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고환율-고관세 암초… 최상목 “韓경제 상당한 영향”
韓銀 금리인하 시점 늦춰질 가능성
최대 20% 관세로 수출 타격땐… 내수 부진으로 연결 악순환 우려도
내수 부진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 경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고(高)환율’과 ‘고(高)관세’라는 겹악재를 마주하게 됐다. 1400원대 원-달러 환율이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되면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이로 인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도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대 20%인 보편 관세마저 현실화되면 그나마 한국 경제를 이끌어 왔던 수출까지 타격이 불가피하다.
● 1400원대 환율 뉴노멀 되나
시장에선 환율이 1450원까지 오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언급한 공약들이 강달러를 부추기면서 내년 취임 초반 전까지는 원-달러 환율 상단을 1450원까지는 열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약대로 관세 정책이 실현되면 미국 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강달러 현상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은행은 트럼프 재집권이 가져올 강달러가 인플레이션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환율이 수입 물가를 통해 국내 소비자물가 등에 미치는 영향은 조사국이 더 면밀히 살펴보고 수정 전망에 반영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환율 상승은 원유 등 수입 물가를 밀어 올려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환율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 한은의 기준금리 정책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말 “환율이 지금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는 굉장히 높게 올라 있고 상승 속도도 크다”며 “지난번(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는 고려 요인이 아니었던 환율이 다시 고려 요인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금리를 인하하면 더 높은 금리를 좇는 외국인 투자 자금의 이탈 등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을 더 자극할 수 있다.
● “수출 감소→내수 부진 악순환 빠질 수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트럼프 당선인이 강조해온 정책 기조가 현실화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범정부 컨트롤타워’로 하고 선제적이고 빈틈없이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고환율과 고관세로 수출이 줄면 내수 부진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출을 위한 제품 생산 감소는 결국 내수 부진으로 이어져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미국의 강력한 대중(對中) 제재로 반사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 최대 제조업 생산 기지로서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지였던 중국이 흔들릴 경우 한국이 대체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업연구원은 “미중 전략 경쟁은 리스크인 동시에 다양한 업종에서 중국 역할을 대체하고 고도화할 수 있는 ‘시대적·구조적 기회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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