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쿠·풀무원까지… 김치냉장고 ‘전국시대’

이해인 기자 2024. 11. 8.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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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 ‘딤채’ 휘청하자 빈틈 공략

본격적인 김장철을 앞두고 김치냉장고를 첫 출시한 기업이 잇따르면서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9월 풀무원이 국내 식품업체 최초로 김치냉장고를 내놓은 데 이어 밥솥과 정수기로 유명한 쿠쿠도 7일 처음으로 김치냉장고를 출시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와 같은 기존 기업들은 AI(인공지능), 냄새 흡수 필터 등을 장착한 신기능 김치냉장고를 선보였다. 김장하는 인구가 점차 줄고 있는데 올해 김치냉장고 시장은 오히려 커지는 추세다. 롯데하이마트는 올해 10월 김치냉장고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0%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딤채한국 김치냉장고 시장의 선두주자였던 딤채의 스탠드형 김치냉장고. 딤채 김치냉장고는 채소, 과일, 밀키트 등을 편리하게 보관 할 수 있는 무빙 ‘고메트레이’ 와 다양한 음료 및 주류 등을 편리하게 수납 가능한 ‘고메포켓’ 구조로 구성된 게 장점이다. 이밖에 딤채만의 새로운 숙성 알고리즘을 적용한 비건김치 숙성모드도 있다. 채식주의자들도 맛있는 김치를 오랫동안 보관해 먹을 수 있도록 한 기능이다.

◇왕좌의 빈틈을 노려라

업계에선 올해 김치 냉장고 판도가 바뀐 주요인으로 시장 1위 ‘딤채’의 생산 부진을 꼽는다. 위니아가 지난해 기업 회생절차를 거치면서 생산이 중단됐던 딤채는 올 들어 공장이 재가동됐지만 가동률은 45%에 그치고 있다. 위니아 관계자는 “공장 가동률이 아직 절반 수준이어서 생산 물량이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다”고 했다. 왕좌를 지켜온 딤채의 물량이 수요를 채우지 못하고 주춤하자, 이 틈을 겨냥해 중소 업체들은 잇따라 시장에 뛰어들었고 기존 대기업들은 신제품을 출시하며 1위 자리를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AI 기능이 탑재된 김치 냉장고 신제품 ‘비스포크 AI 김치플러스’를 내놨다. AI가 사용자의 이용 패턴을 분석해 냉장고를 자주 이용하지 않는 시간대에는 성에를 자동으로 제거, 냉장고 안의 온도 상승 폭을 최소화한다. 여기에 더해 업계 최초로 가스 밸브와 필터를 장착해 김치 냄새를 제거하는 ‘냄새 케어 김치통’도 출시했다. 김치가 숙성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기준치를 넘을 때 일시적으로 가스 밸브가 열리면서 흡수 필터로 나가는 방식이다.

그래픽=이진영

LG전자도 지난달 ‘LG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김치 톡톡’을 내놨다. LG전자 제품은 김치의 맛을 좌우하는 유산균이 잘 자랄 수 있는 최적의 온도를 지원한다. 섭씨 6.5도를 유지해 김치 맛을 더욱 시원하고 감칠맛이 돌게 하는 기술이다. 이밖에 LG전자 가전 플랫폼인 씽큐 앱으로 포장김치 바코드를 찍고 제조일자를 입력하면, 김치 제조사와 제조일자에 맞춰 맛있게 익히고 보관하는 ‘인공지능 맞춤보관’ 기능도 지원한다.

◇“김치냉장고의 맥주가 별미’”

이같은 지각 변동 속에서 올해 김치냉장고 시장은 뜻밖의 호재도 맞고 있다. 김치냉장고를 다목적 냉장고로 활용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사용자 저변이 확대된 것이다. 예컨대 2030세대 사이에서 ‘맥주는 김치냉장고에 보관해야 시원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김치냉장고가 음료나 육류, 신선식품을 보관하는 ‘서브 냉장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LG전자 신제품은 상칸을 좌우로 분리하는 다용도 분리벽이 적용돼 상칸 좌·우, 중칸, 하칸까지 독립된 4개 칸을 다용도 냉장고로 쓸 수 있게 했다. 여기에 더해 맥주 모드, 사과 모드, 잎채소 모드 등 보관품 종류별로 다양한 모드를 제공한다.

올해 가격 장벽을 낮춘 비교적 저렴한 제품들이 많이 나온 것도 매출 신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쿠쿠와 풀무원같은 중소기업들이 참전하며 소비자의 가격 선택폭이 커졌다. 풀무원과 쿠쿠가 출시한 제품은 60만원~80만원대로 1~2인 가구를 노린 가성비 제품이다. 쿠쿠 관계자는 “김치냉장고의 핵심인 정온성(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기능)을 위해 온도 편차를 0.3도로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라며 “김치의 신선함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고 다양한 식재료 보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제품을 파는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가격을 낮춘 제품을 올해 처음으로 내놓았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기본 옵션으로 제공되던 김치통을 빼는 식으로 대략 20만원 가량 할인된 제품을 올해 내놨다”며 “100만원 이하 제품이 늘어난 것도 김치냉장고 판매 확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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