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늦어진 가을 단풍

허행윤 기자 2024. 11. 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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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의 엽록소가 분해되면 엽록소에 가려졌던 색소가 겉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단풍은 쌀쌀해지면 찾아 오는 '선물'이다.

일반적으로 단풍은 최저기온이 5도 이하로 내려가면 물들기 시작한다.

한 논문에 따르면 1989년에서 2014년까지 늦여름에서 초가을로 이어지는 시기 기온이 1년에 0.04도씩 높아지며 단풍이 드는 시점도 매년 0.21일씩 늦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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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나뭇잎의 엽록소가 분해되면 엽록소에 가려졌던 색소가 겉으로 나타난다. 어떤 색깔이든 그렇다. 그게 단풍이다.

하지가 지나면 낮의 길이가 짧아진다. 일조시간이 줄면서 광합성은 덜 활발해지고 엽록소 생성량은 감소한다. 가을에 접어들어 기온이 떨어지면 잎으로 영양분과 수분이 들어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겨울을 나기 위해서다. 이때부터 엽록소가 분해되기 시작한다. 그래서 단풍은 쌀쌀해지면 찾아 오는 ‘선물’이다. 일반적으로 단풍은 최저기온이 5도 이하로 내려가면 물들기 시작한다. 기온이 낮아야 단풍색도 선명한 까닭이다.

올해 단풍이 유난히 늦다. 폭염이 원인이라는 게 기상당국의 분석이다. 특히 올해는 1월부터 10월까지 한 달도 빠지지 않고 예년보다 무더웠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구처럼 ‘참 위대한 여름’이었다.

예년에 비춰 보면 이맘때면 온 산하가 울긋불긋했다. 지난해도 그랬다. 코로나19가 한창인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단풍 명소로 떠나는 관광버스가 아침마다 도심에 즐비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썰렁하다. 발길도 예년 같지 않다. 기후 변화를 만나 단풍이 지각한 셈이다.

이제 가까스로 중부지방은 뒤늦은 절정이고 남부지방은 시작이다. 전국의 단풍 명산 21곳 중 11곳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월악산은 12일이고 내장산은 ‘아직’이다. 통상 중부지방은 10월 중순에서 11월 상순 사이였다. 남부지방은 10월 하순에서 11월 중순 사이였다. 올해는 이 관례마저 깨졌다.

한 논문에 따르면 1989년에서 2014년까지 늦여름에서 초가을로 이어지는 시기 기온이 1년에 0.04도씩 높아지며 단풍이 드는 시점도 매년 0.21일씩 늦어졌다. 이런 결과를 토대로 계산한 결과 현 추세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경우 단풍이 드는 시점이 2046~2065년에는 1989~2014년보다 10.37일이나 늦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래저래 우울한 계절이다.

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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