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돌아가는 트럼프… 조선-항공-우주산업 훈풍 불듯
한국, 고부가 LNG선 등 최강… 유가 안정에 항공업계도 반색
머스크發 우주산업 상업화 탄력… 국내 부품사 등 시장확대 노려
이 경우 LNG와 LPG 운반선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내 조선사들에 유리한 환경이다. 컨테이너와 벌크선은 중국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지만,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와 LPG 운반선은 한국 조선사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올해 3분기(7∼9월) 기준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 선박과 LPG 선박 중 각각 55%, 46%를 한국 조선사들이 수주하면서 수주량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여기에 트럼프 당선인이 윤석열 대통령과 당선 뒤 통화에서 한국과 미국의 해군 함정 관련 MRO(유지·보수·정비) 협력 의지를 밝힌 점도 조선업계의 호재로 꼽힌다.
항공업계도 화석연료 사용 확대에 따른 유가 안정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에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석유를 시추해라)’이라는 말로 석유 및 가스 산업 활성화를 강조해 왔다. 원유 및 천연가스 등에 대한 규제를 폐지하겠다고도 밝혀 왔다. 석유 시추를 통해 유가를 낮춰 물가를 안정시키고, 고용도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셰일가스 및 석유 생산이 확대되면 국제 유가가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유가 하락은 항공업계에 큰 호재다. 유류비가 항공기 운영비의 30∼4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가 떨어져 항공운임이 낮아지면 여객 수요도 증가할 수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업이나 물류 업계는 유류비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유가 하락은 각종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우주 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적극 도왔던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의 영향으로 관련 시장이 활성화되고 상업화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과학 정책에서는 ‘트럼프 월드’가 아닌 ‘머스크 월드’가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는 말도 나온다. 이에 따라 머스크가 집중하는 유인 화성 탐사를 비롯해 미국 주도 우주 산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는 지난달 19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린 지지자 연설에서 “우리는 미국 우주인을 화성에 착륙시킬 것”이라며 “준비하세요, 일론 (머스크)”을 외치기도 했다. 또 “당선될 경우 임기가 끝나기 전 화성에 도착할 것”이라는 언급을 하기도 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화성 탐사를 전폭 지원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스페이스X는 2030년 내 유인 화성 탐사를 목표로 거대 발사체 ‘스타십’의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너무 낙관적인 목표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트럼프의 당선으로 상황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
글로벌 민간 우주 시장이 확대될 경우 한국 우주 산업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는 머스크가 운영하는 미국 최대 민간 우주 업체 스페이스X 공급망에 속한 기업도 있다. 하지만 미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당선인이 해외 우주 기업과의 협력이나 부품 수입에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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