 있다
경기 의정부시가 70년 만에 반환 받은 주한미군기지 캠프레드클라우드(CRC)를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전진기지로 만드는 ‘디자인 클러스터(산업단지)’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시는 부대 내 역사·근대문화적 가치가 높은 건물 30여 개를 보존해 산업단지로 조성, 문화와 역사, 미래산업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7일 의정부시에 따르면 시는 올해 4월 ‘한미 디자인 클러스터 CRC 317 프로젝트’ 제안서를 산업통상자원부와 국가건축정책위원회에 제출했다.
CRC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3년 7월 정전협정이 체결될 당시 의정부 가능동 317번지 일원에 조성됐다. 주한미군의 평택 이전으로 2019년 폐쇄된 뒤 2022년 정부에 반환됐다. 한미동맹으로 70년간 국가 안보를 지켜왔던 미군반환공여구역 CRC를 다른 여느 도시처림 아파트나 상업지구가 아닌, 세계적 수준의 디자인·문화예술 전진기지로 조성하자는 게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경기도를 대표하는 제조업 위주의 시화산업단지(2006년), IT특화 판교테크노밸리(2012년)에 이어 미래 세대를 위한 새로운 산업을 키우려는 취지다.
의정부시는 “수도권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대규모 부지에 대한민국의 부가가치를 높일 미래 먹거리인 디자인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며 “국가 차원에서 지원했던 판교 테크노밸리 조성 때처럼, 정부가 CRC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산업 허브
시는 CRC 부지를 △디자인 아트 플랫폼 △복합문화공간 △워케이션 △디자인 파크 등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우선 60년이 넘는 CRC 내 교회당과 영화관, 차량정비고 등을 활용해 예술인을 위한 창작 및 교류 공간으로, 전쟁박물관과 극장시설 등은 예술작품 및 디자인 전시회 공간으로 활용한다. 또 장교 및 병사 숙소, 사령부 건물 등은 해외 관광객 유치에 따른 숙박 시설 및 업무 편의공간으로 제공한다. 부지 내 생태 환경 보전지역은 문화공원으로 조성하고 조각, 조형물 등을 활용해 디자인 파크로 꾸밀 계획이다.
CRC 일대는 미군 주둔으로 1970~80년대 호황을 누렸다. 2000년대 전후 미군 철수 분위기에 상권이 위축되고, 주택들이 빈자리를 메웠다. 중심상권이 의정부역세권으로 이동하면서 현재는 조용한 구도심 속 작은 마을 정도로 전락했다. 시는 디자인 클러스터가 들어서면 의정부는 물론 낙후한 경기북부권에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과밀억제권역에 묶여 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인 디자인 관련 일자리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디자인 산업 규모는 2017년 17조5,000억 원에서 2021년 21조6,000억 원(산업통상자원부 2022 디자인산업통계 총괄보고서)으로 성장했다. CRC를 국내외 디자인 기업·교육기관·연구소와 공공시설이 집적된 혁신 거점으로 삼으려는 이유다.
창조와 혁신을 창출하는 CRC 317
특히 지역 내 경민대·신한대 등에 디자인학과가 있어 재학생 취업과도 이어질 수 있다. 동두천의 가죽산업, 남양주·포천의 가구단지, 양주 섬유단지, 파주 출판산업, 고양 영상미디어산업과 연계할 경우 지역 상생발전도 가능하다. 경기북부 제조업과 서비스산업 협업으로, 이탈리아 밀라노와 같은 '디자인 메카' 도약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CRC 317’ 속 역사적 근대문화적 가치 있는 건물
부지 내 건물 230여개 중 일부는 보존할 예정이다. 시는 올해 7월 근대건축물 조사 용역을 통해 보존 가치가 있는 건물 60개를 꼽았다.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건물은 모두 48개다. 비오염지역에 있는 25개(우체국, 극장, 볼링장, 장교숙소 등)과 불소오염지역 23개(환전카페, 사병숙소, 목공소, 박물관 등)다. 근대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은 건물은 12개(예배당, 실내수영장, 헬기착륙장 등)다. 불소오염 지역 내 건물은 자연발생에 따른 오염으로 환경부의 위해성평가 승인을 받으면 존치할 수 있다고 시는 설명했다. 이들 건물은 과거와 미래를 어우르는 디자인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활용 가치가 높다.
다만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과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부지 내 토양오염정화사업을 하면 일부 건축물의 존치는 어렵다고 시는 판단하고 있다. 이 건물들을 제외하고 현 모습을 간직한 채 개발이 가능한 건물 30여 개를 존치해 줄 것을 지난 6일 국방부에 요청했다. 국방부도 현재 환경오염정화를 위한 설계 용역(건물 철거여부 포함)을 실시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디자인 클러스터는 연구와 혁신, 창업과 생산 활동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플랫폼이 된다”며 “많은 젊은 디자이너와 예술가 등이 모여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캠프레드클라우드(CRC)는?
CRC는 의정부시 가능동 317번지 일원에 약 83만6,000㎡ 규모로 1953년 7월 창설한 부대다. 미군 제2사단 사령부와 미8군 지원부대와 제1지역 사령부 등이 주둔했다. 미2사단은 한국전쟁 발발 시 미합중국 본토에서 최초로 한국에 증원된 부대로 미사단 중 가장 많은 전투를 치른 역사와 전통이 있는 핵심 전략이다. 전체 주한미군의 40%를 차지했다. 현재는 모두 평택으로 이전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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