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허리 굽혀 사과… “죄송” “불찰” 12차례 몸 낮춘 尹
윤석열 대통령의 7일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진행됐다. 질문 주제와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아 140분이 걸렸다. 장시간 회견을 위해 단상에는 연설대 대신 책상과 의자가 놓였고 윤 대통령은 앉아서 계속되는 질문에 답했다.
윤 대통령은 먼저 15분에 걸쳐 약 3400자 분량의 대국민 담화를 읽었다. 지난 4월 의료 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 약 1만5000자, 지난 8월 국정 브리핑 약 1만2000자에 비해 크게 짧아졌다. 긴 연설을 통해 자신의 입장만 전달하기보다는 질의응답에 비중을 두겠다는 뜻이라고 대통령실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아침저녁으로 꽤 쌀쌀해졌다. 겨울 채비에 어려움이 없으신지 걱정”이라며 담화를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은 늘 걱정이 많은 자리다. 더울 때는 더워서 걱정이고, 추우면 또 추위가 걱정이다. 경기가 나쁘면 장사하시는 분들이 걱정되고, 경기가 나아진다 싶으면 물가가 오를까 걱정”이라며 “365일, 24시간 국민의 삶을 챙기는 것이 대통령의 어깨에 놓인 책무라는 생각”이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제 주변의 일로 국민께 걱정을 드렸다.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고 말하는 대목에 이르러,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부터 드리고 진행하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한 발짝 옆으로 이동해 방송 카메라를 향해 허리를 굽혔다. 윤 대통령이 허리를 굽혀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이어 125분간 진행된 질의·응답까지 윤 대통령은 이날 12차례에 걸쳐 “사과한다” “죄송하다” “제 잘못이다” “불찰이다” “부덕의 소치”라는 말을 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가장 많이 언급한 것은 ‘국민’(25번)이었다. 야권 일각에서 나오는 임기단축 개헌, 하야 요구에 대해선 “2027년 5월 9일 임기를 마치는 그날까지 모든 힘을 쏟아 일하겠다”며 일축했다.
이날 윤 대통령에 질문한 내·외신 기자는 26명이었다. 윤 대통령은 질문 요지를 펜으로 받아적으며 답변을 준비했다. 그는 “시간을 많이 들여서 (질의응답을) 하기로 했으니, 저도 (답변을) 짧게 안 하고 말씀드리고픈 이야기를 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개인적 경험이 담긴 답변들도 이어졌다. 공천 개입 의혹에 반박하면서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경호원들이 저에게 ‘당선인이 이렇게 늦게까지 일하는 건 처음 봤다’고 했다”며 공천에 관심을 가질 틈이 없었다고 했다. 또 “당시 안가(安家)에서 새벽 2시까지 장차관 인사를 위해 (후보자를) 인터뷰해야 했고, 인수위에서 진행되는 일을 꾸준히 보고받아야 했다”며 “저 나름대로는 그야말로 고3 입시생 이상으로 바빴던 사람”이라고 했다. 명씨와의 통화 음성이 공개된 취임식 전날(2022년 5월 9일)에 대해서도 “취임식에 오는 외교 특사들을 응대하는 데만 종일 매달렸다”고 했다.
윤 대통령 자신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가 외부에 알려진 이후에도 그 번호를 계속 사용한 이유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에 입당할 때 신청서가 언론에 공개되다 보니 휴대전화 번호가 공개됐다”며 “지금도 엄청나게 많은 문자(메시지)가 들어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말에 읽어보면 저에 대해 ‘상욕’을 하는 분도 있고 ‘정신 좀 차리라’고 하는 분도 있지만, 저는 그것을 여론의 한 지표로 봤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초선 의원들이 전화해도 딱 받았고, ‘시간 좀 내달라’고 하면 ‘어디로 오세요’라고 했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개인) 휴대전화를 없애라고 하는 분이 많다”며 “(저도) 워낙 오래 쓰던 번호라 아까운 마음이 있었지만, 제 처도 휴대전화를 바꿨어야 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이번 기자회견을 계기로 개인 휴대전화를 없앨 예정이라고 한다.
기자회견이 계속되면서 윤 대통령의 손짓은 커졌다. 윤 대통령은 체코 원전 사업을 헐값에 수주한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헛웃음을 지으며 “24조원에 수주한 것을 헐값이라고 한다면 너무 무식한 이야기”라고 했다가, 곧바로 “기자님이 무식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이야기를 한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라고 했다.
2시간 넘게 질문이 이어지자 윤 대통령은 진행자인 정혜전 대변인에게 반말로 “이제 하나 정도만 해. 목이 아프다”라고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공식적인 자리에서 반말을 사용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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