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권력지형 급변…공화, 백악관·상원 이어 하원도 장악 기세

안상우 기자 2024. 11. 8.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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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미국 47대 대통령 당선인

미국 제47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 이후 행정권은 물론 입법권까지 장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공화당은 현지시간 5일 열린 대선에서 승리하며 이미 행정권을 장악한 데 이어 같은 날 치러진 의회 선거에서 상·하원을 모두 장악할 기세입니다.

현지시간 7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30분 기준으로 공화당은 소수당이던 상원(총 100석)에서 52석을 확보하며 다수당 탈환을 결정지었고, 원래 다수당이던 하원(총 435석)에서도 개표가 진행 중인 가운데 205석 대 191석으로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하원 다수당이 되려면 218석이 필요하기에 공화당은 아직 주인이 결정되지 않은 39석 가운데 3분의 1인 13석을 가져가면 하원에서도 다수당이 됩니다.

CNN은 같은 시각 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209석, 민주당이 191석을 각각 확보했다고 전했습니다.

대통령의 소속 정당과 상·하원 다수당이 같은 정당인 상황을 미국에서는 '통합정부'(unified government)로 부릅니다.

가장 최근에는 현 조 바이든 행정부 임기 첫 2년(2021년 1월∼2023년 1월)간 민주당이 행정·입법 권력을 모두 장악하며 통합정부를 운영한 바 있습니다.

2022년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 자리를 탈환하면서 현재는 민주당 행정부에, 의회의 경우 상원 다수당은 민주, 하원 다수당은 공화로 갈려 있습니다.

내년 1월3일 공화당이 양원을 장악한 의회가 개원하고 이어 같은 달 20일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트럼프는 금세기에 전례를 찾기 어려운 강력한 권력 기반을 갖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통합정부 자체는 드문 일이 아닙니다.

1857년 이래 48차례(공화 25회·민주 23회) 이뤄져 그렇지 않은 경우(38회)보다 오히려 많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낙선한 이후에도 공화당 의원들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전통적인 보수 성향의 공화당을 '트럼프당'으로 탈바꿈해 왔기에 공화당이 양원 다수당이 되면 자기 정책의 입법화가 상대적으로 더 수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를 의미하는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의 선거 구호) 공화당원'들은 공화당 내부의 각급 경선에서 반(反) 트럼프 후보에 사실상의 '거부권'을 행사해 왔습니다.

그 결과 현재 공화당 내부에서 트럼프의 뜻을 거스르는 의원이 거의 없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그런 경향은 하원에서 특히 두드러집니다.

대표적으로 마이크 존스 하원의장(루이지애나)은 널리 알려진 '트럼프 충성파'입니다.

또 지난해 하원의장(케빈 매카시) 해임안 가결에서 드러난 공화당 내부의 분열도 더 이상 드러나지 않을 공산이 큽니다.

현재 의회에선 10여 명의 강경 우파 의원들이 하원의 양당 의석차가 한 자릿수인 상황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었지만, 트럼프가 장악한 공화당 통합정부 하에서 그들은 트럼프 의제를 앞장서 추진할 '돌격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시한 감세와 국경장벽 건설 및 대규모 불법 이민자 추방, 건강보험개혁법(ACA·Affordable Care Act·일명 오바마케어) 대폭 개정 등의 핵심 공약들은 의회의 큰 견제 없이 추진될 가능성이 커진 셈입니다.

사법부 역시 트럼프 당선인의 우군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1기(2017년 1월∼2021년 1월) 때 보수 성향 대법관 3명을 연달아 임명함으로써 연방대법원의 구성을 보수 성향 대법관 6명,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으로 바꿔 확고한 보수 우위체제를 만들었습니다.

이미 연방 대법원은 선거 과정이었던 지난 7월 1일 전직 대통령의 재임 시 공적(公的) 행위에 대해 폭넓은 형사상 면책 특권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4건의 형사기소로 인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려온 트럼프 당선인의 부담을 덜어준 바 있습니다.

앞으로 대법원이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추진 과정에 '견제장치'가 되기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관측이 적지 않은 이유입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당선인은 행정·입법권을 장악하고, 사법부도 자신에게 우호적인 환경에서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될 가능성이 큰 상황입니다.

결국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선거운동 기간 거론해 온 '가드레일(견제장치) 없는 트럼프'가 단순한 선거용 구호가 아닌 현실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입니다.

안상우 기자 as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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