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호 “트럼프는 무역적자 혐오… 美에너지 수입해 대미 흑자 줄여야”
“트럼프 집권 1기 때 200억달러도 안 되던 대미 무역 흑자가 지난해 400억달러를 넘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무역 적자를 굉장히 싫어합니다. 수출과 수입선을 다변화해서 무역 흑자를 줄여야 합니다.”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은 7일 “트럼프 1기 때 지금보다 한국의 대미 흑자 폭이 적었다. 그럼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개정했다”며 “무역 흑자를 줄이지 않으면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대미 흑자는 398억달러로, 한국의 전체 흑자 규모(368억달러)보다 많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의 무역수지를 합치면 적자일 정도로 대미 흑자가 크다는 뜻이다. 트럼프 1기의 첫해인 2017년 178억달러, 마지막해인 2020년 166억달러 수준이던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규모는 지난해 역대 최대인 444억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원유·에너지 등 수입선을 미국으로 다변화해 무역 흑자를 줄여야 한다. 수입뿐 아니라 미국 수출 의존도를 줄이는 노력도 같이 해야 한다. 하지만 너무 공포감에 사로잡히면 안 된다. 미국 내수가 경제의 3분의 2다. 수입을 해야 생필품을 공급할 수 있다. 트럼프 1기 때도 추수감사절 같은 쇼핑 시즌에는 관세를 한시 인하했다.”
-트럼프가 공약대로 관세를 대폭 인상하지 않을 것으로 보나.
“미국이 1930년에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통과시켜 관세를 대폭 올렸다가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보호무역주의 일환으로 2만개가 넘는 수입 물품에 대해 관세율을 평균 40.1%에서 59.1%로 올렸다. 상하원 양당 모두 찬성했다.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 보복 관세로 맞서면서 국제 교역이 형편없이 줄었고, 대공황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미국 농민들도 수출이 안 돼 난리가 났다. 결국 스무트 상원의원과 홀리 하원의원 등 법 통과를 주도한 의원들이 다음 선거에서 대거 떨어졌다.”
-트럼프발 관세도 마찬가지 역효과가 우려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도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고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관세 인상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물론 20% 보편관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지만 가능성이 낮다. 이번에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했다지만 의회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도 분명하지 않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2기가 미국 수입 품목 10% 정도에만 관세를 올릴 것이란 전망도 한다.”
-관세만 문제인 것은 아니다.
“여러 종류의 압박이 가해질 것이다. 중국이 멕시코나 캐나다에서 생산해 우회 수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USMCA)의 원산지 규범을 강화하려 할 것이다. 트럼프는 평소 자동차·철강·알루미늄 등에 관심이 많았다.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 ‘수출량을 20~30% 줄여라’라는 식의 구체적인 요구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본질적으로 비즈니스맨이라 협상을 한다. 트럼프 1기 후반에도 미국이 추가 관세를 철회하고 중국은 미국산 수입을 확대하는 패키지 담판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1기 때보다는 상황이 심각하다는 말이 나온다.
“중국 경제는 예전보다 어렵고, 한국과 일본 독일은 미국의 ‘안보우산’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 트럼프 입김이 더 잘 먹힐 것이라는 미국 언론들의 분석이 있다. 그래서 캐나다·호주 등 우리와 입장을 같이 하는 중견국가들과 협력해야 한다. 트럼프는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이라고 부르지만 ‘한국이 미국에 투자를 많이 늘렸고, 일자리도 많이 만들었다’고 트럼프 측을 적극 설득하며 협상해야 한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투자 규모는 215억달러(약 29조원)로 세계에서 미국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국가였다.”
-다른 나라와 협력하는 방법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도 다시 검토해야 한다. CPTPP에 미국과 중국이 가입돼 있지 않기 때문에, 한국 무역의 미·중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일본과 FTA를 왜 맺어야 하나’ ‘농산물 수입이 늘어난다’는 정치권 반대에 막혀 있다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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